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Jan, 2026
견적서 작성, 얼마를 매겨야 할까? 고민의 흔적
견적서 작성, 얼마를 매겨야 할까? 고민의 흔적 새벽 2시의 계산기 견적서 쓰는 중이다. 새벽 2시. 계산기 앱을 열었다 닫았다 벌써 열두 번째. "로고 디자인 견적 주세요." 메일은 짧았다. 내 고민은 길다. 50만원? 너무 싼가. 150만원? 안 받아줄 것 같은데. 100만원? 애매하다. 프리랜서 4년 차. 견적 매길 때마다 이렇다. 정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처음엔 몰랐다 인하우스 디자이너 4년 했다. 월급 정해져 있었다. 편했다. 프리랜서 되고 첫 견적서. "얼마 받으면 되나요?" 선배한테 물었다. "시간 계산해. 최저임금보단 높게." 그렇게 내 첫 견적서는 30만원. 로고 디자인, 수정 무제한. 3주 걸렸다. 수정 17번. 시급 계산했더니 8000원. 편의점 알바보다 싸게 받은 거다. 그날 밤 울었다. "이게 프리랜서구나."클라이언트 규모부터 본다 지금은 다르다. 견적 요청 오면 먼저 클라이언트 본다. 대기업인가. 중소기업인가. 스타트업인가. 개인인가. 이거부터 파악한다. 대기업 프로젝트.로고 디자인: 200만원~500만원 웹 디자인(10페이지): 500만원~1000만원 앱 UI(20화면): 800만원~1500만원중소기업.로고: 100만원~200만원 웹(10페이지): 300만원~600만원 앱(20화면): 500만원~800만원스타트업 시드 단계.로고: 50만원~100만원 웹(10페이지): 200만원~400만원 앱(20화면): 300만원~500만원개인 사업자.로고: 30만원~80만원 웹(5페이지): 100만원~200만원이게 내 기준이다. 4년간 쌓은 데이터. 대기업한테 50만원 받으면 손해다. 개인한테 500만원 부르면 일 못 받는다. 현실이다. 프로젝트 규모가 핵심이다 클라이언트 규모만 보면 안 된다. 프로젝트 규모가 더 중요하다. 같은 "웹 디자인"이어도. 5페이지인가. 50페이지인가. 반응형인가. PC만인가. CMS 연동하나. 퍼블리싱까지 하나. 전부 다르다. 지난주 견적서 예시. 프로젝트A: 소규모 쇼핑몰페이지: 7개 반응형: X 작업 기간: 2주 견적: 280만원프로젝트B: 기업 브랜드 사이트페이지: 15개 반응형: O 인터랙션 애니메이션 10개 작업 기간: 5주 견적: 850만원B가 3배 비싸다. 일이 3배 많으니까. 당연한 거다.마감 기간이 가격을 바꾼다 "이번 주까지 가능하세요?" 이 한마디에 견적서가 바뀐다. 정상 일정: 3주 급한 일정: 1주 급하면 1.5배 받는다. 너무 급하면 2배. 왜냐. 급한 일 받으면 다른 일 미룬다. 야근한다. 주말 없다. 스트레스 3배. 그럼 돈도 더 받아야지. 실제 사례. 명함 디자인정상(1주): 30만원 급함(3일): 50만원 미쳤음(내일): 80만원"내일까지요." "네, 80만원입니다." "에? 왜 이렇게 비싸요?" 설명한다. "급하시니까요. 다른 일정 다 미루고 밤새 작업합니다." 대부분 이해한다. 안 하면 안 받는다. 내 시간도 돈이다. 너무 싸게 부르면 생기는 일 신입 프리랜서 친구가 물었다. "일 받고 싶어서 50만원 불렀는데, 흥정하네요." 답했다. "너무 싸게 불러서 그래." 역설적이다. 싸게 부르면 더 깎으려 한다. 30만원 견적 → "20만원 안 되나요?" → 클라이언트: "별로 안 중요한 일이구나" 300만원 견적 → "280만원 가능하세요?" → 클라이언트: "전문가네. 제대로 된 일이야." 가격이 태도를 결정한다. 싸게 받으면.수정 무한 요구 "금방 되는 거 아니에요?" "이것도 해주세요" (추가 비용 없이) 야밤 카톡 존중 안 함비싸게 받으면.수정 범위 지킴 일정 존중 추가 비용 협의 정중한 태도 레퍼런스 제공경험으로 안다. 너무 비싸게 불러도 문제다 반대도 있다. 작년에 대기업 견적 넣었다. 앱 UI 30화면. 2000만원 불렀다. 답 없었다. 나중에 알았다. 다른 프리랜서가 1200만원에 받았다고. 내 견적이 과했다. 시장 가격 파악 못 했다. 비싸게 부르면.아예 답 없음 다른 사람 찾음 블랙리스트 가능성적정선이 있다. 내 기준: 시장가 ±20% 더 비싸면 일 안 들어온다. 더 싸면 내가 손해. 실제 계산 방법 견적서 쓸 때 내가 하는 방식. 1단계: 작업 시간 예측이 일 며칠 걸리나 하루 몇 시간 작업하나 수정 시간 포함예: 로고 디자인리서치: 4시간 스케치: 8시간 디지털 작업: 12시간 수정 3회: 6시간 최종 파일 정리: 2시간 → 총 32시간2단계: 시급 설정 내 시급: 5만원 (경력, 실력, 포트폴리오 고려) 32시간 × 5만원 = 160만원 3단계: 프로젝트 난이도 반영쉬움: -10% 보통: 그대로 어려움: +20% 매우 어려움: +50%4단계: 클라이언트 규모 조정대기업: +30% 중소기업: 그대로 스타트업: -20% 개인: -30%5단계: 급한 정도 반영정상: 그대로 약간 급함: +30% 매우 급함: +50%~100%최종 견적 완성. 깎아달라는 요청이 오면 "견적이 좀 높네요. 할인 안 되나요?" 이 멘트가 제일 싫다. 대응 방법은 세 가지. 방법1: 거절 "죄송합니다. 이미 최선의 가격입니다." 확신 있을 때만. 대기업, 정당한 가격, 내 포트폴리오 강할 때. 방법2: 범위 축소 "예산이 부족하시면 범위를 줄이면 됩니다." 원래: 로고 + 명함 + 봉투 (150만원) 축소: 로고만 (100만원) 일은 줄이고 돈도 줄이기. 합리적이다. 방법3: 소폭 조정 "10% 정도는 조정 가능합니다." 중소기업, 장기 거래 가능성, 포트폴리오 필요할 때. 절대 안 하는 것: "50% 할인해드릴게요!" 이러면 끝이다. 다음에도 깎을 거다. 선금은 필수다 견적서에 항상 넣는다. "착수금 50% 선입금 후 작업 시작" 이거 없으면. 작업 다 하고 잠수 타는 클라이언트 있다. "급한 일 생겨서요, 나중에 입금할게요." 나중은 없다. 실제로 당했다. 300만원 프로젝트. 2주 작업. 최종 파일 보내고 연락 두절. 한 달 뒤 문자 보냈다. "죄송합니다, 사업이 안 돼서..." 150만원 날렸다. 그 뒤로 무조건 선금 50%. 안 주면 작업 시작 안 한다. "선금이요? 처음 듣는데요." 설명한다.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착수금 입금 확인 후 작업 들어갑니다." 그래도 안 주면. 일 안 받는다. 내 원칙이다. 계약서도 중요하다 견적서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서도 쓴다. 내가 넣는 항목들.작업 범위 (구체적으로) 작업 기간 총 금액, 지급 일정 수정 횟수 (보통 3회) 추가 작업 비용 저작권 귀속 중도 해지 조항특히 수정 횟수. 이거 안 정해놓으면 무한 수정한다. "계약서까지요? 너무 딱딱한 거 아니에요?" 아니다. 프로니까 계약서 쓴다. 대기업은 당연히 쓴다. 중소기업도 대부분 이해한다. 개인이 좀 거부감 있는데, 설득한다. "서로 보호하기 위해서요." 계약서 쓰면 마음 편하다. 분쟁 생기면 근거 된다. 프리랜서 커뮤니티에서 배운다 혼자 고민하면 답 없다. 커뮤니티 활용한다. "웹 디자인 10페이지 견적 얼마 받으세요?" 물어보면 다들 답한다."저는 500 받았어요" "클라이언트 규모에 따라 300~800" "급하면 +50%"시장 가격 파악된다. 내가 자주 가는 곳:프리랜서 코리아 (페이스북) 디자이너 단톡방 크몽, 숨고 견적 참고숨고 견적 보면 시세 감 온다. 경쟁자들 가격 보인다. 너무 싸게 받지 말자. 시장을 망친다. 포트폴리오가 가격을 올린다 3년 전 견적. 로고 디자인: 50만원 지금 견적. 로고 디자인: 150만원 3배 올랐다. 왜? 포트폴리오 늘었다. 대기업 로고, 유명 브랜드, 수상 경력. 이게 쌓이면 가격 올릴 수 있다. 클라이언트가 내 이전 작업 본다. "오, 이 회사도 하셨네요?" 신뢰 생긴다. 돈 더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신입일 땐 싸게 받는 게 맞다. 포트폴리오 쌓아야 한다. 3년 차 넘으면 가격 올려야 한다. 실력 늘었으니까. 매년 10~20% 인상. 자연스럽다. 부가세 계산 까먹지 말기 프리랜서 초반에 실수했다. "100만원입니다." 견적 넣었다. 클라이언트: "부가세 별도죠?" 나: "...네?" 100만원 + 부가세 10만원 = 110만원 받아야 했다. 내가 10만원 손해 본 거다. 지금은 견적서에 명확히 쓴다."100만원 (부가세 별도)" 또는 "110만원 (부가세 포함)"일반과세자면 부가세 받을 수 있다. 간이과세자, 면세사업자면 부가세 없다. 나는 일반과세자. 무조건 부가세 10% 추가로 받는다.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나중에 부가세 신고할 때 낸다. 이것도 모르고 프리랜서 하면 손해다. 연봉 역산해서 생각한다 회사 다닐 때 연봉 4500만원이었다. 프리랜서 되려면 얼마 벌어야 하나. 회사 연봉에 포함된 것:4대보험 (회사 절반 부담) 퇴직금 유급휴가 각종 복지이거 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 역산하면. 연봉 4500만원 = 프리랜서 월 500만원 여기서 세금 빠지고. 보험료 빠지고. 실수령 350만원 정도. 그럼 월 500만원은 벌어야 한다. 월 500만원 = 연 6000만원 프로젝트당 평균 200만원이면 월 2~3건. 이게 내 목표 매출이다. 견적 쓸 때 항상 생각한다. "이 가격으로 한 달에 몇 건 해야 하지?" 고민의 끝 새벽 4시. 견적서 완성했다. 로고 디자인: 120만원 (부가세 별도)작업 기간: 2주 시안 3개 수정 3회 최종 파일: AI, PNG, JPG 선금 50% (60만원) 잔금 최종 파일 전달 후이메일 보냈다. "좋은 견적 감사합니다. 진행하겠습니다." 답장 왔다. 오케이. 이번 달 목표 300만원 중 120만원 확보. 견적서 쓸 때마다 고민한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경험은 쌓인다. 데이터는 늘어난다. 감은 생긴다. 4년 차 프리랜서. 아직도 견적서는 어렵다. 하지만 예전보단 낫다. 시급 8000원 받던 시절보단 훨씬.견적서, 오늘도 하나 보낼 준비 중이다. 이번엔 얼마 써야 하나.
- 28 Dec, 2025
수정 작업의 늪: '조금만 더'는 무한반복
오후 7시, 시작 저녁 먹으려던 참이었다. "한프리님~ 확인했는데요, 색상 조금만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그리고 폰트도요." 카톡이 왔다. 클라이언트다. '조금만'이라는 단어. 프리랜서의 적이다. 오후 내내 작업했던 메인 페이지 디자인. 3차 시안까지 보냈다. OK 사인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네, 확인하겠습니다." 라고 답장했다. 밥은 나중에.수정 1차: 색상 "좀 더 밝게요. 근데 너무 밝으면 안 되고요." 밝기를 올렸다. 10분 걸렸다. "이건 너무 밝아요. 중간으로 해주세요." 중간으로 했다. 5분. "음... 처음 거랑 이거 중간?" 처음 거. 그러니까 내가 오후 3시에 보낸 그 파일 말이다. 심호흡. 저장. 전송. "아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시계를 봤다. 8시 15분. 저녁은 식었다.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수정 2차: 폰트 "폰트가 좀 딱딱해 보여요. 부드러운 느낌으로요." 산세리프를 명조로 바꿨다. "아니 이건 너무 클래식해요. 좀 더 모던하게요." 모던한 산세리프로 돌아왔다. 원점이다. "근데 이거 처음 거 같은데요?" "...조금 다릅니다." 사실 똑같다. 근데 '다르다'고 하면 OK 나올 때가 있다. "음, 그래도 뭔가..." 안 먹혔다.수정 3차: 레이아웃 "배치를 좀 바꿔볼까요? 왼쪽에 있던 걸 오른쪽으로요." 이건 구조 변경이다. '조금'이 아니다. 하지만 말 안 했다. 말하면 "그래도 한번만요~" 나온다. 30분 걸렸다. 왼쪽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게 생각보다 복잡하다. 전체 밸런스가 깨진다. "확인했어요. 근데 왼쪽이 나았던 것 같아요." 핸드폰을 던지고 싶었다. 안 던졌다. 비싸다. "네, 원래대로 돌리겠습니다." 복사해둔 파일 열었다. Ctrl+Z 여러 번. 전송. "아 근데 이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시계를 봤다. 9시 40분. 배가 안 고프다. 스트레스로 포만감이 온다. 계약서를 다시 봤다 파일을 찾았다. 내가 쓴 계약서. "수정: 2회까지 무료" 라고 써놨다. 분명히 써놨다. 근데 지금 몇 번째인가. 세어봤다. 1차 시안 수정 3번. 2차 시안 수정 5번. 3차 시안 수정... 지금 진행 중. 계약서는 있는데 지키는 사람이 없다. 내가 "수정 횟수 초과입니다" 말해야 하는데. 못 한다. 다음 일이 안 들어올까봐. 클라이언트가 기분 나빠할까봐. 프리랜서는 을이다. 항상.수정 4차: 사장님 의견 "한프리님, 죄송한데요. 사장님이 보시더니 의견이 있으시대요." 새로운 등장인물이다. 최종 결정권자. 지금까지 누구랑 일한 거지. "로고를 크게 해주세요. 3배 정도요." 3배. 디자인 밸런스 다 깨진다. "그리고 색상은 빨강으로요. 우리 회사 대표 색이거든요." 처음부터 얘기하지. "텍스트는 전부 고딕으로 통일해주세요." 명조 쓰자고 한 게 누군데. "내일 아침까지 가능할까요? 급해서요." 지금 10시 30분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커피를 내렸다. 네 번째 잔이다. 자정 작업 끝났다. 사장님 의견대로 다 바꿨다. 로고는 3배. 빨강. 고딕. 솔직히 못생겼다. 내 포트폴리오엔 안 들어간다. 하지만 돈은 받아야 한다. 전송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답장이 왔다. "내일 오전에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내일. 또 수정 들어온다는 뜻이다. 노트북 덮었다. 침대로 갔다. 고양이가 내 자리에 누워있다. 비켜나지 않는다. 괜찮다. 소파에서 자지 뭐. 계약서를 고쳐야 한다 다음 날 오후. 수정 요청 또 왔다. "사장님이 다시 보시더니..." 읽다가 껐다. 일단 커피부터. 그리고 결심했다. 계약서를 고친다. "수정 2회 포함. 추가 수정 시 회당 X만원 청구" 금액을 명시한다. 횟수도 세서 기록한다. '조금만'이라는 말에 속지 않는다. 사장님 의견은 처음부터 받는다. 급하면 추가 금액 받는다. 내 시간도 돈이다. 밤 10시 이후는 야간 할증이다. 이렇게 못 하면 계속 당한다. 5년째 배우는 중이다.계약서 고치는 건 쉽다. 지키는 게 어렵다.
- 27 Dec, 2025
브랜딩 프로젝트, 한 번 하고 싶었던 이유
UI만 하다가 브랜딩 한다고? UI 4년 하고 프리랜서 3년 반 했다. 그동안 받은 프로젝트 대부분이 웹이나 앱 화면 디자인이었다. 버튼 위치, 색상 조합, 사용자 흐름. 익숙했다. 편했다. 그런데 작년 11월, 클라이언트한테 연락 왔다. "브랜딩도 할 수 있나요?" 심장이 쿵했다. 하고 싶었던 거였다. 브랜딩. 회사 다닐 때 브랜딩팀 부러웠다. 로고 만들고, 컬러 시스템 짜고, 전체 세계관 구축하는 거. UI는 정해진 틀 안에서 작업하는데, 브랜딩은 틀 자체를 만드는 거였으니까. "할 수 있습니다." 답장 보냈다. 사실 자신은 없었다. 브랜딩 해본 적 없으니까. 근데 안 해보면 평생 모른다. 프리랜서 됐을 때도 그렇게 시작했다.견적서 쓰면서 검색했다 브랜딩 견적 어떻게 쓰는지 몰랐다. UI는 화면 개수로 계산하는데, 브랜딩은? 로고 하나에 얼마? 브랜드 가이드는? 프리랜서 단톡방에 물어봤다. "브랜딩 처음 해보는데 견적 어떻게 쓰나요?" 답장 몇 개 왔다. "로고 기본 300부터", "BI 전체면 1000 이상", "클라이언트 규모 봐야지." 검색 시작했다. 브랜딩 견적서 양식,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성 요소, 납품 파일 종류. 노션에 정리했다. 3시간 걸렸다. 클라이언트는 신생 화장품 브랜드였다. 온라인몰 준비 중이고, 브랜드 이름은 정해졌는데 나머지가 없다고 했다. 로고, 컬러, 패키지 디자인, 인스타 템플릿까지. 범위가 넓었다. UI만 하던 나한테는 큰 프로젝트였다. 견적 800만원으로 보냈다. 시장가보다 낮췄다. 처음이니까. 포트폴리오 만들 거니까. 일주일 뒤 연락 왔다. "진행하겠습니다." 통장에 선금 400만원 들어왔다. 기뻤다. 그리고 무서웠다.시작은 무조건 리서치 첫 미팅 날, 클라이언트한테 질문 30개 준비했다. 브랜드 핵심 가치가 뭔지, 타겟이 누군지, 경쟁 브랜드는 어딘지. UI 작업할 때도 질문하지만, 브랜딩은 차원이 달랐다. "이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어떤 성격인가요?" 물어봤다. 클라이언트가 잠깐 멈칫했다. "친근하고... 전문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애매했다. 당연했다. 아직 정리 안 된 브랜드니까. 미팅 2시간 했다. 녹음하고, 노트 5페이지 채웠다. 집 와서 키워드 정리했다. "자연주의, 30대 여성, 피부 고민, 부담 없는 가격, 지속 가능성." 경쟁사 분석 시작했다. 비슷한 콘셉트 브랜드 20개 찾아서 로고, 컬러, 패키지 비교했다. 녹색 쓰는 브랜드 많았다. 자연주의니까. 근데 다 비슷해 보였다. "차별점이 뭐지?" 혼잣말했다. 고민 3일 했다. 답은 클라이언트가 했던 말에 있었다. "화학적이지 않지만, 촌스럽지 않게." 자연스러운데 세련된 느낌. 거기서 출발했다. 무드보드 만들었다. 핀터레스트에서 이미지 300장 모았다. 자연, 텍스처, 타이포, 컬러 조합. 밤 2시까지 작업했다. 고양이가 키보드 위에 앉았다. "나도 자고 싶어." 한 시간만 더. 로고는 50번 그렸다 로고 스케치 시작했다. 종이에 손으로 그렸다. 브랜드 이름 첫 글자 활용한 거, 식물 모티프, 미니멀한 도형. 30개 그렸다. 마음에 안 들었다. 다음 날 20개 더 그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난 아이디어 있었다. 잎사귀인데, 동시에 사람 얼굴 실루엣. "이거다." 직감 왔다. 일러스트레이터 켰다. 벡터 작업 시작했다. 곡선 각도 0.1mm 단위로 조정했다. 완벽하게 대칭 맞췄다. 6시간 걸렸다. 컬러 테스트했다. 녹색 20가지 버전 만들었다. 너무 진하면 무겁고, 너무 연하면 싸 보였다. 중간 톤에서 찾았다. "#7BA882" 이 컬러였다. 모니터에서 보고, 프린트해서 보고, 폰으로 봤다. 다 괜찮았다. 클라이언트한테 시안 3개 보냈다. 제일 자신 있는 거, 안전한 거, 실험적인 거. "첫 번째요." 답 빨랐다. 내가 밀었던 거였다. 기분 좋았다. 수정 요청 왔다. "로고 옆에 브랜드명 붙일 때 간격 좀 더 좁게." "영문 버전도 필요해요." "명함에 들어갈 크기로도 보고 싶어요." 수정 7번 했다. 짜증 안 났다. 브랜딩이라서 그런가.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느낌이 좋았다.컬러 시스템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로고 끝나고 컬러 시스템 작업 들어갔다. 메인 컬러는 정했으니까 서브 컬러 정하면 되겠지. 쉽게 생각했다. 틀렸다. 메인 하나로는 안 됐다. 패키지 배경, 포인트 컬러, 텍스트 컬러, 강조 컬러. 최소 5개는 있어야 했다. 컬러 조합 테스트 시작했다. 메인 녹색에 베이지 더했다. 자연스러웠다. 포인트로 코랄 핑크 넣었다. 여성스러웠다. 텍스트는 진한 차콜 그레이. 가독성 좋았다. 근데 다 합쳐놓으니까 뭔가 산만했다. 비율 조정했다. 메인 60%, 서브 30%, 포인트 10%. 이 비율로 목업 만들어봤다. 괜찮았다. 접근성도 체크했다. 명도 대비, 색약 모드. UI 하면서 배운 거 여기서도 썼다. 브랜딩이라고 예쁘기만 하면 안 됐다. 실제로 쓸 수 있어야 했다. 가이드 문서 만들었다. 컬러 코드, RGB, CMYK, Pantone. 사용 예시, 금지 사항. A4 15장짜리 PDF. 회사 다닐 때 본 브랜드 가이드 참고했다. 그때는 이해 안 갔는데, 지금은 왜 필요한지 알았다. 패키지는 입체였다 패키지 디자인 시작했다. 화면 안에서만 작업하던 내가 박스를 디자인한다고? 새로웠다. 박스 전개도 찾는 것부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한테 받은 사이즈 있었다. 10cm x 10cm x 3cm.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전개도 그렸다. 접히는 부분, 풀칠하는 부분, 여백. 로고 배치했다. 정면, 옆면, 윗면. 어디에 뭘 넣을지 고민했다. 제품명은 정면, 성분 표시는 뒷면, QR코드는 옆면. 정보 위계 정리했다. UI 하던 방식 그대로 적용했다. 목업 작업했다. 포토샵에서 스마트 오브젝트로 실물처럼 만들었다. 손에 들고 있는 모습, 여러 개 쌓아놓은 모습. 클라이언트한테 보냈다. "실물로 보고 싶어요." 당연한 요청이었다. 인쇄소 연락했다. 샘플 10개, 35만원. 비쌌다. 견적에 없던 비용이었다. 고민했다. 그냥 내 돈으로 뽑았다. 제대로 하고 싶었다. 일주일 뒤 샘플 왔다. 박스 뜯었다. 모니터에서 보던 거랑 달랐다. 실물이 더 예뻤다. 만졌다. 종이 질감, 코팅 느낌. 내가 디자인한 게 물건이 됐다. 신기했다. 클라이언트 미팅 때 가져갔다. "와, 이거 진짜 상품 같아요." 웃었다. "상품이에요." 그날 수정 사항 거의 없었다. 실물 보니까 확신 생겼나 보다. 인스타 템플릿까지 마지막 작업. 인스타 피드 템플릿. 브랜드 계정 운영할 거니까 일관성 있는 템플릿 필요하다고 했다. 피드 9개 기준으로 짰다. 3x3 그리드. 제품 사진, 텍스트 카드,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3개 패턴 반복하면 깔끔했다. 템플릿 5종 만들었다. 신제품 소개용, 이벤트용, 정보 전달용, 후기 공유용, 브랜드 스토리용. 각각 포토샵 파일로 줬다. 클라이언트가 텍스트랑 이미지만 바꿔 쓸 수 있게. 폰트도 정리했다. 브랜드 전용 폰트 사면 좋은데 예산 없어서 무료 폰트 조합했다. 제목용, 본문용, 강조용. 라이선스 확인하고, 다운로드 링크 정리해서 전달했다. SNS 가이드 문서도 만들었다. 톤앤매너, 해시태그 전략, 업로드 시간대. UI 디자이너가 이런 것까지? 근데 브랜딩은 이런 것까지였다. 전체를 다 봐야 했다. 납품 날 3개월 걸렸다. 계약서에는 2개월이었는데 한 달 늦었다. 중간에 방향 바꾼 것도 있고, 내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한 것도 있었다. 최종 파일 정리했다. 로고 원본(AI, EPS, PNG, SVG), 컬러 가이드 PDF, 패키지 전개도, 인스타 템플릿, 폰트 파일. 구글 드라이브에 업로드하고 링크 보냈다. 잔금 400만원 들어왔다. 통장 확인했다. 3개월 동안 다른 작업 거의 못 했으니까 이 돈이 전부였다. 시급 계산하면 회사 다닐 때보다 낮았다. 근데 후회 안 했다. 클라이언트한테 전화 왔다. "정말 감사해요. 덕분에 브랜드 제대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런칭하면 연락 주세요." "네, 제품 보내드릴게요." 전화 끊었다. 고양이 쓰다듬었다. "나 브랜딩 했다." 혼잣말했다. 뿌듯했다. 달라진 거 그 후로 브랜딩 문의 더 들어왔다. 포트폴리오에 올렸더니 반응 좋았다. "UI만 하시는 줄 알았어요." 지금 두 번째 브랜딩 프로젝트 하는 중이다. 이번엔 견적 1200만원 받았다. 경험 생겼으니까. 자신감도 붙었으니까. UI 작업도 달라졌다. 브랜딩 관점으로 보게 됐다. 버튼 하나 디자인해도 '이 브랜드답게' 생각한다. 전체를 보게 됐다. 어려웠다. 밤샘 많이 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근데 그래서 재밌었다. 성장하는 느낌 있었다. UI만 계속 했으면 못 느꼈을 거다. 프리랜서 장점이 이거다. 하고 싶은 거 도전할 수 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실패해도 내 책임이고, 성공해도 내 거다. 다음엔 뭘 해볼까. 모션 그래픽? 3D? 아직 모른다. 근데 또 하고 싶은 거 생기면 할 거다. 견적서 쓰면서 검색하면서 배우면서. 그렇게 프리랜서 산다.브랜딩 한 번 해보길 잘했다. UI만 하는 디자이너에서 브랜드 만드는 디자이너 됐으니까.
- 26 Dec, 2025
PPT 디자인 외주도 받는 이유: 수입 다양화의 현실
PPT 디자인 외주도 받는 이유: 수입 다양화의 현실 본업 아닌데 왜 하냐고요 친구가 물었다. "너 UI 전문인데 왜 PPT까지 해?" 대답은 간단하다. 돈. UI 디자인 한 건당 200500만원. 프로젝트 기간 23주. 들어오면 좋은데 안 들어올 때가 문제다. 지난달 통장 입금 내역 보니까 250만원. 이번 달은 아직 0원. 다음 달 프로젝트는 미정. 이게 프리랜서다.그래서 받는다. PPT 디자인. 브랜딩 로고. 명함. 패키지. 심지어 SNS 썸네일도. 본업 아니라고 안 받으면 굶는다. 진짜로. 수입 다양화라는 그럴싸한 말 요즘 프리랜서 아티클 보면 다들 말한다. "수입원을 다각화하세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좀 다르다. 내 1월 수입 구성:UI 디자인 (본업): 300만원 PPT 디자인: 80만원 로고 수정: 50만원 명함 디자인: 30만원 총 460만원UI만 했으면 300만원. 잡일 안 했으면 160만원 날렸다.2월은 더 극적이다:UI 디자인: 0원 (프로젝트 없음) PPT 디자인: 120만원 브랜딩 작업: 180만원 총 300만원본업이 없었다. PPT가 주업이 됐다. 수입 다양화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PPT 외주의 현실적 계산 클라이언트가 물어본다. "PPT 한 장에 얼마예요?" 이 질문이 제일 답하기 어렵다. 내 PPT 단가:기본 템플릿 수정: 20~30만원 (30분 작업) 20페이지 신규 제작: 80120만원 (35일) 투자 피칭용 고퀄: 150~200만원 (1주일) 급한 건 추가 50% (잠 못 자는 비용)UI 디자인과 비교하면:UI 프로젝트: 300만원, 3주 작업 → 시급 환산 5만원 PPT 30장: 100만원, 3일 작업 → 시급 환산 4만원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PPT가 훨씬 자주 들어온다.UI는 한 달에 1~2건. PPT는 주 1건. 안정성이 다르다. 클라이언트 스펙트럼 UI 클라이언트:스타트업 대표, 기획자 계약서 쓴다 회의 3~5번 수정 요청 구체적 돈은 늦어도 받는다PPT 클라이언트:직장인, 학원 강사, 자영업자 계약서 안 쓸 때 많음 카톡으로 "이렇게 해주세요" "느낌 있게" 같은 애매한 요청 선금 없으면 불안하다작년에 있었던 일. PPT 150만원짜리 받았다. 계약서 없이. 완성본 보내고 나서 클라이언트 연락 두절. 3주 동안. 결국 받긴 했다. 독촉 카톡 열 번 보내고. 그 뒤로는 무조건 선금 50%. 계약서 없어도 선금은 받는다. 시간 관리의 지옥 UI 프로젝트 하나 진행 중이면 집중한다. 다른 일 안 받는다. 문제는 UI 없을 때다. 지난주 스케줄:월: PPT 20장 (8시간) 화: 로고 시안 3개 (5시간) 수: UI 수정 요청 (클라이언트 갑자기 연락) (6시간) 목: PPT 추가 수정 (4시간) 금: 새 프로젝트 견적서 3개 (3시간)하루 8시간씩 일했는데 프로젝트는 5개. 머릿속 컨텍스트 스위칭이 힘들다. UI 하다가 PPT 하려면 뇌를 재부팅해야 한다. 피그마 닫고 파워포인트 켜는 순간. "아 이거 지금 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한다. 통장이 명령한다. 포트폴리오 딜레마 내 비핸스 포트폴리오:UI 디자인 12개 브랜딩 3개 PPT... 0개PPT는 안 올린다. 올리고 싶지 않다. 이유는 명확하다. UI 디자이너로 보이고 싶어서. 실제로는 이번 달 수입의 40%가 PPT다. 그런데 포트폴리오엔 없다. 모순이다. 작년에 PPT 고퀄리티로 해서 클라이언트가 좋아했다. "포트폴리오에 올려도 되냐"고 물었다. 나는 "네"라고 했다. 그런데 안 올렸다. UI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이 흔들릴까 봐. 친구가 말했다. "그거 수입의 반이잖아. 전문 분야 아니야?"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인정하기 싫다. 실제 시급 계산해보니 이번 달 작업 시간 다 기록해봤다. UI 디자인:총 수입: 400만원 작업 시간: 80시간 시급: 5만원PPT 디자인:총 수입: 150만원 작업 시간: 25시간 시급: 6만원충격적이다. PPT가 시급이 더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정 횟수. UI는 클라이언트 피드백 3~5번. 한 번에 2시간씩 수정. PPT는 "이 부분만 색 바꿔주세요" 같은 간단한 수정. 10분 컷. 효율로 따지면 PPT가 이긴다. 자존심으로 따지면 UI가 이긴다. 통장은 둘 다 환영한다. 클라이언트 눈치의 기술 UI 프로젝트 진행 중인데 PPT 의뢰 들어오면. "지금 큰 프로젝트 진행 중이라 어려워요" 하고 싶다. 근데 말한다. "네 가능합니다." 왜냐면:다음 달 일정 비어 있음 UI 프로젝트 갑자기 취소될 수도 있음 단가 깎이더라도 일단 받아야 함지난달에 배웠다. UI 프로젝트 계약했다. 500만원. 다음 달 일정 다 비웠다. 계약금 받고 2주 뒤. 클라이언트 연락. "죄송한데 투자 무산돼서 프로젝트 보류요." 계약금 50만원만 받고 끝. 다음 달 일정 텅 빔. 그때부터 배웠다. 큰 프로젝트 있어도 작은 일 거절하지 말자. PPT든 로고든 명함이든. 일단 받는다. 프리랜서의 생존법칙이다. 세금 신고할 때의 혼란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작년 수입 정리했다. 항목별 수입:UI/UX 디자인: 2800만원 PPT 디자인: 1200만원 브랜딩/로고: 800만원 기타: 300만원 총 5100만원세무사가 물었다. "주업종이 뭐예요?" "UI 디자이너요." "근데 PPT 수입이 많네요?" 할 말이 없었다. 업종 코드 뭘로 해야 하나. 디자인업? 시각디자인업? 멀티미디어 디자인업? 결국 "디자인업"으로 했다. 애매하게. 명함에는 "UI/UX Designer"라고 쓴다. 세금 신고서에는 그냥 "디자이너". 정체성이 흔들린다.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중 올해 목표: 선택적으로 일 받기. 작년에는 다 받았다. PPT, 로고, 명함, 썸네일, 유튜브 자막 디자인(?)까지. 결과: 번아웃. 11월에 일주일 내내 못 일어났다. 그냥 누워만 있었다. 프로젝트는 밀렸다. 클라이언트한테 "몸이 안 좋아서"라고 했다. 거짓말은 아니다. 정신이 안 좋았으니까. 그 뒤로 기준 세웠다:시급 3만원 이하 프로젝트는 거절 "급해요" 없이 급한 건 거절 계약서 안 쓰겠다는 클라이언트 거절 선금 안 주겠다는 사람 거절이번 달 거절한 프로젝트: 3개. 거절할 때마다 불안하다. "이거 거절하면 다음 달 일 없으면?" 그래도 거절한다. 경험이 가르쳐줬다. 싼 프로젝트가 제일 힘들다는 걸. 본업과 부업의 경계 친구들 만나면 물어본다. "요즘 뭐해?" 대답이 애매하다. "UI 디자인 하는데... 요즘은 PPT도 좀 하고." 친구: "아 그래? PPT 디자인도 돈 되네?" 나: "응... 근데 본업은 UI야." 왜 자꾸 해명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더 직접적이다. 엄마: "아직도 그거 해? 회사는 안 가?" 나: "프리랜서로 잘 벌고 있어." 엄마: "PPT 만드는 게 직업이야?" 나: "그게 아니라... UI 디자인이 본업이고..." 설명하다가 지친다. 그냥 "디자이너"라고만 한다. 수입 공개의 양날의 검 프리랜서 커뮤니티에서 수입 인증글 올라온다. "이번 달 800만원 달성!" 댓글에는 축하 반, 시기 반. 나도 올려볼까 생각했다. "이번 달 450만원." 근데 안 올린다. 이유:UI 디자이너인데 PPT 수입 비중 높으면 창피함 숫자만 보면 많아 보이는데 4대보험 없고 세금 떼면... 다음 달은 100만원일 수도 있음프리랜서 수입은 평균이 의미 없다. 어떤 달은 600만원, 어떤 달은 150만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4000만원대. 괜찮아 보인다. 실제로는 매달 통장 걱정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 생존 전략 5년 뒤를 생각해본다. 시나리오 1: UI 디자이너로 계속 가기포트폴리오 퀄리티 업 단가 올리기 (현재 300→500만원) PPT는 서서히 줄이기시나리오 2: 멀티 디자이너로 자리잡기UI, 브랜딩, PPT 모두 전문성 키우기 "빠른 턴어라운드" 강점으로 안정적 수입 유지현실적으로는 시나리오 2로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 UI만 하면 멋있다. 그런데 굶을 수 있다. PPT도 하면 멋없다. 그런데 살 수 있다. 선택은 명확하다. 결론: 이상과 현실 사이 내 명함에는 "UI/UX Designer". 내 통장 내역에는 "PPT 디자인 외주비". 괴리가 있다. 인정한다. 처음에는 자존심 상했다. "나 UI 전문인데 왜 PPT를..." 지금은 안다. 이게 프리랜서 생존법이라는 걸.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고정급 받는다. 나는 매달 다르게 번다. 그 대신 자유롭다. 출근 없고, 상사 없고, 회의 없다. PPT 외주? 받는다. 로고 디자인? 받는다. 명함? 받는다. 본업이 뭐냐고? UI 디자이너다. 그런데 지금은 PPT 하고 있다. 내일은 또 모른다. 그게 프리랜서다.통장이 시키는 일은 다 한다. 자존심은 나중에 챙긴다.
- 25 Dec, 2025
오전 메일 확인이 프리랜서의 하루를 결정한다
오전 메일 확인이 프리랜서의 하루를 결정한다 눈 뜨자마자 노트북 알람보다 불안이 먼저 깬다. 눈 뜨면 핸드폰. 메일 앱부터 연다. 아직 침대에 누워있는데 벌써 심장이 두근거린다. 새 메일 7개.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프로젝트 제안일 수도 있고, 클레임일 수도 있고, "급합니다"일 수도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에 이미 하루가 결정된다. 프리랜서 4년 차, 아직도 아침이 제일 무섭다.제목만 봐도 알아 메일함 열면 제목만으로 다 보인다. "[문의] 견적 요청 드립니다" - 심장 뛴다. 새 프로젝트다. "RE: 수정 요청사항" - 한숨 나온다. 또 고치라는 거다. "긴급) 오늘 중으로 가능할까요?" - 짜증 난다. 너는 급해도 나는 일정이 있다고. 제목 순서대로 열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연다. 좋은 것부터? 나쁜 것부터?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나쁜 것부터 본다. 최악을 먼저 보면 나머지가 괜찮아 보인다. 심리 작전이다. 견적 요청 메일의 함정 "안녕하세요, 한프리님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드립니다." 이 문장이 나오면 일단 기분 좋다. 포트폴리오 봤다는 건 성의가 있다는 뜻이다. 아무한테나 보내는 스팸 아니라는 거다. "쇼핑몰 리뉴얼 프로젝트인데요, 페이지 약 30개 정도입니다." 30개. 계산기 두드린다. 페이지당 20만원이면 600만원. 15만원이면 450만원. 실제로는 협상 들어가면 400 안팎일 거다. "예산은 넉넉하게 준비했습니다." 이 문장이 나오면 오히려 긴장된다. '넉넉하다'는 사람치고 실제로 넉넉했던 적이 없다. 대부분 200~300 부른다. "일정이 좀 촉박한데, 2주 안에 가능할까요?" 30페이지를 2주. 하루에 2페이지씩 뽑으라는 소리다. 수정 기간 빼면 실제로는 10일. 불가능은 아닌데 다른 일을 다 미뤄야 한다. 답장 쓴다. "안녕하세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공손하게 시작한다. 견적서는 오후에 보낸다. 바로 보내면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프리랜서의 자존심이다.수정 요청의 지옥 "RE: RE: RE: 수정 요청사항" RE가 세 개면 이미 네 번째 수정이다. 계약서에는 수정 2회까지라고 명시했는데, 클라이언트는 절대 안 읽는다. 메일 연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거의 다 왔는데요, 몇 가지만 더 수정 부탁드립니다." '몇 가지'가 15개다. 리스트가 스크롤로 내려간다.메인 비주얼 색상을 좀 더 밝게 로고 위치를 3px 왼쪽으로 폰트를 다시 처음 거로 (1차 시안으로 돌아가라는 소리) 버튼 모양을 라운드로 전체적인 느낌을 고급스럽게...'느낌'을 고급스럽게. 이게 제일 어렵다. 느낌은 주관적이다. 내가 고급스럽다고 만들어도 클라이언트는 아니라고 한다. 답장 쓴다. "확인했습니다. 수정 작업 후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속으로는 욕한다. 계약서 다시 꺼내본다. '수정 2회 포함, 추가 수정 시 회당 30만원.' 이거 받아낼 수 있을까. 대부분 못 받는다. '이 정도야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도 그렇게 합리화한다. 다음 프로젝트 받으려면 관계 유지해야 한다. 프리랜서는 을이다. 아무리 계약서가 있어도 을이다. "급한데 오늘 가능하세요?" 이 메일이 제일 싫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급한 건이 생겨서요. 오늘 중으로 PPT 디자인 가능할까요? 30장 정도인데 내일 아침 발표라서요." 30장을 오늘. 지금 오전 10시다. 실제 작업 시간은 12시간. 한 장당 24분.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절하면 다음에 안 준다. "한프리님은 바빠서 안 되시더라고요"라고 소문난다. 프리랜서 세계는 좁다. 답장 쓴다. "확인했습니다. 러프한 느낌으로 먼저 보내드리고, 내일 수정 가능할까요?" 협상이다. 완성도를 낮춰서 시간을 번다. 클라이언트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급하니까. 견적은 평소보다 50% 올린다. 급한 건 급료가 붙는다. 이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많다. "예산이 정해져 있어서요." 그럼 급한 거 아니잖아. 진짜 급하면 돈 더 준다. 결국 평소 가격에 받는다. 오늘 야근 확정이다. 저녁 약속 취소한다. 또.클라이언트 잠수의 공포 제일 무서운 건 답장이 없을 때다. 최종 시안 보냈다. 3일 전이다. 읽음 표시는 떴는데 답이 없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한 번 더 보낸다. 또 읽음. 또 무응답. 불안해진다.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아니면 다른 디자이너 알아보는 건가. 돈은 선금만 받았다. 잔금 300만원이 공중에 떠 있다. 통장 확인한다. 잔고 150만원. 이번 달 카드값 200만원. 이 돈 못 받으면 마이너스다. 또 메일 보낸다. "확인하셨을까요? 수정 사항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너무 간절해 보이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간절하다. 3일째 되는 날 답장 온다. "죄송합니다. 내부 검토 중이었어요. 일단 이대로 진행할게요." 화나지만 웃는다. "감사합니다. 최종 파일 보내드리겠습니다." 잔금 입금 확인될 때까지 불안하다. 입금되면 그때 진짜 끝이다. 그 전까지는 프로젝트가 끝난 게 아니다. 메일함이 비어있는 아침 가끔 새 메일이 0개인 날이 있다. 처음엔 좋다. '오늘은 여유 있게 내 작업 하자.' 포트폴리오 정리하고, 공부도 하고. 점심 때쯤 또 확인한다. 여전히 0개. 오후 3시. 또 확인. 스팸 메일도 없다. 저녁 6시. 불안해진다. 왜 아무도 연락 안 하지. 나한테 문제 있나. 밤 10시. SNS 뒤진다. 다른 프리랜서들 글 본다. "프로젝트 4개 동시에 돌려서 미치겠다" - 부럽다. 다음 날 아침. 눈 뜨자마자 메일 확인. 새 메일 1개. "견적 요청 드립니다." 살았다. 오늘은 일할 수 있다. 메일이 만드는 롤러코스터 프리랜서의 하루는 오전 메일로 결정된다. 좋은 메일이 있으면 하루 종일 기분 좋다. 작업도 잘 된다. 효율이 200%다. 나쁜 메일이 있으면 하루 종일 찝찝하다. 커피를 네 잔 마신다. 집중이 안 된다. 메일이 없으면 하루 종일 불안하다. 핸드폰을 20번 확인한다. '혹시 와이파이 문제인가' 싶어서 데이터로도 확인한다. 회사 다닐 때는 출근하면 일이 있었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됐다. 월급날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메일이 일을 만든다. 메일이 돈을 만든다. 메일이 미래를 결정한다. 오전에 메일함 여는 순간, 오늘 하루가 어떨지 알 수 있다. 이번 달이 어떨지도. 그래서 무섭고, 그래서 기대된다. 그래도 확인은 한다 매일 아침 똑같다. 눈 뜨면 핸드폰. 메일 앱. 심장 두근거림.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아무것도 없는 날도 있다. 하지만 확인은 한다. 안 볼 수가 없다. 프리랜서니까. 오전 메일이 내 하루를 결정하니까.메일 0개인 날이 제일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