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Dec, 2025
망원동 투룸, 반은 작업실 반은 집으로 살아가기
망원동 투룸, 반은 작업실 반은 집 오늘 택배 기사님이 물었다. "여기 사무실이에요, 집이에요?" 나도 모르겠다. 작년 11월에 이사 왔다. 망원동 투룸. 보증금 3000, 월세 65. 방 하나는 침실, 방 하나는 작업실. 완벽한 계획이었다. 지금은 작업실에서 밥 먹고, 침실에서 노트북 켜고 일한다. 경계가 없다. 아침 9시, 출근은 5초 침대에서 일어나서 작업실 문 열면 출근 끝. 5초 걸린다. 세수도 안 했다. 모니터 켠다. 어제 밤 11시까지 했던 작업 파일이 그대로다. 미완성 PPT 40페이지. 오늘 오후 5시 마감. 커피 내린다. 부엌이랑 작업실 거리 3미터. 왕복 10초. 출퇴근 시간 0분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확신이 없다. 책상 앞에 앉는다. 잠옷 바지에 후드티. 아무도 안 본다. 화상 회의 있으면 위만 갈아입는다. 첫 작업 시작. 10시 30분. 원래 9시 시작이 목표였다. 매일 밀린다.점심 12시, 냉장고와의 거리 배고프다. 냉장고 연다. 어제 시킨 떡볶이 반 남은 거. 전자레인지 3분. 작업실에서 먹는다. 모니터 보면서. 이메일 확인하면서. 클라이언트 답장 쓰면서. 이게 점심인가. 끼니인가. 그냥 먹이를 섭취한 건가. 회사 다닐 때는 동료들이랑 식당 갔다. 메뉴 고민하고, 줄 서고, 수다 떨고. 1시간. 그때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밥 먹는 시간 10분. 효율적이다. 근데 뭔가 허하다. 냉장고 문 여는 횟수 세어봤다. 하루 평균 17번. 배고파서가 아니다. 그냥 습관이다. 일하다가 막히면 냉장고 연다. 별거 없다. 문 닫는다. 다시 일한다. 작업실이랑 부엌 거리 3미터가 독이다. 너무 가깝다.오후 3시, 침대가 보인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PPT 32페이지까지 했다. 8페이지 남았다. 눈이 아프다. 작업실 문 열려있다. 침실 보인다. 침대 보인다. 이불 보인다. 5분만 누울까. 아니다. 누우면 1시간 간다. 알고 있다. 커피 더 내린다. 오늘 세 번째. 카페인 과다. 손 떨린다. 의자에서 일어난다. 스쿼트 10개. 집에서 일하면 운동 부족이라고 했다. 누가 그랬는지 기억 안 난다. 창문 연다. 망원시장 소리 들린다. 사람들 목소리. 장사하는 소리. 바깥세상이 있다는 증거. 나는 투룸 안에 있다. 7시간째. 다시 앉는다. 마감 2시간 남았다. 저녁 7시, 퇴근이 없다 PPT 넘겼다. 5시 10분에. 10분 늦었지만 클라이언트는 괜찮다고 했다. 이제 퇴근인가. 아니다. 견적서 써야 한다. 새로 들어온 프로젝트. 브랜드 로고 디자인. 답장 안 하면 다른 디자이너한테 간다. 저녁 먹는다. 배달 음식. 짜장면. 또 모니터 보면서 먹는다. 드라마 틀어놨다. 넷플릭스. 밥 먹는 시간이라도 콘텐츠를 소비해야 할 것 같다. 9시. 견적서 완성. 보낸다. "검토 후 답변 드리겠습니다." 언제 오려나. 모니터 끈다. 이제 퇴근인가. 침실 간다. 침대에 눕는다. 핸드폰 본다. 인스타그램. 업계 소식. 새 프로젝트 공모. 저장한다. 나중에 지원해야지. 11시. 아직도 일 생각한다. 퇴근이 뭐지.경계가 사라지는 시간들 투룸에 산 지 6개월. 발견한 것들. 출근길이 없으면 마음의 준비가 없다. 회사 다닐 때는 지하철 30분이 워밍업 시간이었다. 음악 듣고, 업무 정리하고, 마음 다잡았다. 지금은 침대에서 책상까지 10초. 정신이 따라오지 못한다. 퇴근길이 없으면 일이 끝나지 않는다. 회사 나오면 물리적으로 일과 멀어진다. 집에 오면 쉬는 시간. 지금은 작업실 나오면 침실이다. 침실 나오면 작업실이다. 도망칠 곳이 없다. 점심시간이 없으면 밥이 아니라 연료다. 동료가 없으면 대화가 없다. 하루 말한 단어 수를 세어봤다. 27개. 택배 기사님한테 "감사합니다" 두 번. 혼잣말 스물다섯 번. 나만의 룰 만들기 망하기 전에 규칙을 만들었다.오전 9시 30분까지 씻고 옷 갈아입기. 잠옷으로 일하지 않기. 누가 보든 안 보든.점심은 작업실 밖에서. 거실 식탁이라도. 모니터 끄고 먹기.저녁 8시 이후 견적서 안 쓰기. 급한 거 아니면 내일.주 2회 카페 나가기. 코워킹 스페이스 월 10만원. 아깝지만 정신 건강비.침실에 노트북 안 가져가기. 침대는 일하는 곳이 아니다.지켜지는가. 50% 정도. 그래도 안 만들면 0%다. 투룸의 장점을 찾아보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솔직히. 출퇴근 시간 0분. 연 500시간 절약. 교통비 0원. 연 150만원 절약. 눈치 안 본다. 집중 잘될 때 12시간 연속 작업 가능. 회사였으면 불가능. 점심 메뉴 고민 안 한다. 냉장고에 있는 거 먹으면 된다. 시간 절약. 옷 신경 안 쓴다. 편한 옷. 화상 회의 없는 날은 하루 종일 후드티. 고양이 키운다. 회사 다니면 못 키웠다. 낮에 혼자 있으면 불안해한다. 지금은 작업실 책상 아래서 잔다. 가끔 무릎에 올라온다. 위로가 된다. 자유롭다. 이게 제일 크다. 내가 시간을 컨트롤한다. 물론 클라이언트 마감이 있지만. 그래도 출근 도장은 안 찍는다. 균형 찾기는 진행형 6개월 살아봤다. 답은 없다. 어떤 날은 완벽하다. 9시 기상, 10시 작업 시작, 점심 식탁에서, 저녁 7시 퇴근, 넷플릭스. 규칙 지킨다. 뿌듯하다. 어떤 날은 망한다. 11시 기상, 침대에서 노트북, 냉장고 20번, 밤 10시까지 일, 침대에서 핸드폰. 다음 날 후회. 패턴이 없다.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다르다. 마감 일주일 전에는 규칙 따위 없다. 살아남기 바쁘다. 그래도 계속 시도한다. 매일 아침 다짐한다. 오늘은 경계를 지키겠다고. 50% 지켜진다. 50%는 실패다. 그래도 0%보단 낫다. 투룸에서 일하고 사는 것. 자유와 불안의 공존. 효율과 고립의 교환. 선택의 결과. 망원동 투룸이 준 것들 좋은 것: 시간, 돈, 자유, 고양이, 통근 스트레스 제로. 나쁜 것: 경계 붕괴, 고립감, 운동 부족, 냉장고 중독, 대화 결핍. 후회하는가. 아니다. 다시 회사 갈 건가. 모르겠다. 지금은 이렇게 산다. 투룸에서. 반은 일하고 반은 살고. 경계는 흐리고 균형은 찾는 중. 내일도 5초 출근한다. 잠옷 벗고 일한다. 냉장고 15번쯤 열 것이다. 저녁 8시에 퇴근 시도한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계속한다.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오늘도 작업실 문 안 닫았다. 침대가 보인다. 내일은 닫아봐야지.
- 13 Dec, 2025
월급이 200만원일 때와 600만원일 때의 마음가짐 차이
월급이 200만원일 때와 600만원일 때의 마음가짐 차이 통장을 보는 횟수 200만원 들어온 달엔 통장을 하루에 한 번 본다. 600만원 들어온 달엔 하루에 다섯 번 본다. 차이가 뭐냐고? 200만원일 땐 확인해봤자 기분만 나빠진다. 600만원일 땐 볼 때마다 신기하다. "진짜 내 돈 맞나?"8월에 200만원 들어왔다. 프로젝트 두 개. 작은 브랜딩 하나에 100만원. 웹 페이지 수정 작업 100만원. 세금 떼면 실수령 180만원. 월세 70만원 빠지면 110만원. 통신비, 전기세, 인터넷, 구독료 빠지면 80만원. 식비 50만원 쓰면 30만원 남는다. 저축? 개뿔. 9월엔 600만원 들어왔다. 큰 프로젝트 하나에 400만원. PPT 디자인 세 건에 200만원. 세금 떼면 540만원. 월세 빠지고 470만원. 고정비 빠지고 440만원. 식비 똑같이 50만원 쓰면 390만원 남는다. 저축 200만원 넣고도 190만원 남는다. 장보는 태도 200만원 달엔 편의점 도시락 산다. 3900원짜리. "뭐 먹지" 고민 안 한다. 제일 싼 거. 마트 가면 할인 스티커 붙은 것만 본다. 유통기한 임박 50% 할인. "이거 오늘 먹으면 되지." 과일은 안 산다. 비싸다. 바나나 한 송이에 3000원. 그 돈이면 김밥 한 줄 먹는다.600만원 달엔 마트에서 장본다. 제대로. 파프리카 산다. 딸기 산다. 유기농 우유 산다. "몸 좀 챙겨야지." 그달은 샐러드도 시켜 먹는다. 만 원짜리. 200만원 달엔 상상도 못 하는 가격이다. 배달 앱 켜서 '먹고 싶은 거' 검색한다. '제일 싼 거' 아니라. 카드 긁을 때 떨리지 않는다. 그게 제일 크다. 친구 만나는 빈도 200만원 달엔 약속을 피한다. "요즘 바빠서" "일정이 꼬여서" "다음에 보자" 사실 돈이 없어서다. 밥 먹으면 만 오천원. 카페 가면 오천원. 한 번 만나면 이만원 나간다. 이만원이면 나 혼자 사흘 먹는다. 친구가 "내가 살게" 하면 더 싫다. 다음엔 내가 사야 하니까.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600만원 달엔 먼저 연락한다. "야 밥 먹자" "주말에 시간 돼?" "오랜만에 보고 싶다" 친구가 "어디서 먹을까" 물으면 "아무데나 괜찮아" 진심으로 말한다. 메뉴 고를 때 가격 안 본다. 먹고 싶은 거 시킨다. 계산할 때도 편하다. 카드 내밀면서 떨리지 않는다. "다음엔 내가 살게" 이 말 들어도 부담 없다. 실제로 다음에 내가 산다. 그럴 수 있다는 게 좋다. 새벽 3시의 생각 200만원 달 새벽엔 불안하다. 다음 달 프로젝트가 없다. 견적서 보낸 게 세 개인데 답이 없다. "떨어진 건가" "내 견적이 비싼가" "경쟁자가 더 쌌나" 핸드폰 들여다본다. 메일 새로고침 계속 누른다. 당연히 새벽 3시에 답장 올 리 없다. 알면서도 확인한다. 계산한다. 이번 달 통장 잔고 더하기 다음 달 예상 수입. 아니지, 다음 달 확정 수입은 아직 없다. "이대로 6개월 가면..." 계산기 두드린다. 숫자가 마이너스 나온다. 잠이 안 온다. 600만원 달 새벽엔 다르다. 일단 이번 달은 살았다. 다음 달 것도 반은 확보했다. 선금 200만원 들어온 프로젝트가 있다. 확정이다. "일단 한 달은 버틴다." 그 생각하면 잠이 온다. 물론 완벽하게 안심은 안 된다. 프리랜서니까. 하지만 200만원 달 새벽 3시와는 다르다. 하늘과 땅 차이다. 부모님 전화 받는 마음 200만원 달엔 전화가 부담이다. "요즘 일 잘돼?" "돈은 잘 벌어?" "회사는 안 알아봐?" 대답이 궁색하다. "응, 괜찮아" 실은 안 괜찮다. "이번 달 좀 적게 벌었어" 이것도 말 못 한다. 부모님은 프리랜서 이해 못 하신다. "월급이 왜 매달 달라" "회사 다니면 고정으로 나오는데"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결국 "회사 다녀라" 결론이다. 600만원 달엔 전화가 덜 무겁다. "일 잘 되고 있어" 이번엔 진짜다. "이번 달 많이 벌었어" 숫자까지 말한다. 부모님 "오~" 하신다. 짧은 순간이지만 인정받는다. "그래도 회사가 안정적이긴 하지" 여전히 이 말씀은 하신다. 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200만원 달보단 낫다. 월등히 낫다. 일 제안 받을 때 반응 200만원 달엔 뭐든 받는다. 견적 깎아달라는 요청? "네, 조정 가능합니다." 급하게 3일 안에 해달라는 요청? "네, 가능합니다." 범위 애매한 프로젝트? "일단 시작하고 조율하죠." 나중에 후회한다. "왜 받았지." 하지만 그때는 선택지가 없다. 이거라도 안 하면 다음 달 월세가 문제다. 600만원 달엔 선택한다. "죄송하지만 이 견적은 어렵습니다" 처음으로 이 말을 한다. "일정이 빠듯해서 추가 금액 필요합니다" 요구할 수 있다. "프로젝트 범위 명확히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계약서 꼼꼼히 쓴다. 거절당해도 괜찮다. 이번 달은 이미 확보했으니까. 다음 프로젝트를 기다릴 여유가 있다. 이게 협상력이다. 돈이 협상력이다. 통장 잔고가 자존감이다. 자기계발 투자 200만원 달엔 유튜브로 공부한다. 무료 강의 찾아본다. "포토샵 무료 강의" "피그마 기초 튜토리얼" "디자인 트렌드 2024" 책 사고 싶어도 참는다. 3만원짜리 디자인 책. 그 돈이면 일주일 식비다. 온라인 강의? 29만원. 꿈도 못 꾼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근데 여유 있는 때가 안 온다. 600만원 달엔 산다. 망설이던 책 다섯 권 산다. 15만원 결제하면서 안 떨린다. 온라인 강의도 결제한다. 29만원. "투자다" 생각한다. 실제로 투자 맞다. 배운 거 다음 프로젝트에 쓴다. 견적 더 높게 부를 수 있다. 돈이 돈을 번다. 가진 자의 여유다. 세금 고지서 받을 때 200만원 달엔 세금이 원망스럽다. 종합소득세 고지서 온다. 150만원. "미친." 분납 신청한다. 50만원씩 세 번. 그것도 빡빡하다. 다음 달 수입이 확실하지 않은데. "나라는 꼬박꼬박 가져가네" "회사원들은 원천징수라 모르잖아" 짜증난다. 600만원 달엔 세금도 다르게 보인다. 똑같이 150만원 고지서 온다. 여전히 아깝다. 하지만 낼 수 있다. 한 번에 낼 수 있다. "에잇, 내자" 계좌이체 누른다. 속은 쓰리지만 불안하진 않다. 이게 차이다. 세금 내고도 400만원 남는다. 200만원 달이었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명절 전 일주일 200만원 달에 명절이 끼면 지옥이다. 귀성 교통비. KTX 왕복 10만원. 부모님 용돈. 최소 30만원은 드려야 한다. 친척 조카들 용돈. 만 원씩 다섯 명이면 5만원. 명절 선물. 한우 세트 10만원. 합계 55만원. 200만원 달 수입의 4분의 1이다. 명절 끝나고 돌아오면 통장이 텅텅 비어있다. 다음 달 생활비가 걱정된다. "명절이 반갑지 않다" 이런 생각 하는 나 인간성 이상한가. 600만원 달에 명절이 끼면 숨통이 트인다. 똑같이 55만원 쓴다. 하지만 비율이 다르다. 수입의 10%. 감당 가능하다. 부모님께 용돈 더 드릴 수 있다. 50만원 드린다. "이번 달 일 잘됐어요" 이 말과 함께. 부모님 좋아하신다. 나도 기분 좋다. 명절이 부담이 아니라 기회다. 효도할 수 있는 기회. 돈이 효도를 가능하게 한다. 현실이다. 미래 계획 200만원 달이 반복되면 미래가 안 보인다. "5년 후엔 뭐하고 있을까" 상상이 안 된다. 저축 못 한다. 투자 못 한다. 집 살 생각 못 한다. "평생 월세로 살겠지" "결혼은 꿈도 못 꾸고" "애는 당연히 안 낳고" 프리랜서 5년 차 선배 본다. 여전히 월세 산다. 여전히 프로젝트 따라 수입 들쑥날쑥하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무섭다. 600만원 달이 반복되면 달라진다. 계산해본다. 600만원에서 생활비 200만원 빼면 400만원. 저축 200만원, 투자 100만원, 비상금 100만원. 1년이면 저축 2400만원. 2년이면 5000만원 가까이. "전세 들어갈 수 있겠네" "결혼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 실제로 600만원이 매달 보장되는 건 아니다. 프리랜서니까. 하지만 가능성이 보인다. 200만원 달엔 가능성조차 안 보였다. 희망이 생긴다. 버틸 이유가 생긴다. 평균을 잡는 법 8개월 수입 정리해봤다. 1월 400만원 2월 250만원 3월 600만원 4월 200만원 5월 500만원 6월 300만원 7월 550만원 8월 200만원 평균 375만원. 근데 평균은 의미 없다. 200만원 달엔 200만원이 현실이고 600만원 달엔 600만원이 현실이다. 평균 소득으로는 못 산다. 최저 소득으로 살아야 한다. 그게 프리랜서다. 그래서 600만원 달에도 200만원처럼 쓰려고 노력한다. 차액 400만원은 무조건 저축. 실패한다. 인간이니까. 600만원 들어오면 돈 쓰고 싶다.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옷도 사고 싶다. "이번 달은 잘 벌었으니까" 타협한다. 400만원 중 100만원은 써도 된다고. 나머지 300만원은 무조건 저축. 이것도 어긴다. 200만원 저축하고 200만원 쓴다. 그래도 뭐. 200만원이라도 모으면 다행이다. 완벽한 재정 관리는 못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 200만원 달이 와도 버틸 수 있게. 비상금 통장 잔고를 늘려놓는다. 지금 1500만원. 목표는 3000만원. 3000만원 있으면 일 없어도 6개월 버틴다. 그 정도면 안전하다고 느낄 것 같다. 아직 멀었다. 결론 같지 않은 결론 월급이 200만원일 때와 600만원일 때. 같은 사람인데 다른 사람 같다. 200만원일 때 나는:불안하고 쪼들리고 위축되고 미래가 안 보인다600만원일 때 나는:여유롭고 당당하고 선택할 수 있고 가능성이 보인다돈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돈이 바꾸는 게 많다. 마음가짐? 돈이 바꾼다. 자존감? 돈이 올린다. 대인관계? 돈이 편하게 한다. 미래 계획? 돈이 가능하게 한다. 프리랜서 4년 차. 아직도 매달 다르다. 이번 달은 550만원 들어왔다. 다음 달은 모른다. 확정된 건 300만원. 추가로 들어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게 프리랜서다. 통장을 본다. 오늘 네 번째다.통장 잔고는 거짓말 안 한다. 그게 제일 무섭다.
- 12 Dec, 2025
전 직장 동료의 외주 연결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이유
전 직장 동료의 외주 연결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이유 목요일 저녁, 카톡 한 통 저녁 7시. 작업 막바지. 전 직장 선배한테 카톡 왔다. "한프리~ 우리 팀에서 PPT 디자인 급하게 필요한데, 받을 수 있어?" 읽자마자 답장했다. "네! 가능합니다. 언제까지요?" 3초 만에 답장 온다. 프리랜서는 빠른 답장이 경쟁력이다. 선배가 대충 설명해줬다. 40페이지, 다음 주 월요일까지, 예산 80만원. 계산기 두드렸다. 페이지당 2만원. 나쁘지 않다. 주말 이틀 꼬박 매달리면 된다. "감사합니다. 할게요!" 통화 끊고 나니까 복잡했다. 고맙다. 근데 뭔가 껄끄럽다.전 직장 동료가 연결해주는 일의 패턴 프리랜서 4년 하면서 깨달은 거. 일의 30%는 전 직장 인맥에서 온다. 선배, 동기, 후배. 다들 회사 다니면서 외주 필요할 때 나한테 연락한다. 패턴이 있다. 첫째, 급하다. "내일까지 가능해?" "이번 주 안에" 여유 있는 프로젝트는 잘 안 온다. 사내 디자이너가 안 되는 걸 나한테 넘긴다. 둘째, 예산이 애매하다. 회사 예산은 있는데 정식 외주 맡기기엔 적다. 그래서 아는 사람한테 부탁한다. "우리 예산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 셋째, 수정 요청이 많다. 클라이언트가 여러 명이다. 팀장, 부장, 임원, 대표. 다들 한마디씩 한다. 넷째, 계약서가 없다. "우리 사인데 뭘 그렇게까지" 그냥 카톡으로 합의하고 시작한다. 나중에 문제 생기면 곤란한 건 나다. 그래도 받는다. 왜냐면 일감이 필요하니까.고마운 건 진짜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고맙다. 프리랜서 초반 1년은 지옥이었다. 일감 없어서 통장 바닥났다. 부모님한테 손 벌릴 뻔했다. 그때 연락 온 게 전 직장 동기였다. "너 프리랜서 한다며? 우리 팀 로고 만들어줄래?" 60만원짜리 작은 프로젝트. 그때 그 돈이 얼마나 큰지. 그 이후로도 계속 연결해줬다. 동기 팀 프로젝트, 선배 부서 PT, 후배 회사 홈페이지. 포트폴리오도 쌓였다. 대기업 작업물은 아무래도 보기 좋다. 가끔 밥도 산다. "이번 건 수고했어. 밥 사줄게." 회사 구내식당 밥이 그립다. 이 인맥이 없었으면 지금 나 없다. 그건 확실하다. 근데 왜 이렇게 불편한가 문제는 관계다. 선배한테 견적서 제대로 못 쓴다. "80만원이요? 좀 비싼데..." "아 네, 그럼 70으로 할게요." 갑과 을이 명확해진다. 전엔 같은 회사 동료였는데. 후배가 수정 요청할 때도 그렇다. "언니 미안한데 이거 하나만 더..." 열 번째 수정이어도 "응, 해줄게" 한다. 거절을 못 한다. 다음 일도 생각해야 하니까. 한 번은 동기가 이랬다. "야 너 진짜 프리랜서구나. 우리가 돈 주는 사람이네." 농담이었겠지. 근데 웃으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우리 관계가 이제 거래 관계다.가장 힘든 순간 작년 11월이었다. 선배가 큰 프로젝트 연결해줬다. 브랜딩 작업, 500만원. 3주 동안 매달렸다. 컨셉부터 로고, 명함, 리플렛까지. 최종 발표 전날. 선배한테 전화 왔다. "한프리야, 미안한데 우리 예산이 잘못 나왔어." "네? 어떻게요?" "500 중에 200만원만 줄 수 있을 것 같아." 머리가 하얘졌다. 이미 다 만들었다. 계약서는 없었다. "선배, 그건 좀..." "야 나도 어쩔 수 없어. 위에서 그러는데. 니가 이해해줘." 결국 300만원에 합의했다. 선배가 개인돈 100 보탰다. 그날 밤 엄청 울었다. 화가 났다. 근데 누구한테 화를 내야 하나. 선배한테? 그 사람도 직장인이다. 회사한테? 내가 계약서를 안 썼다. 나한테? 그게 맞는 것 같다. 다음 날 선배가 미안하다고 연락 왔다. "진짜 미안해. 밥 사줄게." 밥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데. 그래도 "괜찮아" 했다. 관계가 깨질까 봐. 언제까지 가능할까 요즘 이 생각 자주 한다. 이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전 직장 퇴사한 지 4년. 동료들이랑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선배는 임원 달았다. 이제 외주 같은 거 직접 안 챙긴다. 동기들은 애 낳았다. 야근도 힘든데 내 일 챙겨줄 여유 없다. 후배들은 이직했다. 새 회사에서 날 모른다. 인맥은 소모품이다. 계속 일만 받으면 마른다. 나도 밥 사고 선물하고 연락한다. 근데 한계가 있다. 나는 프리랜서니까 시간이 곧 돈이다. 가끔 무섭다. 5년 후엔 누가 날 기억할까. 새로운 영업처를 찾아야 한다. 근데 그게 쉽지 않다. 모르는 회사한테 메일 보내면 99% 무시당한다. 전 직장 인맥이 편하다. 그래서 여기에 기댄다. 근데 이게 맞나. 결국 내가 바꿔야 하는 것 지난주에 결심했다. 이제 좀 바꾸자. 첫째, 계약서 쓴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어도. "형식상 필요해서요" 하고 쓴다. 둘째, 견적 안 깎는다. "제 작업 단가가 이래서요" 딱 말한다. 안 되면 안 받는다. 셋째, 수정 횟수 명시한다. "수정 3회까지 포함이에요. 추가는 건당 10만원입니다." 미안해하지 않는다. 넷째, 새로운 클라이언트 찾는다. 매달 영업 메일 10통씩 보낸다. 거절당해도 괜찮다. 다섯째, 전 직장 인맥은 소중히 한다. 근데 일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일 없어도 연락하고 밥 먹는다. 쉽지 않다. 어제도 선배한테 견적 깎아줬다. "이번만" 하면서. 근데 조금씩이라도 바꾸려고 한다. 안 그러면 5년 후가 더 불안하다. 그래도 전 직장 동료들한테 진심으로 고맙다. 그 사람들 없었으면 진짜 못 버텼다. 다만 이제는 알았다. 관계와 일은 분리해야 한다. 친구면서 클라이언트일 순 없다. 을의 위치에서 우정은 오래 못 간다.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서로한테 좋다. 나도 당당하고 상대도 편하다. 그게 진짜 프로다. 작년에 동기가 그랬다. "야 너 이제 진짜 프로같아. 견적서 딱딱 끊어."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프리랜서 5년 차가 되려면. 이런 경계를 잘 그어야 한다. 아직도 어렵지만. 배우는 중이다.관계는 소중하다. 근데 일은 일이다. 그 줄을 타는 게 프리랜서의 숙제다.
- 11 Dec, 2025
코워킹 스페이스 vs 집 작업: 생산성 있는 선택은?
코워킹 스페이스 vs 집 작업: 생산성 있는 선택은? 오늘도 고민했다 아침 10시.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 켰다. 메일 확인. 새 프로젝트 하나. '오늘 어디서 작업하지?' 집이면 편하다. 침대 바로 옆이다. 나가면 돈 든다. 월 30만원짜리 코워킹 멤버십 있지만. 오늘만 벌써 세 번째 고민이다. 결국 집에서 시작했다. 점심까지만. 근데 점심 먹고 나니까 침대가 자꾸 보인다. '잠깐만' 하고 누웠다가 2시간 날렸다. 이런 날이 한두 번이 아니다.집 작업의 현실 집에서 일하면 좋은 점. 출퇴근 시간 제로. 옷 안 갈아입어도 됨. 커피값 안 나감. 화장 안 해도 됨. 근데 문제가 있다. 첫째, 경계가 없다. 침실이 작업실이다. 작업실이 침실이다. 일하다가 침대 보이면 눕고 싶다. 침대에서 쉬다가 노트북 보이면 일해야 할 것 같다. 둘째, 집안일이 보인다. 설거지 안 한 거. 빨래 돌려야 하는 거. 택배 왔다고 벨 울리는 거. 청소기 돌리면 30분 날아간다. 셋째, 아무도 안 봐서 긴장감이 없다. 유튜브 하나만 볼게. 한 시간 지남. 인스타 잠깐만 볼게. 스크롤 끝이 없음. '어차피 오늘 마감 아니니까' 하면 끝이다. 지난달 통계 봤다. 집에서만 작업한 주: 평균 5시간 집중. 밖에서 작업한 주: 평균 8시간 집중. 차이가 확실하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장점 망원동에서 홍대까지 20분. 월 30만원짜리 코워킹 스페이스 쓴다. 여기 오면 확실히 다르다. 첫째, 물리적 분리. 집 나서면 '일 모드' 켜진다. 가방 메고, 노트북 들고, 이어폰 끼면. '오늘은 ○○ 작업 끝낸다' 마음먹게 됨. 둘째, 다른 사람들 있다. 다들 일한다. 나도 일해야 할 것 같다. 유튜브 보기 눈치 보임. 좋은 의미로. 누가 보는 건 아닌데 그냥 그렇다. 셋째, 환경이 갖춰져 있다. 듀얼 모니터 쓸 수 있음. 책상 넓음. 프린터 있음. 무한 커피 있음. 회의실도 예약 가능. 화상 미팅 때 유용함. 넷째, 네트워킹.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사람이 나중에 클라이언트 됨. 점심 먹다가 외주 받기도 함. 프리랜서끼리 정보 공유하는 것도 좋음. 지난주에 브랜딩 일 하나 받았다. 코워킹 라운지에서 커피 마시다가. 옆에서 일하던 사람이 먼저 말 걸었다. "혹시 디자이너세요?" 그렇게 500만원짜리 프로젝트 따냄.근데 비용이 문제다 월 30만원. 1년이면 360만원. 여기에 왕복 교통비. 점심값. 커피값(밖에서 또 삼). 계산해봤다. 작년 코워킹 관련 지출: 연 520만원. 세금 신고 때 경비 처리는 하지만. 일 없는 달에도 30만원 나간다. 2월에 프로젝트 하나밖에 없었다. 수입 150만원. 코워킹 30만원. 그달은 좀 아까웠다. 게다가 가끔 안 간다. '오늘은 집에서' 하면 30만원 아깝다. 월 20일 가면 하루 1.5만원. 15일 가면 하루 2만원. 계속 계산하게 된다. 그래서 일일권도 써봤다. 하루 1만원짜리. 필요할 때만. 근데 막상 쓰려니까 "오늘 1만원 쓸까?" 고민됨. 고민하다가 안 가게 됨. 지금은 멤버십으로 돌아왔다. '이미 냈으니까 가야지' 심리 작용하는 게 낫다. 프로젝트별로 나눴다 3개월 테스트했다. 어떤 일은 집. 어떤 일은 밖. 집에서 하는 게 나은 작업:러프 스케치, 아이디어 정리 간단한 수정 작업 메일 답장, 견적서 작성 클라이언트 통화 (집이 조용함) 새벽/저녁 급한 수정코워킹에서 하는 게 나은 작업:메인 디자인 작업 (집중 필요) 긴 작업 (5시간 이상 걸리는 것) 마감 임박한 것 (집중력 최대치로) 새 프로젝트 기획 화상 미팅 (배경 깔끔함)기준은 '집중력'. 집중 2시간 필요하면 집. 집중 5시간 필요하면 밖. 예를 들어. 지난주 앱 UI 작업. 3일 작업. 첫날: 코워킹. 전체 구조 잡음. 8시간. 둘째날: 코워킹. 메인 화면 작업. 7시간. 셋째날: 집. 수정 작업. 3시간. 이렇게 나누니까 효율적이다.카페는 애매하다 코워킹 30만원 아깝다고.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 있다. 나도 해봤다. 망원동 카페들 다 가봤다. 아메리카노 4500원. 4시간 앉아있기. 하루 한 곳. 한 달 20일이면 9만원. 코워킹보다 싸다! 근데 문제 있다. 첫째, 콘센트 자리 전쟁. 자리 없으면 못 앉는다. 배터리 3시간이면 집중 끊긴다. 와이파이 안 터지는 곳도 있다. 둘째, 눈치 보인다. 사람 많은 시간대. 한 잔에 4시간. 직원 눈빛이 느껴진다. 커피 더 시켜야 하나? 8500원 됨. 셋째, 통화 못 한다. 클라이언트 전화 오면 밖에 나가야 함. 화상 미팅? 불가능. 노트북 두고 나가기 무섭다. 넷째, 소음. 옆 테이블 얘기 다 들림. 아이 우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이어폰 껴도 신경 쓰임. 결론: 카페는 1~2시간 작업용. 간단한 수정. 메일 체크. 그 정도. 본 작업하기엔 한계 있다. 가끔 분위기 전환으로는 좋다. 계절도 영향 있다 겨울이랑 여름. 집 작업 비율 높아진다. 겨울 (12~2월): 밖에 나가기 싫다. 추우니까. 코워킹까지 20분. 그게 멀게 느껴짐. 집에 난방 틀고 이불 덮고 작업. 대신 생산성 떨어진다. 알면서도. 여름 (7~8월): 집 에어컨 전기세 아깝다. 코워킹 에어컨 빵빵함. 공짜. 근데 더워서 나가기 싫다. 고민하다가 집에 있게 됨. 봄, 가을이 제일 좋다. 날씨 좋으니까 나가고 싶어짐. 산책 겸 코워킹 가는 거. 그때 생산성이 제일 높다. 작년 데이터 봤다. 45월, 910월 평균 수입 최고. 일 많이 한 게 아니라 집중해서 한 거. 날씨가 일에 영향 준다. 인정할 수밖에. 집에서 일하는 팁 코워킹 못 가는 날. 집에서라도 제대로 일하는 법.시간 정해놓기 "오전 9시~12시는 작업만" 타이머 맞춤. 폰 멀리 둠. 3시간은 집중 가능하다.옷 갈아입기 잠옷 벗어야 됨. 바지 입고, 티 갈아입고. '일 모드' 스위치 켜는 거.공간 분리 침대에서 일 안 함. 책상에만 앉음. 책상=일, 침대=쉼. 명확히.청소 미리 하기 전날 밤에 정리해둠. 아침에 설거지거리 안 보이게. 작은 것들이 집중 방해함.배경음악 카페 소음 들음. '카페 앰비언스' 유튜브 검색. 묘하게 집중 잘 됨.이렇게 하면 그날 집중 5~6시간. 코워킹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다. 코워킹 제대로 쓰는 법 30만원 아깝지 않게.가는 날 정하기 월, 수, 금은 무조건 감. 정해놓으면 고민 안 함. 화, 목은 집에서 가벼운 작업.출근 시간 맞추기 10시 전에 도착. 남들 출근할 때 나도. '직장인인 척' 하면 집중 잘 됨.마감 있는 것만 가져가기 "오늘 이거 끝낸다" 목표 명확히. 애매한 작업은 집에서. 코워킹은 집중력 파밍하는 곳.점심 시간 활용 라운지 가서 사람들 만남. 프리랜서들끼리 정보 교환. 인맥이 돈이 될 때 많음.야근 안 하기 저녁 7시면 퇴근. '오래 있어야 본전' 생각 버림. 집중 8시간이면 충분함.이렇게 쓰니까 만족도 높다. 결론: 정답은 없다 4년 프리랜서 했다. 아직도 매일 고민한다. '오늘은 어디서 일하지?' 어떤 날은 집이 답이다. 어떤 날은 나가야 일이 된다. 프로젝트, 마감일, 컨디션, 날씨. 다 고려해야 한다. 코워킹 30만원 아깝다고? 집에서 일 안 되면 더 아깝다. 한 달 수입 200만원 줄면 그게 손해다. 집에서만 한다고? 장기적으로 무너진다. 경험상 확실하다. 지금 내 루틴:월 15~18일 코워킹 나머지 집 카페는 가끔 분위기 전환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너한테는 다를 수 있다. 근데 확실한 건. 환경이 일의 질을 바꾼다. 프리랜서는 스스로 환경 만들어야 한다. 회사는 자리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매일 선택한다. 그게 자유이자 책임이다.오늘은 코워킹 갔다. 8시간 집중했다. 내일은 집에서. 수정 작업만 있으니까.
- 10 Dec, 2025
부모님의 '언제 취직하냐'는 질문에 대처하는 법
부모님의 '언제 취직하냐'는 질문에 대처하는 법 명절마다 반복되는 질문 명절이다. 아니, 명절이 아니어도 부모님과 통화하면 나온다. "그래서 언제 취직하냐?" 나는 프리랜서 4년차다. 이번 달 수입은 530만원이다. 회사 다닐 때보다 많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걸 '취직'으로 안 친다. "그건 일시적인 거고, 안정적인 회사를 다녀야지." 설명했다. 여러 번. 소용없었다.부모님이 이해 못 하는 이유 부모님 세대는 다르다. 아버지는 한 회사에 32년 다녔다. 어머니는 공무원이었다. 월급날이 정해져 있고, 퇴직금이 있고, 연금이 나온다. 그게 '직업'이다. 나는? 이번 달 530만원, 지난달 280만원, 그 전 달 620만원. 들쑥날쑥하다. "그럼 다음 달은 얼마 벌어?" "모른다." "그게 무슨 직업이냐." 논리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다음 달 수입을 나도 모른다. 4대보험도 없다. 연차도 없다. 아프면? 그냥 일 못 하는 거다. 수입 제로. 부모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처음엔 증명하려 했다 "이번 달 통장 봐. 530만원 들어왔어." 어머니가 보셨다. 표정이 복잡했다. "많이 벌었네. 그런데 다음 달은?" "프로젝트 있으면 또 벌지." "없으면?" "..." 증명이 안 된다. 프리랜서는 '이번 달'만 증명할 수 있다.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다르게 반응했다. "그렇게 많이 벌면 세금 얼마 내냐?" "3.3% 떼고 받아요." "그것만? 나중에 종합소득세 폭탄 맞는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작년 5월에 680만원 냈다. 충격이었다.회사 다니는 동생과 비교당할 때 동생은 중견기업 다닌다. 연봉 4500만원. 매달 세후 280만원 받는다. 나? 월평균 400만원쯤 번다. 더 많다. 그런데 명절 때 누가 칭찬받냐. 동생이다. "우리 막내는 안정적이라 든든해." 나는? "네 나이 때 네 동생은 과장 달았다." 동생은 아직 대리인데. 비교가 시작되면 할 말이 없다. '안정성'이라는 가치 앞에서 '돈'은 약하다. 부모님 세대는 안다. IMF 때 대기업도 망했다는 거. 그래도 회사가 낫다고 믿는다. "최소한 실업급여라도 나오잖니." 맞다. 나는 실업급여도 없다. 월 수입 편차 설명하는 법 이번 달 530만원, 지난달 280만원.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처음엔 평균으로 말했다. "월평균 400만원 정도요." 아버지가 물었다. "그럼 연봉 5000만원인 거네?" 아니다. 프리랜서는 연봉 개념이 없다. 총 매출 4800만원, 세금 빼면 4100만원, 거기서 노트북 값, 소프트웨어 구독료, 코워킹 스페이스 비용 빼면... 설명하다 보면 복잡해진다. 부모님 눈빛이 흐려진다. 지금은 다르게 말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해요. 한 건당 3001000만원. 한 달에 12건." 구체적 숫자를 주니 조금 나아졌다. "그럼 이번 달은 몇 건 했어?" "2건이요. 300 하나, 230 하나." "다음 달은?" "지금 견적 넣어놓은 게 2개 있어요." 확정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은 준다."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 이 질문이 제일 어렵다. 솔직히 나도 모른다. 5년 뒤? 10년 뒤? 계속 프리랜서일까? 업계 선배 말로는 프리랜서 5년 넘기면 취업 어렵다고 한다. 나이도 있고, 조직 생활 적응 힘들고. 그럼 평생 프리랜서인가? 40대, 50대에도 새벽 2시에 수정 작업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이런 불안을 정확히 짚는다. "지금이야 젊으니까 되지. 나중엔?" 대답 못 했다. 실제로 불안하니까. 그런데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불안하다. 구조조정, 명예퇴직, 40대 전에 나가라는 압박. "적어도 퇴직금은 있잖아." 어머니 말씀. 나는 퇴직금 대신 연금저축 들었다. 매달 50만원. 설명했는데 별로 안심 안 하신다. 실제로 했던 대화 어머니: "네가 아프면 어떡하냐?" 나: "그냥 쉬죠." 어머니: "돈은?" 나: "..." 아버지: "보험은 들었냐?" 나: "실손보험 있어요." 아버지: "그것만? 암보험, 연금보험은?" 나: "..." 동생: "누나, 그냥 회사 다녀. 편해." 나: "너는 매일 야근하잖아." 동생: "그래도 월급은 나와." 할 말이 없다. 다들 맞는 말이다. 결국 찾은 방법 증명을 포기했다. 설득을 포기했다. 대신 '보고'만 한다. "이번 달 일 잘 끝났어요." "다음 달 프로젝트 계약했어요." "통장에 돈 들어왔어요." 매달 한 번씩. 구체적 금액은 안 말한다. 그냥 '일하고 있다'는 것만. 부모님도 조금씩 바뀌었다. '언제 취직하냐'가 '일은 잘되냐'로 바뀌었다. 완전히 인정받진 못했다. 그래도 '저 애는 저렇게 사는구나' 정도는 받아들이신 것 같다. 명절 때 친척들이 물으면 어머니가 대답하신다. "쟤는... 디자인 프리랜서로 일해. 요즘 시대엔 그런 것도 있다더라." 어정쩡하다. 그래도 '백수'보단 낫다. 여전히 어려운 것들 친구 결혼식에서 부모님을 만났다. "따님은 어디 다니세요?"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 해요." "아, 그럼 취업 준비 중이시구나." 아니, 지금 일하는 건데. 설명하기 귀찮다. 그냥 웃었다. 부모님도 설명 귀찮으신가 보다. 요즘은 "회사 다닌다"고 하신다고 들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여러 회사와 일하니까. 실질적 조언들 같은 처지 프리랜서들과 얘기해봤다. 다들 비슷하다.평균 수입으로 말하지 마라. 프로젝트 단위로 말해라. 세금 신고 완료 문자 보여줘라. '정식으로 일한다'는 증거. 클라이언트 회사 이름 말해라. 대기업 프로젝트면 효과 좋다. 통장 잔고 보여주지 마라. 변동 심하면 오히려 불안해하신다. '다음 달 일 없다' 말하지 마라. 부모님은 해결 못 하신다. 걱정만 하신다.효과 있었던 건 '월세 밀린 적 없다'는 거다. "지금까지 월세 한 번도 안 밀렸어요. 카드값도 항상 제때." 이게 제일 안심하신다. 수입이 얼마든, 살아가는 데 문제없다는 증거니까. 포기하지 않은 것 부모님이 인정 안 해도 나는 계속한다. 회사 다닐 때가 더 불행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울었다. 회의 시간에 딴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지금은? 힘들어도 내 선택이다. 새벽 2시 수정 작업도, 견적 깎아달라는 요청도, 다 내가 선택한 거다. 다음 달 수입 불확실해도, 연차 없어도, 나는 이게 낫다. 부모님이 이해 못 하셔도 괜찮다. 내 인생이니까. 언젠가는 알아주실까? 모르겠다. 그냥 잘 살면 되는 거다. 그게 최고의 증명이다. 최근 변화 지난달 어머니가 전화하셨다. "네 일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자기 딸도 그렇게 하고 싶대." "..." "요즘 젊은 애들은 다 그런가 봐." 미세한 변화다. 그래도 변화다. 아버지는 여전히 걱정하신다. 연금, 보험, 노후. 맞는 말이다. 나도 걱정된다. 그래도 지금은 이게 맞다. 나한테는.부모님의 인정은 천천히 온다. 아니, 안 올 수도 있다. 그래도 내 선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