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 작성, 얼마를 매겨야 할까? 고민의 흔적
- 05 Jan, 2026
견적서 작성, 얼마를 매겨야 할까? 고민의 흔적
새벽 2시의 계산기
견적서 쓰는 중이다. 새벽 2시. 계산기 앱을 열었다 닫았다 벌써 열두 번째.
“로고 디자인 견적 주세요.” 메일은 짧았다. 내 고민은 길다.
50만원? 너무 싼가. 150만원? 안 받아줄 것 같은데. 100만원? 애매하다.
프리랜서 4년 차. 견적 매길 때마다 이렇다. 정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처음엔 몰랐다
인하우스 디자이너 4년 했다. 월급 정해져 있었다. 편했다.
프리랜서 되고 첫 견적서. “얼마 받으면 되나요?”
선배한테 물었다. “시간 계산해. 최저임금보단 높게.”
그렇게 내 첫 견적서는 30만원. 로고 디자인, 수정 무제한.
3주 걸렸다. 수정 17번. 시급 계산했더니 8000원.
편의점 알바보다 싸게 받은 거다.
그날 밤 울었다. “이게 프리랜서구나.”

클라이언트 규모부터 본다
지금은 다르다. 견적 요청 오면 먼저 클라이언트 본다.
대기업인가. 중소기업인가. 스타트업인가. 개인인가. 이거부터 파악한다.
대기업 프로젝트.
- 로고 디자인: 200만원~500만원
- 웹 디자인(10페이지): 500만원~1000만원
- 앱 UI(20화면): 800만원~1500만원
중소기업.
- 로고: 100만원~200만원
- 웹(10페이지): 300만원~600만원
- 앱(20화면): 500만원~800만원
스타트업 시드 단계.
- 로고: 50만원~100만원
- 웹(10페이지): 200만원~400만원
- 앱(20화면): 300만원~500만원
개인 사업자.
- 로고: 30만원~80만원
- 웹(5페이지): 100만원~200만원
이게 내 기준이다. 4년간 쌓은 데이터.
대기업한테 50만원 받으면 손해다. 개인한테 500만원 부르면 일 못 받는다.
현실이다.
프로젝트 규모가 핵심이다
클라이언트 규모만 보면 안 된다. 프로젝트 규모가 더 중요하다.
같은 “웹 디자인”이어도.
5페이지인가. 50페이지인가. 반응형인가. PC만인가. CMS 연동하나. 퍼블리싱까지 하나.
전부 다르다.
지난주 견적서 예시.
프로젝트A: 소규모 쇼핑몰
- 페이지: 7개
- 반응형: X
- 작업 기간: 2주
- 견적: 280만원
프로젝트B: 기업 브랜드 사이트
- 페이지: 15개
- 반응형: O
- 인터랙션 애니메이션 10개
- 작업 기간: 5주
- 견적: 850만원
B가 3배 비싸다. 일이 3배 많으니까.
당연한 거다.

마감 기간이 가격을 바꾼다
“이번 주까지 가능하세요?”
이 한마디에 견적서가 바뀐다.
정상 일정: 3주 급한 일정: 1주
급하면 1.5배 받는다. 너무 급하면 2배.
왜냐.
급한 일 받으면 다른 일 미룬다. 야근한다. 주말 없다. 스트레스 3배.
그럼 돈도 더 받아야지.
실제 사례.
명함 디자인
- 정상(1주): 30만원
- 급함(3일): 50만원
- 미쳤음(내일): 80만원
“내일까지요.” “네, 80만원입니다.” “에? 왜 이렇게 비싸요?”
설명한다. “급하시니까요. 다른 일정 다 미루고 밤새 작업합니다.”
대부분 이해한다. 안 하면 안 받는다.
내 시간도 돈이다.
너무 싸게 부르면 생기는 일
신입 프리랜서 친구가 물었다. “일 받고 싶어서 50만원 불렀는데, 흥정하네요.”
답했다. “너무 싸게 불러서 그래.”
역설적이다. 싸게 부르면 더 깎으려 한다.
30만원 견적 → “20만원 안 되나요?” → 클라이언트: “별로 안 중요한 일이구나”
300만원 견적 → “280만원 가능하세요?” → 클라이언트: “전문가네. 제대로 된 일이야.”
가격이 태도를 결정한다.
싸게 받으면.
- 수정 무한 요구
- “금방 되는 거 아니에요?”
- “이것도 해주세요” (추가 비용 없이)
- 야밤 카톡
- 존중 안 함
비싸게 받으면.
- 수정 범위 지킴
- 일정 존중
- 추가 비용 협의
- 정중한 태도
- 레퍼런스 제공
경험으로 안다.
너무 비싸게 불러도 문제다
반대도 있다.
작년에 대기업 견적 넣었다. 앱 UI 30화면. 2000만원 불렀다.
답 없었다.
나중에 알았다. 다른 프리랜서가 1200만원에 받았다고.
내 견적이 과했다. 시장 가격 파악 못 했다.
비싸게 부르면.
- 아예 답 없음
- 다른 사람 찾음
- 블랙리스트 가능성
적정선이 있다.
내 기준: 시장가 ±20% 더 비싸면 일 안 들어온다. 더 싸면 내가 손해.
실제 계산 방법
견적서 쓸 때 내가 하는 방식.
1단계: 작업 시간 예측
- 이 일 며칠 걸리나
- 하루 몇 시간 작업하나
- 수정 시간 포함
예: 로고 디자인
- 리서치: 4시간
- 스케치: 8시간
- 디지털 작업: 12시간
- 수정 3회: 6시간
- 최종 파일 정리: 2시간 → 총 32시간
2단계: 시급 설정 내 시급: 5만원 (경력, 실력, 포트폴리오 고려)
32시간 × 5만원 = 160만원
3단계: 프로젝트 난이도 반영
- 쉬움: -10%
- 보통: 그대로
- 어려움: +20%
- 매우 어려움: +50%
4단계: 클라이언트 규모 조정
- 대기업: +30%
- 중소기업: 그대로
- 스타트업: -20%
- 개인: -30%
5단계: 급한 정도 반영
- 정상: 그대로
- 약간 급함: +30%
- 매우 급함: +50%~100%
최종 견적 완성.
깎아달라는 요청이 오면
“견적이 좀 높네요. 할인 안 되나요?”
이 멘트가 제일 싫다.
대응 방법은 세 가지.
방법1: 거절 “죄송합니다. 이미 최선의 가격입니다.”
확신 있을 때만. 대기업, 정당한 가격, 내 포트폴리오 강할 때.
방법2: 범위 축소 “예산이 부족하시면 범위를 줄이면 됩니다.”
원래: 로고 + 명함 + 봉투 (150만원) 축소: 로고만 (100만원)
일은 줄이고 돈도 줄이기. 합리적이다.
방법3: 소폭 조정 “10% 정도는 조정 가능합니다.”
중소기업, 장기 거래 가능성, 포트폴리오 필요할 때.
절대 안 하는 것: “50% 할인해드릴게요!”
이러면 끝이다. 다음에도 깎을 거다.
선금은 필수다
견적서에 항상 넣는다. “착수금 50% 선입금 후 작업 시작”
이거 없으면.
작업 다 하고 잠수 타는 클라이언트 있다. “급한 일 생겨서요, 나중에 입금할게요.”
나중은 없다.
실제로 당했다. 300만원 프로젝트. 2주 작업. 최종 파일 보내고 연락 두절.
한 달 뒤 문자 보냈다. “죄송합니다, 사업이 안 돼서…”
150만원 날렸다.
그 뒤로 무조건 선금 50%. 안 주면 작업 시작 안 한다.
“선금이요? 처음 듣는데요.”
설명한다.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착수금 입금 확인 후 작업 들어갑니다.”
그래도 안 주면. 일 안 받는다.
내 원칙이다.
계약서도 중요하다
견적서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서도 쓴다.
내가 넣는 항목들.
- 작업 범위 (구체적으로)
- 작업 기간
- 총 금액, 지급 일정
- 수정 횟수 (보통 3회)
- 추가 작업 비용
- 저작권 귀속
- 중도 해지 조항
특히 수정 횟수. 이거 안 정해놓으면 무한 수정한다.
“계약서까지요? 너무 딱딱한 거 아니에요?”
아니다. 프로니까 계약서 쓴다.
대기업은 당연히 쓴다. 중소기업도 대부분 이해한다. 개인이 좀 거부감 있는데, 설득한다.
“서로 보호하기 위해서요.”
계약서 쓰면 마음 편하다. 분쟁 생기면 근거 된다.
프리랜서 커뮤니티에서 배운다
혼자 고민하면 답 없다. 커뮤니티 활용한다.
“웹 디자인 10페이지 견적 얼마 받으세요?”
물어보면 다들 답한다.
- “저는 500 받았어요”
- “클라이언트 규모에 따라 300~800”
- “급하면 +50%”
시장 가격 파악된다.
내가 자주 가는 곳:
- 프리랜서 코리아 (페이스북)
- 디자이너 단톡방
- 크몽, 숨고 견적 참고
숨고 견적 보면 시세 감 온다. 경쟁자들 가격 보인다.
너무 싸게 받지 말자. 시장을 망친다.
포트폴리오가 가격을 올린다
3년 전 견적. 로고 디자인: 50만원
지금 견적. 로고 디자인: 150만원
3배 올랐다.
왜? 포트폴리오 늘었다.
대기업 로고, 유명 브랜드, 수상 경력. 이게 쌓이면 가격 올릴 수 있다.
클라이언트가 내 이전 작업 본다. “오, 이 회사도 하셨네요?”
신뢰 생긴다. 돈 더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신입일 땐 싸게 받는 게 맞다. 포트폴리오 쌓아야 한다.
3년 차 넘으면 가격 올려야 한다. 실력 늘었으니까.
매년 10~20% 인상. 자연스럽다.
부가세 계산 까먹지 말기
프리랜서 초반에 실수했다.
“100만원입니다.” 견적 넣었다.
클라이언트: “부가세 별도죠?” 나: ”…네?”
100만원 + 부가세 10만원 = 110만원 받아야 했다.
내가 10만원 손해 본 거다.
지금은 견적서에 명확히 쓴다.
- “100만원 (부가세 별도)”
- 또는 “110만원 (부가세 포함)”
일반과세자면 부가세 받을 수 있다. 간이과세자, 면세사업자면 부가세 없다.
나는 일반과세자. 무조건 부가세 10% 추가로 받는다.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나중에 부가세 신고할 때 낸다.
이것도 모르고 프리랜서 하면 손해다.
연봉 역산해서 생각한다
회사 다닐 때 연봉 4500만원이었다.
프리랜서 되려면 얼마 벌어야 하나.
회사 연봉에 포함된 것:
- 4대보험 (회사 절반 부담)
- 퇴직금
- 유급휴가
- 각종 복지
이거 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
역산하면. 연봉 4500만원 = 프리랜서 월 500만원
여기서 세금 빠지고. 보험료 빠지고. 실수령 350만원 정도.
그럼 월 500만원은 벌어야 한다.
월 500만원 = 연 6000만원 프로젝트당 평균 200만원이면 월 2~3건.
이게 내 목표 매출이다.
견적 쓸 때 항상 생각한다. “이 가격으로 한 달에 몇 건 해야 하지?”
고민의 끝
새벽 4시. 견적서 완성했다.
로고 디자인: 120만원 (부가세 별도)
- 작업 기간: 2주
- 시안 3개
- 수정 3회
- 최종 파일: AI, PNG, JPG
- 선금 50% (60만원)
- 잔금 최종 파일 전달 후
이메일 보냈다.
“좋은 견적 감사합니다. 진행하겠습니다.”
답장 왔다.
오케이.
이번 달 목표 300만원 중 120만원 확보.
견적서 쓸 때마다 고민한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경험은 쌓인다. 데이터는 늘어난다. 감은 생긴다.
4년 차 프리랜서. 아직도 견적서는 어렵다.
하지만 예전보단 낫다. 시급 8000원 받던 시절보단 훨씬.
견적서, 오늘도 하나 보낼 준비 중이다. 이번엔 얼마 써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