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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 22 Dec, 2025
연애를 쉬는 중인 이유: 프리랜서는 시간이 없다
연애를 쉬는 중인 이유: 프리랜서는 시간이 없다 마지막 데이트가 언제였더라 지난 소개팅이 5개월 전이다. 그때도 2시간 만에 조퇴했다. 클라이언트가 급하게 수정 요청을 보냈다. "죄송한데 급한 일이 생겨서"라고 말하고 카페를 나왔다. 상대방 표정이 기억난다. '또 이러는 거구나' 같은 얼굴. 그 이후로 연락 안 했다. 상대방도 마찬가지.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무언의 합의. 요즘 엄마가 자주 묻는다. "만나는 사람 없어?" 없다고 하면 "너 나이가 몇인데"라고 하신다. 32살이다. 알고 있다. 근데 어쩌라고.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주말에 데이트한다. 나는 주말에 밀린 작업한다. 월요일까지 넘기는 프로젝트가 세 개다. 연애? 그거 하려면 시간이 있어야지.불규칙한 일정이 문제다 오늘 오전 11시에 일어났다. 어제 새벽 4시에 잤다. 클라이언트 피드백이 밤 11시에 왔다. "내일 아침까지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했다. 거절하면 다음 일이 안 들어온다. 아침형 인간 만나면 안 맞는다. "주말 아침에 한강 걷자"는 제안을 받으면 말문이 막힌다. 나는 토요일 오전에 자고 있다. 금요일 밤에 작업했으니까. 저녁형 인간 만나면? 그것도 애매하다. 저녁 9시 이후가 나한테는 일하는 시간이다. PPT 디자인 수정하거나 견적서 쓰거나 다음 날 미팅 준비한다. 결국 시간 맞는 사람이 없다. 내 스케줄은 클라이언트가 정한다. 나는 거기 맞춰서 움직인다. 연애 상대는? 그 틈에 끼워넣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작년에 만난 사람이 "우리 고정적으로 매주 수요일 저녁 보자"고 했다. 좋은 제안이었다. 근데 3주 만에 깼다. 수요일에 급한 일이 두 번 연속 생겼다. 세 번째 약속을 또 미루려는데 "이게 무슨 연애냐"는 메시지가 왔다. 할 말이 없었다.정신적 여유가 없다 프로젝트 세 개 동시 진행 중이다. A사 웹사이트 리뉴얼, B사 앱 UI, C사 브랜딩. 마감이 다 이번 주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상태로 누군가 만나면? 대화가 안 된다. "오늘 뭐 했어?" 물어보면 "작업했어" 이게 끝이다. "뭐 재밌는 일 없어?" 없다. 집에서 노트북만 봤다. 감정적 여유도 없다. 클라이언트가 견적 깎아달라고 하면 기분이 안 좋다. 수정 요청이 열 번째 오면 짜증난다. 이걸 연애 상대한테 풀 수는 없다. 그래서 만나지 않는다. 친구가 "데이트하면 기분전환 되잖아"라고 한다. 아니다. 데이트도 에너지가 든다. 옷 입고 화장하고 나가서 대화하고 웃고. 지금 그럴 힘이 없다. 지난달에 소개팅 나갔을 때다. 상대방이 "요즘 뭐 하고 지내?"라고 물었다.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 이렇게 대답했다. 분위기가 싸해졌다. 농담처럼 말했는데 웃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내 일상은 정말 그렇다. 일-잠-일-잠. 가끔 커피 마시고 밥 먹고. 그게 전부다. 야근이 일상이다 어제 밤 11시에 카톡이 왔다. "내일 오전 미팅인데 수정본 미리 볼 수 있을까요?" 볼 수 있다고 했다. 새벽 2시까지 작업했다. 회사 다닐 때는 야근해도 퇴근 시간이 있었다. 10시에 퇴근하면 '오늘 야근했네' 했다. 지금은? 야근이 뭔지 모른다. 일하다가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일한다. 누군가 "저녁에 보자"고 하면 불안하다. 그 시간에 클라이언트 연락 오면? 약속 취소해야 한다. 그럼 또 "왜 또 그래" 소리 듣는다. 작년에 만난 사람이 "나 우선순위가 몇 번째야?"라고 물었다. 대답 못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일이 1순위다. 생계니까. 그 다음이... 잠? 건강? 연애는 순위에 없다. 프리랜서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연애는 월급쟁이나 하는 거다. 우리는 다음 달 수입도 모르는데." 공감했다. 댓글에 "인정합니다" 백 개 달렸다.데이트 비용도 부담이다 프리랜서는 수입이 불규칙하다. 이번 달 600만원 벌었다. 다음 달은? 모른다. 지금 확정된 프로젝트는 200만원어치다. 나머지는 들어와야 안다. 이 상태에서 데이트하면? 돈 쓰는 게 신경 쓰인다. 밥 먹고 카페 가고 영화 보면 10만원. 한 달에 네 번이면 40만원. 작지 않다. "더치페이 하자"고 할 수도 있다. 근데 그것도 애매하다. 상대방이 회사원이면 월급 날짜가 정해져 있다. 나는? 프로젝트 끝나고 세금계산서 끊고 입금 확인하고. 한 달 걸릴 때도 있다. 그래서 연애가 부담스럽다. 감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친구가 "좋아하면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라고 한다. 이상론이다. 통장 잔고 200만원일 때 데이트 비용 쓰는 건 현실적으로 스트레스다. 미래가 불안한데 연애는 무슨 프리랜서 5년 하면 취업 어렵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제 4년차다. 1년 남았다. 그럼 계속 프리랜서 해야 하나? 아니면 다시 회사 들어가야 하나? 이런 고민하는데 연애? 상대방한테 미안하다. "나 미래 불투명해"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결혼 얘기 나오면? 더 복잡하다. 4대보험 없고 퇴직금 없고 주말도 없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을까? 솔직히 나도 내가 배우자감인지 모르겠다. 엄마가 "안정적인 사람 만나라"고 한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다니는 사람. 근데 그런 사람들이 나 같은 프리랜서 만나고 싶을까? 의문이다. 작년에 소개팅에서 직업 얘기가 나왔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요"라고 했다. "아 그럼 집에서 일해요?" "네." "편하겠네요." 편하지 않다. 설명하기 귀찮아서 웃고 넘겼다. 두 번째 만남은 없었다. 상대방 어머니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뭐라 할 말이 없다. 맞는 말이니까. 사실 외롭긴 하다 금요일 밤 10시. SNS 보면 다들 데이트 중이다. 술 마시거나 영화 보거나 맛집 가거나.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서 UI 수정한다. 가끔 "이게 맞나" 싶다. 20대는 일하느라 보냈다. 30대도 이렇게 보내나? 40대가 되면? 그때도 혼자 일하고 있을까? 프리랜서 모임에서 만난 선배가 있다. 40대 중반. 혼자 산다. "30대 때 연애 안 하고 일만 했더니 40대 되니까 외로워"라고 했다. "그래도 돈은 많이 벌었잖아요"라고 했다. "돈으로 외로움 못 산다"고 했다. 그 말이 자주 생각난다. 나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통장 잔고는 늘어나는데 연락처는 줄어드는. 밤에 잠 안 올 때가 있다. 내일 할 일 생각하다가 갑자기 외로워진다. 옆에 아무도 없다. 고양이만 있다. 고양이는 나 힘들 때 위로 못 해준다. "연애 쉬는 중"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쉬는 게 아니다. 할 수가 없는 거다.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고 자신감도 없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하겠지 지금은 연애 안 한다. 못 한다. 당분간은 계속 이럴 것 같다. 친구들은 "일 줄여"라고 한다. 그럼 수입이 줄어든다. 수입 줄면 불안하다. 불안하면 일을 더 받는다. 악순환이다. 언제쯤 여유가 생길까? 모르겠다.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면? 저축이 어느 정도 쌓이면? 그때는 연애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계속 이렇게 살까? 일만 하다가 40대 되고 50대 되고. 그것도 인생이긴 하다. 선택이니까. 근데 가끔은 생각한다. 누군가 저녁 먹자고 하면 '좋아' 할 수 있는 삶. 주말에 여행 가자고 하면 '갈까?' 할 수 있는 삶. 클라이언트 눈치 안 보고. 그런 날이 올까? 올 거라고 믿고 싶다. 일단 오늘은 작업 먼저 끝내고.연애는 미뤄두고 일만 한다. 그게 지금 내 선택이다. 나중에 후회할까? 모르겠다. 일단 오늘 마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