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신고 시즌마다 멘붕하는 프리랜서의 일과

세금 신고 시즌마다 멘붕하는 프리랜서의 일과

세금 신고 시즌마다 멘붕하는 프리랜서의 일과

4월이 오면 심장이 떨린다

또 왔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즌.

달력 넘기다가 4월 보면 심장이 빨리 뛴다. 프리랜서 4년 차인데 아직도 적응 안 된다.

회사 다닐 때는 몰랐다. 연말정산만 하면 끝이었다. 서류 몇 장 제출하면 회사에서 알아서 해줬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다 해야 한다.

3.3% 떼고 받은 돈들. 계좌 여기저기 흩어진 입금 내역들. 작년에 뭘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카드 내역들.

머리가 아프다.

오전 10시, 첫 번째 패닉

커피 마시고 노트북 켰다.

홈택스 로그인. 공인인증서 입력.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종합소득세 신고 바로가기”

클릭했다가 바로 닫았다. 무섭다.

화면 가득 채운 한자와 숫자들. 사업소득, 기타소득, 필요경비율, 소득공제, 세액공제.

하나도 모르겠다.

유튜브 켰다. ‘프리랜서 세금신고 방법’ 검색.

영상이 368개다. 어떤 걸 봐야 하지.

일단 조회수 제일 높은 거 틀었다. 22분짜리.

5분 보다가 껐다. 너무 어렵다.

다른 영상 틀었다. 이것도 어렵다.

세 번째 영상. 이것도 모르겠다.

시계 봤다. 벌써 11시 반.

아무것도 안 했다.

서류 정리는 지옥의 시작

점심 먹고 마음 잡았다.

“올해는 혼자 해보자.”

작년엔 세무사한테 맡겼다. 비용 30만원.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올해는 직접 한다. 돈 아끼려고.

서랍 열었다. 영수증 뭉치가 쏟아졌다.

카페 영수증, 노트북 구매 영수증, 태블릿 영수증, 강의 수강 영수증.

다 필요경비로 넣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근데 어떻게 입력하는지 모르겠다.

엑셀 켰다. 시트 만들었다.

날짜, 항목, 금액, 비고.

3월 5일, 카페, 6500원, 작업. 3월 12일, 택시, 18000원, 클라이언트 미팅. 3월 28일, 노션, 5달러, 월 구독료.

입력하다 보니 문제가 보였다.

영수증 없는 게 절반이다.

현금으로 산 거. 카드 영수증 버린 거. 온라인 구매한 거 메일 안 찾아진 거.

다 없다.

“아 진짜.”

엑셀 껐다. 머리 아프다.

카드 내역 확인의 늪

카드사 앱 켰다.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체 내역 조회.

스크롤 내렸다. 끝이 없다.

1월: 쿠팡 89000원, 스타벅스 6500원, 이마트 43200원, 넷플릭스 17000원.

뭐가 필요경비고 뭐가 개인 지출인지 모르겠다.

노트북 케이스는 경비다. 근데 노트북 스티커는?

아이패드 펜슬은 경비다. 근데 아이패드 케이스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작업할 때 음악 들으니까 경비 아닌가?

넷플릭스는? 가끔 레퍼런스 본다고 하면 되나?

기준이 없다.

검색했다. “프리랜서 필요경비 범위”

블로그마다 다른 얘기를 한다.

어떤 곳은 “다 넣어도 된다”고 한다. 어떤 곳은 “나중에 세무조사 나온다”고 한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결국 애매한 건 다 뺐다.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 세무조사 무섭다.

소득 계산의 미로

홈택스 다시 켰다.

“지급명세서 조회”

작년에 일한 회사들이 올린 자료다.

A사: 300만원 B사: 180만원 C사: 450만원 D사: 220만원

어? 이게 다가 아닌데.

E사는 없다. F사도 없다.

내 통장 내역 확인했다.

E사에서 150만원 받았다. 작년 11월에. F사에서 80만원 받았다. 작년 9월에.

근데 지급명세서가 없다.

“신고 안 한 건가?”

패닉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검색했다. “지급명세서 없는 소득 신고”

답변이 복잡하다.

“직접 입력해야 합니다” “증빙자료 준비하세요” “나중에 소명 요구 올 수 있습니다”

증빙자료가 뭔데.

통장 내역? 계약서? 세금계산서?

세금계산서는 안 받았다. 계약서도 없다.

카톡으로 “입금했습니다” 메시지만 있다.

이걸로 되나?

모르겠다.

일단 넣기로 했다. 안 넣으면 탈세니까.

근데 어디에 어떻게 입력하는지 모르겠다.

홈택스 화면 다시 봤다.

“사업소득”, “기타소득”, “근로소득”

E사 입금은 뭐에 해당하나.

프로젝트 단위 작업이니까 사업소득인가.

아니면 3.3% 떼고 받았으니 기타소득인가.

확인했다. 3.3% 안 뗐다. 전액 입금이었다.

그럼 사업소득이다. 맞나?

확신이 없다.

세무사 문의의 유혹

오후 4시.

3시간 했는데 진도가 안 나간다.

세무사 사무소 번호 찾았다.

작년에 맡긴 곳이다.

전화 걸까 말까 고민했다.

30만원 아깝다.

근데 이렇게 시간 쓰는 것도 아깝다.

3시간이면 디자인 작업 하나 끝낼 수 있다.

시급 계산했다.

내 시급 대략 3만원. 3시간이면 9만원이다.

세무사 비용이 30만원.

직접 하면 최소 10시간은 걸린다.

10시간이면 30만원이다.

“어? 비슷한데?”

게다가 실수할 확률도 있다.

잘못 신고하면 나중에 가산세 나온다.

가산세는 얼마나 나오지.

검색했다. “종합소득세 가산세”

“무신고 가산세: 20%” “과소신고 가산세: 10%”

100만원 잘못 신고하면 10만원 추가다.

무섭다.

전화 눌렀다.

“네, 세무법인 한강입니다.”

“저기, 작년에 종합소득세 신고 맡겼던 사람인데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한프리요. 올해도 맡기고 싶어서요.”

“네, 자료 보내주시면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끊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30만원 쓰기로 했다.

자료 준비의 고통

세무사 사무소에서 메일 왔다.

“필요한 자료 목록입니다”

  1. 사업자등록증 사본
  2. 통장 사본 (입출금 내역)
  3. 카드 사용 내역
  4. 지급명세서 (홈택스 출력)
  5. 필요경비 영수증
  6. 기타 증빙 자료

6개다.

쉬워 보였다. 근데 아니었다.

사업자등록증은 있다. PDF 파일 찾았다.

통장 사본. 은행 앱 켰다.

거래 내역 조회. 1년 치.

PDF 저장했다. 34페이지다.

근데 개인 지출도 다 섞여 있다.

배달음식, 넷플릭스, 옷 구매, 병원비.

이거 다 보는 건가. 부끄럽다.

“뭐 어쩔 수 없지.”

카드 사용 내역도 PDF 저장했다. 68페이지.

지급명세서는 홈택스에서 출력했다.

필요경비 영수증은 아까 정리한 거 스캔했다.

스캔 앱 켰다. 한 장씩 찍었다.

30장 찍었다. 손목 아프다.

PDF로 저장했다.

기타 증빙 자료.

E사, F사 입금 내역이다.

카톡 대화 캡처했다.

“작업비 입금 완료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도 PDF로 만들었다.

파일 6개 완성.

압축해서 메일로 보냈다.

“자료 보내드립니다.”

시계 봤다. 오후 7시.

하루가 갔다.

3일 후, 세무사의 질문

세무사한테 전화 왔다.

“자료 확인했는데요,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요.”

긴장했다.

“E사, F사 입금 건은 세금계산서 받으셨나요?”

“아니요, 프리랜서 계약이라 3.3% 떼고 받았어야 하는데 실수로 그냥 받았어요.”

“그럼 원천징수 안 된 거네요. 이 부분은 사업소득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네.”

“그리고 필요경비 중에 태블릿 구매 건, 이거 120만원인데 맞나요?”

“네, 작업용으로 샀어요.”

“그럼 감가상각 처리해야 합니다. 올해 전액 경비 처리 안 되고요.”

”…네?”

“전자기기는 5년 감가상각이라 올해는 24만원만 경비 처리됩니다.”

“아…”

몰랐다.

“그리고 카페 지출이 많은데, 이게 다 작업용인가요?”

“네, 집에서 일하면 집중이 안 돼서 카페 많이 가요.”

“영수증에 사업자 표시 안 돼 있으면 인정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일단 넣어는 드리는데, 나중에 세무조사 나오면 소명해야 할 수 있습니다.”

무섭다.

“알겠습니다.”

전화 끊었다.

감가상각, 원천징수, 소명.

단어만 들어도 머리 아프다.

신고 완료, 그리고 납부

일주일 후 연락 왔다.

“신고 완료됐습니다. 납부할 세금은 148만원입니다.”

“…148만원이요?”

“네, 작년 소득 대비 산출된 금액입니다.”

생각보다 많다.

작년에는 92만원이었는데.

“분납 가능한가요?”

“6월, 11월 두 번에 나눠 내실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74만원씩 두 번.

통장 잔고 확인했다. 230만원 있다.

내면 156만원 남는다.

이번 달 카드값 80만원, 집세 65만원.

11만원 남는다.

불안하다.

“다음 주에 프로젝트 대금 들어오니까 괜찮을 거야.”

스스로 다독였다.

세무사 비용 30만원 입금했다.

홈택스 들어가서 확인했다.

“신고가 완료되었습니다”

끝났다.

한숨 쉬었다.

올해도 무사히 넘겼다.

내년을 위한 다짐 (안 지켜질)

메모장 켰다.

“내년엔 이렇게 하지 말자”

  1. 영수증 모으기: 매달 정리
  2. 엑셀 작성: 수시로 업데이트
  3. 세금 계산: 분기마다 예상 세액 확인
  4. 계약서 챙기기: 반드시 받기
  5. 세금계산서 요청: 까먹지 말기

적어놓고 보니 웃긴다.

작년에도 똑같이 적었다.

지키지 못했다.

올해도 5월 되면 또 멘붕할 것 같다.

근데 어쩌겠나.

프리랜서니까.

자유의 대가다.

회사 다닐 때 그렇게 답답했으면서.

지금은 연말정산이 그립다.

서류 몇 장만 내면 끝나던 그때.

근데 돌아가고 싶냐 하면 또 아니다.

출근 안 해도 되고. 상사 눈치 안 봐도 되고. 원하는 프로젝트만 고를 수 있고.

세금 신고 한 번 하는 게 뭐 대수냐.

“내년엔 미리미리 하자.”

매년 하는 말이다.

안 지켜질 걸 알지만 또 다짐한다.

그래도 적어놓는다.

혹시 모르니까.

프리랜서의 4월 생존법

4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혼자 하지 마라.

돈 아끼려다 시간과 멘탈 잃는다.

세무사 30만원 아깝지 않다.

실수로 가산세 나오면 더 아깝다.

매달 10만원씩 세금용으로 따로 모아둬라.

5월에 갑자기 100만원 넘게 나가면 당황한다.

영수증은 바로바로 정리해라.

나중에 하면 절대 안 한다.

계약서는 꼭 받아라.

카톡 대화로는 증빙 약하다.

지급명세서 제출 안 한 업체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나중에 본인이 고생한다.

이것만 지켜도 4월이 덜 무섭다.

근데 나도 잘 안 지킨다.

매년 이맘때 되면 후회한다.

“작년에 정리 좀 할 걸.”

그러다 또 5월 지나면 잊는다.

내년에도 똑같을 것 같다.

그래도 산다.

프리랜서는 원래 이렇다.


세금 신고는 해마다 온다. 준비는 매번 안 한다. 그게 프리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