클라이언트 에피소드: '디자이너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못하냐'는 말
- 08 Dec, 2025
클라이언트 에피소드: ‘디자이너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못하냐’는 말
그 말을 들은 순간
목요일 오후 3시. 화상 회의.
클라이언트가 화면 공유를 켰다. 내가 보낸 시안이 떴다.
“이게 뭐예요?”
목소리 톤이 이상했다.
“디자이너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못하냐고요.”
숨이 막혔다.
피드백이 아니었다. 인신공격이었다.
“컬러가 이상해요” 같은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못하냐”였다.

8년 경력이다. 프리랜서 4년차다.
그동안 수백 개 프로젝트 했다. 대기업 인하우스 4년 했다.
근데 “왜 이렇게 못하냐”를 들었다.
회의 끝나고 30분 동안 멍했다.
노트북 화면만 쳐다봤다. 아무것도 안 보였다.
문제는 피드백이 아니었다
다음 날 다시 봤다.
클라이언트가 뭘 원하는지 정리했다.
- 컬러 톤 차갑게
- 레이아웃 여백 더
- 폰트 크기 키워달라
이렇게 말하면 되는 거였다.
근데 “왜 이렇게 못하냐”로 시작했다.

이건 피드백이 아니다. 감정 표출이다.
“이 부분 수정해주세요”는 작업 지시다. “왜 이렇게 못하냐”는 모욕이다.
차이를 모르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프리랜서한테 돈 주면 뭐든 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직원한테는 못하는 말을 프리랜서한테는 한다.
8년 경력이 무너지는 순간
그날 밤 잠이 안 왔다.
‘정말 내가 못하는 건가?’
포트폴리오를 다시 봤다. 전 직장 작업물, 프리랜서 프로젝트들.
다 괜찮았다. 객관적으로 봐도.
근데 자신감이 흔들렸다.
이게 더 화났다.
한 사람의 한마디가 8년을 무너뜨렸다.
전 직장 팀장은 “한프리 씨 작업 믿고 맡긴다”고 했다.
지난달 클라이언트는 “다음 프로젝트도 꼭 부탁드린다”고 했다.
근데 이 한 사람의 말이 전부를 덮었다.
프로페셔널의 한계
금요일 아침.
수정안 보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거 다 반영했다.
“이게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죠.”
답장이 왔다.
사과는 없었다. ‘못한다’는 말에 대한.

프로페셔널하게 대응했다.
“수정 완료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속으로는 “다시는 일 안 할 거다” 생각했다.
근데 프로페셔널은 감정 빼고 일한다. 그게 프로다.
계약서에 명시된 수정 횟수 2회. 1회 남았다.
끝까지 한다. 내 커리어에 흠 안 남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반격이다.
자존감 관리는 내 몫이다
주말 내내 생각했다.
프리랜서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런 클라이언트 어떻게 대응하세요?”
댓글 30개 달렸다.
다들 비슷한 경험 있었다.
“디자인 공부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돈 아깝다” “이 정도면 환불 요구해야지”
프리랜서한테는 일상이었다.
그게 더 슬펐다.
한 명의 말이 전부가 아니다. 8년이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