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4년, 통장 잔고를 하루에 몇 번 확인하는 사람의 이야기

프리랜서 4년, 통장 잔고를 하루에 몇 번 확인하는 사람의 이야기

프리랜서 4년, 통장 잔고를 하루에 몇 번 확인하는 사람의 이야기 오늘도 통장을 켰다 아침 9시. 눈 뜨자마자 핸드폰 잡는다. 은행 앱 들어간다. 비밀번호 누른다. 잔고 확인한다. 점심 1시. 작업하다 말고 또 켠다. 저녁 7시. 저녁 먹으면서 또. 자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루 최소 네 번. 많으면 여덟 번. 프리랜서 된 지 4년. 이 습관은 안 고쳐진다. 회사 다닐 땐 안 그랬다. 월급날만 확인했다. 25일 되면 입금되고, 그걸로 한 달 살았다. 단순했다. 예측 가능했다. 지금은 다르다. 언제 돈이 들어올지 모른다. 얼마가 들어올지도 불확실하다. 클라이언트가 "다음 주에 입금할게요" 했는데, 2주가 지나도 안 들어올 때가 있다. 연락하면 "아 죄송해요, 깜빡했어요." 깜빡이 제일 무섭다.300만원이 생존선이다 통장에 300만원 있으면 숨 쉰다. 200만원 떨어지면 불안하다. 100만원 되면 잠이 안 온다. 왜 300만원이냐. 월세 60만원, 관리비 10만원. 통신비, 보험, 구독료 합쳐서 15만원. 식비 50만원, 교통비 10만원. 세금 따로 모으는 돈 50만원. 나머지는 비상금. 이게 한 달 최소 생활비다. 여기에 병원 가거나, 친구 결혼식 가거나, 노트북 고장 나면 더 필요하다. 그래서 300만원은 있어야 한다. 그게 심리적 안전선이다. 500만원 넘으면 좀 여유롭다. 외식도 하고, 옷도 산다. "이번 달은 괜찮네" 싶다. 800만원 넘으면 행복하다. 짧다. 일주일. 곧 세금 낼 거 생각하면 식겁한다. 작년 종합소득세 250만원 냈다. 올해는 더 낼 것 같다. 통장에 돈 쌓이면 일부는 세금용 계좌로 옮긴다. 안 그러면 5월에 멘붕 온다.입금 알림이 최고의 알림이다 "우리은행 입금 2,500,000원" 이 알림 뜰 때가 제일 좋다. 심장이 뛴다. 진짜로. "들어왔다!" 소리 지른다. 고양이가 쳐다본다. 혼자 사는데 누구한테 좋아하냐고. 입금되면 바로 확인한다. 잔고 늘어난 거 본다. 5초 동안 행복하다. 그리고 계산기 두드린다. 이번 달 카드값 80만원. 다음 달 월세 60만원. 세금용 50만원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150만원. 5초의 행복이 끝난다. 그래도 입금은 입금이다. 일한 대가다. 내가 번 돈이다. 다음 프로젝트까지 버틸 수 있다. 입금 안 될 때가 더 많다. 일은 했는데 돈은 안 들어온다. "세금계산서 처리 중이에요" "결재 라인이 길어서요" "담당자가 휴가라서요" 기다린다. 통장만 본다. 새로고침 누른다. 안 들어왔다. 또 누른다. 여전히 없다. 프리랜서는 기다리는 직업이다. 일 없는 달의 공포 5월이었다. 프로젝트 세 개가 동시에 끝났다. 한 달간 미친 듯이 일했다. 600만원 벌었다. 좋았다. 이번 달은 쉬자. 넷플릭스 봤다. 친구 만났다. 낮잠도 자고, 여행 계획도 세웠다. 6월이 왔다. 새 프로젝트가 없었다. 견적 요청 메일이 안 왔다. 처음엔 괜찮았다. "원래 이럴 때 있지." "곧 연락 오겠지." 2주가 지났다. 통장에서 돈만 나갔다. 월세, 카드값, 식비. 3주째. 밤에 잠이 안 왔다. 통장 켜서 계산했다. "이 속도면 8월엔 바닥 친다." 포트폴리오 다시 정리했다. 커뮤니티에 영업 글 올렸다. 전 직장 동료한테 연락했다. "혹시 외주 일 있으면 연락 주세요." 자존심? 그런 거 없다. 프리랜서한테 자존심은 사치다. 7월 중순에 연락 왔다. "PPT 디자인 급한데 가능하세요?" "네 가능합니다." 조건도 안 물어봤다. 일단 받았다. 그렇게 버틴다.통장 보는 게 습관이 된 이유 왜 자꾸 보냐고 물으면, 대답은 간단하다. 불안해서. 회사원은 예측한다. 이번 달 월급 250만원. 다음 달도 250만원. 1년 후에도 250만원. (인상 있으면 더) 프리랜서는 예측 못 한다. 이번 달 500만원. 다음 달 100만원. 다다음 달 0원일 수도 있다. 변동성이 크다. 그래서 확인한다.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통장이 현실이다. 일기장보다 정직하다. 내가 얼마나 일했는지, 얼마나 벌었는지, 얼마나 썼는지 다 나온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친구가 물었다. "그렇게 자주 보면 더 불안하지 않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안 보면 더 불안하다. 모르는 게 더 무섭다. 차라리 본다. 현실을 직시한다. 그리고 대응한다. 통장 적으면 일 찾는다. 넉넉하면 좀 쉰다. 이게 내 시스템이다. 건강하진 않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게 프리랜서 생존법이다. 그래도 다시 회사 갈 순 없다 부모님이 말씀하신다. "그냥 회사 다녀. 안정적이잖아." 맞다. 회사가 안정적이다. 월급도 나오고, 4대보험도 있고, 연차도 있고, 퇴직금도 있다. 하지만 못 간다. 정확히는 안 간다. 회사 다닐 때 기억난다. 아침 8시 출근. 저녁 7시 퇴근. (정시 퇴근은 꿈) 회의 2시간, 보고서 작성 1시간. 실제 디자인 작업 시간은 3시간. 내 시간이 없었다. 내 선택이 없었다. 프리랜서는 다르다. 클라이언트는 선택한다. 시간도 조절한다. 못 하겠으면 거절한다. (돈 있을 때) 불안하다. 맞다. 통장 매일 본다. 맞다. 수입 불규칙하다. 맞다. 하지만 자유롭다. 내 이름으로 일한다. 내 책임으로 번다. 이게 좋다. 통장 잔고 보면서 사는 삶. 4년째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할 것 같다. 불안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오늘도 통장 켰다. 네 번째다. 내일도 켤 거다.

견적 깎아달라는 클라이언트, 어떻게 대처할까?

견적 깎아달라는 클라이언트, 어떻게 대처할까?

견적 깎아달라는 클라이언트, 내 정가는 내가 지킨다 견적서를 보냈다. 정성들여 계산했다. 작업 시간, 내 스킬, 수정 횟수, 마감일까지 다 고려했다. 그럼 뭔가 들어온다. 카톡이다. "견적 좀 깎아줄 수 없을까요? 예산이 생각보다 적어서..."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그 순간. 아, 이거 정말 싫다. 이 감정 알아? 일하고 있던 집중력도 깨지고, 자존감도 흔들린다. 내 일을 평가 절하받는 기분. 그런데 이걸 매번 당하면서 느꼈다. 이건 협상이 아니라 심리전이라는 거. 내가 먼저 무너지는 쪽이 진다. 그래서 정했다. 견적 깎기 요청이 들어오면 나는 전문가처럼 대응한다.첫 견적에서 이미 결정된다 문제는 처음 견적에서 생긴다. 너무 낮게 책정하면 이런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 "어차피 이 정도면 깎아줄 거겠지"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거다. 나는 한 번 당했다. 2년 차 프리랜서일 때, 과자 회사 UI 리디자인 프로젝트. 너무 들뜨는 마음에 300만원에 내 견적을 책정했다. 소개받은 클라이언트라 '좋은 관계 만들고 싶다'는 심리. 근데 받은 요청은 "250만원으로 할 수 있나요?"였다. 그 순간 내가 한 말은 "네, 괜찮습니다"였다. 그 일이 끝나고 깨달았다. 나는 정말 멍청했다. 앞으로 절대 이렇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그래서 이제는 다르다. 견적을 낼 때부터 버팀목을 세운다. 일단 내가 충분히 조사한다. 클라이언트 규모, 프로젝트 복잡도, 수정 횟수를 어떻게 제한할 건지. 그리고 내가 넉넉하게 생각하는 최저 가격을 정한다. 그 이하로는 안 내려간다. 이게 첫 번째 방어선이다. 낮은 견적 = 깎아달라는 요청 = 내 멘탈 파괴. 이 방정식을 깨뜨려야 한다. 견적 깎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자, 그럼 어떻게 거절할까. 여기가 핵심이다. 1단계: 감정을 숨기고 전문가처럼 내가 제일 먼저 하는 건 깊게 숨을 쉬는 거다. 그리고 '이건 당연한 요청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는 자기 예산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거다. 나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다. 일단 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래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 다음에 내가 하는 말은 이거다: "안녕하세요! 견적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시한 금액은 프로젝트 일정, 수정 횟수, 그리고 최종 결과물 품질을 고려해서 책정한 가격입니다. 혹시 프로젝트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신지 함께 살펴볼 수 있을까요?" 이 답변의 포인트:거절이 아니라 '함께 살펴보자'는 자세 내 견적이 임의가 아니라 근거 있다는 표현 상대방에게 선택지 제공 (범위 축소)이렇게 답변하면 대부분 둘 중 하나가 된다. 첫째, 조용해진다. 둘째,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줄일 수 있나요?"라고 물어온다. 둘 다 좋다.2단계: 범위 축소로 흥정하기 "예산을 맞출 수 없다면 프로젝트를 줄여보자"는 제안이 제일 깔끔하다. 예를 들면:초안 5개 → 3개로 줄이기 수정 횟수 무제한 → 5회차로 제한 모바일 + 태블릿 + 데스크톱 → 모바일, 데스크톱만 PPT 추가 작업 제거구체적으로 "이 부분을 빼면 XX만원이 됩니다" 이렇게 제시한다. 그럼 클라이언트가 판단할 수 있다. 돈을 더 낼 건지, 범위를 줄일 건지. 내가 겪은 실제 사례가 있다. 스타트업 애플 앱 디자인 견적이 450만원이었는데, 클라이언트가 350만원을 요청했다. 나는 이렇게 했다: "모바일 앱 전체 플로우는 유지하되, 애니메이션 상세 가이드를 기본 레벨로 축소하고, 수정은 최대 3회차로 진행하면 350만원이 맞습니다. 가능하신가요?" 클라이언트는 생각해봤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가이드는 유지하고 싶은데, 수정을 2회차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역제안했다. 결국 400만원에서 타협했다. 둘 다 만족하는 결과였다. 3단계: 감정적 거절의 위험성 너무 자주 당하다 보면 화난다. 진짜 화난다. 그 감정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견적은 이미 충분히 낮은 가격입니다." "전문 디자이너와 저가 디자이너는 다릅니다." "이 정도면 다른 곳에서는 더 비쌉니다." 안 된다. 절대 금지다. 이렇게 하면 클라이언트는 즉시 떠난다. 그리고 SNS에 "이 디자이너 쌌어요" 같은 평가를 남긴다. 프리랜서는 평판이 전부인데. 내가 한 번 실수했다. 영어 강사 누군가 내게 "배너 5장 50만원에 할 수 없나"라고 물었다. 내 견적은 120만원이었다. 나는 짜증이 났다. 왜냐하면 그게 얼마나 무례한 깎기인지 아니까. 그래서 답변했다: "50만원이면 다른 분께 문의해보세요." 너무 차갑게. 그 사람은 기분 상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속한 커뮤니티에 "이 디자이너는 너무 불친절해요"라고 써뒀었다. 아, 정말 자존심 때문에 얻은 좋은 게 뭐가 있나. 정가를 지키는 것과 관계를 지키는 것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된다. "전문가답게 대응한다"는 게 "무조건 거절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견적을 깎아주기도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첫째, 첫 거래일 때 새로운 클라이언트는 투자다. 이 사람이 나중에 큰 프로젝트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럼 처음 프로젝트에서 10~15% 정도는 깎아줄 수 있다. 대신 명확하게 말한다: "첫 협업이라 이번엔 400만원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정상 가격입니다." 둘째, 내가 실수했을 때 견적을 낮게 잘못 계산했으면... 그건 내 책임이다. 수정한다. 다만 이건 정말 드물다. 보통 한 세 번은 계산기로 확인한다. 셋째, 장기 프로젝트나 반복 거래일 때 한 달에 3~4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받는 클라이언트면 약 10% 할인 가능하다. 대신 이건 계약서에 명시한다: "월 3건 이상의 지속적인 협업을 조건으로 단가 할인이 적용됩니다."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 4년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거, 견적 깎기 요청은 둘 중 하나다. 첫째, 나의 첫 견적이 잘못됐다. 둘째, 상대방이 나를 테스트하고 있다. 대부분은 첫째다. 내가 너무 낮게 쳤거나, 클라이언트의 예산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거나. 그래서 이제는 프로젝트 수주 전에 꼭 묻는다: "혹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예정하신 예산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 하나면 70%의 협상 싸움을 미리 피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가 "200만원까지만 가능해요"라고 하면, 나는 처음부터 그 범위 내에서 견적을 낸다. 그리고 그 이상 깎기 요청은 안 들어온다. 나머지 30%는 어떻게 되나? 글쎄, 그런 클라이언트들 대부분은 어차피 나중에 문제가 된다. 계약 후에도 자꾸 요청을 추가하고, 수정을 반복한다. 돈도 늦게 들어온다. 그런 사람들과는 처음부터 맞지 않는 거다. 요즘은 견적 깎기 요청이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다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담담하게 대응한다. 감정 섞지 않고, 논리적으로, 프로답게. 진짜 힘든 건 견적 깎기가 아니라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거다. 나는 아직도 그걸 배우고 있다. 아마 계속 배울 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예산이 부족한 클라이언트를 거절하는 게 아니라, 나의 업무 범위를 초과하는 일을 거절하는 거다. 이 차이를 아는 게 전문가와 나머지를 구분 짓는다.결국 내 견적은 내가 지킨다. 그게 자존심이자 프로의식이다.[IMAGE_1] [IMAGE_2] [IMAGE_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