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도 4대보험이 필요하다는 걸 감기 걸렸을 때 느낀다

프리랜서도 4대보험이 필요하다는 걸 감기 걸렸을 때 느낀다

프리랜서도 4대보험이 필요하다는 걸 감기 걸렸을 때 느낀다

화요일 오전 10시, 코가 막혔다

일어났는데 목이 아팠다. 콧물이 나왔다. 체온계를 찾았다. 37.8도. 감기다.

노트북을 켰다. 메일이 12개. 클라이언트가 수정 요청을 보냈다. “오늘 중으로 가능할까요?” 가능해야 한다. 내일 최종 미팅이다.

회사 다닐 땐 이럴 때 연차 썼다. 지금은 연차가 없다. 쉬면 돈이 안 들어온다. 단순한 계산이다.

종합감기약을 먹었다. 물을 마셨다. 작업을 시작했다.

병원 가는 건 사치다

감기로 병원 가는 사람 있나. 있다. 나다. 프리랜서 되기 전엔.

회사 다닐 때 병원 자주 갔다. 감기, 두통, 배탈. 점심시간에 다녀왔다. 회사 근처 병원. 진료비 5000원. 약값 3000원. 건강보험이 있으니까.

지금도 건강보험은 있다. 지역가입자. 월 12만원 낸다. 직장인 때보다 비싸다. 회사가 반 내주던 게 없어졌다.

그래도 병원은 안 간다. 시간이 아깝다. 대기 30분, 진료 5분, 약 받는 데 10분. 45분이면 디자인 시안 하나 나온다. 시안 하나가 20만원이다.

약국에서 종합감기약 샀다. 1만 2천원. 병원 안 가니까 이게 싸다.

아픈데 일하면 능률이 안 나온다는 착각

착각이 아니다. 사실이다. 그래도 한다.

오전 작업 3시간. 평소면 메인 화면 2개 끝낸다. 오늘은 1개 반. 집중이 안 됐다. 코를 풀었다. 5분에 한 번. 휴지가 10장 나갔다.

클라이언트한테 말할까 생각했다. “감기 걸려서 내일 드려도 될까요?” 말 안 했다. 이유는 세 개.

첫째, 프로답지 않다. 둘째, 다음부터 일 안 줄 수도 있다. 셋째, 어차피 해야 한다.

프리랜서는 아파도 티 내면 안 된다. 클라이언트는 내 사정을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결과물만 보면 된다.

점심은 컵라면. 끓이기 귀찮아서 배달 시킬까 했다. 배달비 3천원이 아까웠다. 프리랜서는 이런 것까지 계산한다.

4대보험이 뭔지는 알지만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이게 4대보험이다.

프리랜서는 국민연금하고 건강보험만 의무다. 월 21만원 정도 나간다. 수입이 200만원이든 600만원이든 비슷하게 낸다. 계산이 복잡하다.

고용보험은 선택이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하면 나중에 실업급여 받을 수 있다. 월 6만원 정도. 안 넣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돈이 아깝다.

산재보험도 선택이다. 일하다 다치면 보상받는 거. 디자이너가 뭘 다치나 싶었다. 손목터널증후군? 그건 산재 아니다. 안 넣었다.

결과: 아프면 그냥 버틴다. 다치면 실비보험으로 해결한다. 실비보험은 월 4만원. 이것도 아깝지만 넣었다. 맹장 터지면 끝이니까.

저녁 7시, 클라이언트한테 전화가 왔다

“한프리님, 시안 봤어요. 색상을 좀 바꿔주시면 좋겠어요.”

“네, 어떤 색으로 드릴까요?”

“음… 좀 더 밝게? 근데 너무 밝으면 안 되고.”

30분 통화했다. 결론은 세 가지 색상으로 다 만들어달라는 거였다. 추가 작업이다. 추가 비용 말할까 했다. 말 안 했다. 이 클라이언트 단골이다. 다음 달에도 일 줄 사람이다.

“네, 내일 아침까지 드릴게요.”

전화 끊고 한숨 쉬었다. 야근이다. 감기 걸렸는데 야근이다.

회사 다닐 때 생각났다. 아프면 조퇴했다. 상사가 “푹 쉬고 와” 했다. 월급은 그대로 나왔다. 연차도 안 깎였다.

지금은 다 내 선택이다. 쉬고 싶으면 쉰다. 대신 돈이 안 들어온다. 클라이언트는 다른 디자이너 찾는다.

자유와 책임. 프리랜서 설명할 때 맨날 나오는 말이다. 아플 때는 책임만 무겁다.

새벽 2시, 작업 끝

세 가지 색상 다 만들었다. 메일 보냈다. “색상별 시안 전달드립니다. 검토 부탁드려요.”

침대에 누웠다. 몸이 아팠다. 열이 더 올랐다. 38.2도. 약 먹었다. 물 마셨다.

내일 병원 갈까. 안 간다. 미팅 있다. 오후 3시. 새 프로젝트 견적 논의. 800만원짜리 앱 디자인이다. 이거 따내면 두 달 먹고산다.

아파도 가야 한다. 대신 보낼 사람이 없다. 나 혼자니까.

프리랜서 보험, 넣어야 하나

고용보험 알아봤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하면 폐업하거나 수입 급감하면 실업급여 나온다. 월 6만원, 1년 넣으면 180만원 정도 받는다.

계산해봤다. 5년 넣으면 360만원 낸다. 실업급여는 450만원 정도. 90만원 남는다. 그런데 5년 동안 폐업 안 하면? 360만원 손해.

산재보험도 알아봤다. 다치면 치료비 나온다. 월 3만원 정도. 손목 수술하면 300만원. 그런데 안 다치면? 손해.

보험은 다 그렇다. 안 써면 손해, 쓸 일 생기면 다행. 근데 당장 돈 나가는 게 아깝다.

실비보험만 있다. 이것도 작년에 넣었다. 친구가 맹장 터져서 수술했다는 얘기 듣고. 300만원 들었다고. 실비로 다 나왔다고.

나도 그럴 수 있다. 아니, 프리랜서는 더 위험하다. 스트레스 많다. 불규칙하다. 운동 안 한다. 건강검진도 미룬다.

수요일 아침, 클라이언트 답장

“두 번째 색상으로 가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끝났다. 최종 파일 보냈다. 세금계산서 발행했다. 입금은 일주일 뒤.

감기는 아직 안 나았다. 사흘째다. 약 먹고 버틴다. 오늘 미팅 있다. 새 프로젝트. 800만원.

씻었다. 옷 입었다. 마스크 썼다. 감기 티 내면 안 된다. 프로페셔널해야 한다.

거울 봤다. 다크서클. 충혈. 피곤해 보인다. 괜찮다. 다들 그렇게 산다.

건강이 돈이다, 진짜로

프리랜서 커뮤니티에서 본 글. “한 달 입원했더니 수입이 제로. 고정비는 나간다. 대출 이자, 보험료, 통신비. 퇴원하고 통장 봤더니 마이너스.”

댓글 100개 넘었다. 다들 비슷한 경험 있었다. 독감, 코로나, 허리 디스크, 교통사고.

한 명은 이렇게 썼다. “4대보험 다 넣어놨으면 좋았을 걸. 고용보험이라도 있으면 수입 급감 때 나왔을 텐데.”

공감했다. 댓글 안 달았다. 나도 안 넣었으니까.

회사 다니는 친구랑 통화했다. “감기 걸렸어. 병가 쓸까 봐.” 부러웠다. 병가가 있다는 게. 쉬어도 월급 나온다는 게.

“너 4대보험 다 있지?” 물었다.

“당연하지. 회사가 반 내주잖아.”

부럽다는 말은 안 했다. “그래, 푹 쉬어” 했다.

프리랜서의 딜레마

일 많으면 바빠서 아프다. 일 없으면 스트레스로 아프다. 아프면 일 못 한다. 일 못 하면 돈 없다. 돈 없으면 병원 못 간다. 병원 안 가면 더 아프다.

악순환이다.

해결책은 뭔가. 보험 들어라. 돈 모아라. 건강 챙겨라. 다 안다. 실천이 어렵다.

당장 다음 달 카드값 걱정하는데 고용보험 월 6만원이 아깝다. 다음 달 일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없다. 견적서 쓰고 수정하고 미팅하고 작업하면 하루 끝이다.

건강검진 문자 왔다. 작년에도 안 갔다. 올해도 미룬다. 시간 없다. 아니, 무섭다. 뭐 나오면 어쩌나.

목요일, 감기가 조금 나았다

3일 만에 좀 나았다. 약 먹고 버틴 게 효과 있었다. 아니면 그냥 시간이 지나서.

어제 미팅 잘 끝났다. 800만원 프로젝트 확정. 계약서 받았다. 선금 30% 입금됐다. 240만원. 통장 잔고가 올라갔다.

기분이 좋았다. 감기도 잊었다. 돈이 들어오면 다 괜찮아진다. 프리랜서는 그렇다.

그런데 문득 생각났다. 만약 이번 주에 입원했으면? 미팅 못 갔으면? 800만원 날아갔다. 다른 디자이너한테 갔다.

등골이 서늘했다.

보험 상담 신청했다

고용보험 신청 페이지 열었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월 6만원. 1년 뒤부터 실업급여 받을 수 있다.

망설였다. 72만원이다. 1년에.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나. 노트북 업그레이드? 태블릿 교체?

근데 입원하면? 한 달 일 못 하면? 수입 제로. 고정비는 나간다. 월세, 건강보험료, 통신비, 카드값. 200만원.

신청했다. 클릭 한 번. 월 6만원 자동이체 신청.

산재보험도 알아봤다. 월 3만원. 다치면 치료비 나온다. 손목, 허리, 목. 디자이너가 다 망가지는 부위들.

이것도 신청했다. 월 9만원 늘었다. 아깝다. 그래도 넣었다.

실비보험은 이미 있다. 월 4만원. 총 13만원. 커피값이다. 하루 두 잔씩 마신다. 그거 줄이면 된다.

금요일 저녁, 친구들 모임

회사 다니는 친구들 만났다. 퇴근 후 술자리.

“요즘 어때?” 물었다.

“바빠 죽겠어. 야근 계속.” A가 말했다.

“나도. 주말 출근했어.” B가 맞장구쳤다.

내 차례였다. “나는 그냥 프로젝트 하나 끝냈어.”

“좋겠다. 자유롭게 일하고.” A가 부러워했다.

웃었다. “자유롭지. 대신 아파도 일해야 하지만.”

“그래도 월급쟁이보단 낫지 않아?”

대답 안 했다. 맥주 마셨다.

B가 물었다. “4대보험 어떻게 해?”

“이번에 고용보험이랑 산재보험 넣었어. 늦었지만.”

“잘했네. 나도 회사 그만두면 그런 거 신경 써야 하나.”

“신경 쓰라고. 나처럼 감기 걸려서 깨닫지 말고.”

다들 웃었다. 프리랜서 얘기는 재밌다. 남 얘기니까.

프리랜서가 챙겨야 할 것들

일 잘하는 것. 기본이다.

돈 관리. 필수다.

세금 신고. 의무다.

그리고 건강. 이게 제일 중요하다.

건강 없으면 일 못 한다. 일 못 하면 돈 없다. 돈 없으면 건강 못 챙긴다. 악순환.

보험은 선택 아니다. 필수다. 4대보험 다 못 넣어도 실비보험은 필수. 고용보험, 산재보험도 고려해야 한다.

돈 아깝다고 안 넣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나처럼. 감기 걸려서 일하면서 깨닫지 말라고.

다음 주 월요일

감기 완전히 나았다. 일주일 걸렸다. 병원 안 가고 약으로 버텼다.

고용보험 승인 문자 왔다. “가입 완료. 다음 달부터 납부.” 월 6만원. 매달 빠져나간다.

아깝지 않다. 안심이다. 만약 내년에 일 없으면? 폐업하면? 실업급여 받는다. 몇 달은 버틴다.

산재보험도 승인됐다. 월 3만원. 손목 아프면 치료받는다. 손목보호대 샀다. 2만원. 미리 챙긴다.

새 프로젝트 시작했다. 800만원짜리 앱 디자인. 두 달 작업. 바쁠 거다.

이번엔 아프지 않는다. 약속한다. 운동도 한다. 일주일에 두 번. 30분씩이라도.

건강검진도 예약했다. 다음 달. 무섭지만 간다. 알아야 대비한다.

프리랜서의 자유

자유롭게 일한다. 시간, 장소, 클라이언트. 다 내가 정한다.

대신 책임진다. 일, 돈, 세금, 건강. 다 내 몫이다.

회사는 4대보험 넣어준다. 연차 준다. 병가 준다. 월급 준다. 안정적이다.

프리랜서는 다 내가 챙긴다. 보험, 휴가, 건강, 수입. 불안정하다.

그래도 선택했다. 4년 전에. 후회 안 한다. 대부분은.

가끔 아플 때만 빼고.


감기는 괜찮다. 독감은 심각하다. 입원은 재앙이다. 프리랜서는 미리 준비한다. 당하고 후회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