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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냐는
- 10 Dec, 2025
부모님의 '언제 취직하냐'는 질문에 대처하는 법
부모님의 '언제 취직하냐'는 질문에 대처하는 법 명절마다 반복되는 질문 명절이다. 아니, 명절이 아니어도 부모님과 통화하면 나온다. "그래서 언제 취직하냐?" 나는 프리랜서 4년차다. 이번 달 수입은 530만원이다. 회사 다닐 때보다 많다. 그런데 부모님은 이걸 '취직'으로 안 친다. "그건 일시적인 거고, 안정적인 회사를 다녀야지." 설명했다. 여러 번. 소용없었다.부모님이 이해 못 하는 이유 부모님 세대는 다르다. 아버지는 한 회사에 32년 다녔다. 어머니는 공무원이었다. 월급날이 정해져 있고, 퇴직금이 있고, 연금이 나온다. 그게 '직업'이다. 나는? 이번 달 530만원, 지난달 280만원, 그 전 달 620만원. 들쑥날쑥하다. "그럼 다음 달은 얼마 벌어?" "모른다." "그게 무슨 직업이냐." 논리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다음 달 수입을 나도 모른다. 4대보험도 없다. 연차도 없다. 아프면? 그냥 일 못 하는 거다. 수입 제로. 부모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처음엔 증명하려 했다 "이번 달 통장 봐. 530만원 들어왔어." 어머니가 보셨다. 표정이 복잡했다. "많이 벌었네. 그런데 다음 달은?" "프로젝트 있으면 또 벌지." "없으면?" "..." 증명이 안 된다. 프리랜서는 '이번 달'만 증명할 수 있다.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다르게 반응했다. "그렇게 많이 벌면 세금 얼마 내냐?" "3.3% 떼고 받아요." "그것만? 나중에 종합소득세 폭탄 맞는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작년 5월에 680만원 냈다. 충격이었다.회사 다니는 동생과 비교당할 때 동생은 중견기업 다닌다. 연봉 4500만원. 매달 세후 280만원 받는다. 나? 월평균 400만원쯤 번다. 더 많다. 그런데 명절 때 누가 칭찬받냐. 동생이다. "우리 막내는 안정적이라 든든해." 나는? "네 나이 때 네 동생은 과장 달았다." 동생은 아직 대리인데. 비교가 시작되면 할 말이 없다. '안정성'이라는 가치 앞에서 '돈'은 약하다. 부모님 세대는 안다. IMF 때 대기업도 망했다는 거. 그래도 회사가 낫다고 믿는다. "최소한 실업급여라도 나오잖니." 맞다. 나는 실업급여도 없다. 월 수입 편차 설명하는 법 이번 달 530만원, 지난달 280만원.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처음엔 평균으로 말했다. "월평균 400만원 정도요." 아버지가 물었다. "그럼 연봉 5000만원인 거네?" 아니다. 프리랜서는 연봉 개념이 없다. 총 매출 4800만원, 세금 빼면 4100만원, 거기서 노트북 값, 소프트웨어 구독료, 코워킹 스페이스 비용 빼면... 설명하다 보면 복잡해진다. 부모님 눈빛이 흐려진다. 지금은 다르게 말한다. "프로젝트 단위로 일해요. 한 건당 3001000만원. 한 달에 12건." 구체적 숫자를 주니 조금 나아졌다. "그럼 이번 달은 몇 건 했어?" "2건이요. 300 하나, 230 하나." "다음 달은?" "지금 견적 넣어놓은 게 2개 있어요." 확정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은 준다."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 이 질문이 제일 어렵다. 솔직히 나도 모른다. 5년 뒤? 10년 뒤? 계속 프리랜서일까? 업계 선배 말로는 프리랜서 5년 넘기면 취업 어렵다고 한다. 나이도 있고, 조직 생활 적응 힘들고. 그럼 평생 프리랜서인가? 40대, 50대에도 새벽 2시에 수정 작업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이런 불안을 정확히 짚는다. "지금이야 젊으니까 되지. 나중엔?" 대답 못 했다. 실제로 불안하니까. 그런데 회사 다니는 친구들도 불안하다. 구조조정, 명예퇴직, 40대 전에 나가라는 압박. "적어도 퇴직금은 있잖아." 어머니 말씀. 나는 퇴직금 대신 연금저축 들었다. 매달 50만원. 설명했는데 별로 안심 안 하신다. 실제로 했던 대화 어머니: "네가 아프면 어떡하냐?" 나: "그냥 쉬죠." 어머니: "돈은?" 나: "..." 아버지: "보험은 들었냐?" 나: "실손보험 있어요." 아버지: "그것만? 암보험, 연금보험은?" 나: "..." 동생: "누나, 그냥 회사 다녀. 편해." 나: "너는 매일 야근하잖아." 동생: "그래도 월급은 나와." 할 말이 없다. 다들 맞는 말이다. 결국 찾은 방법 증명을 포기했다. 설득을 포기했다. 대신 '보고'만 한다. "이번 달 일 잘 끝났어요." "다음 달 프로젝트 계약했어요." "통장에 돈 들어왔어요." 매달 한 번씩. 구체적 금액은 안 말한다. 그냥 '일하고 있다'는 것만. 부모님도 조금씩 바뀌었다. '언제 취직하냐'가 '일은 잘되냐'로 바뀌었다. 완전히 인정받진 못했다. 그래도 '저 애는 저렇게 사는구나' 정도는 받아들이신 것 같다. 명절 때 친척들이 물으면 어머니가 대답하신다. "쟤는... 디자인 프리랜서로 일해. 요즘 시대엔 그런 것도 있다더라." 어정쩡하다. 그래도 '백수'보단 낫다. 여전히 어려운 것들 친구 결혼식에서 부모님을 만났다. "따님은 어디 다니세요?"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 해요." "아, 그럼 취업 준비 중이시구나." 아니, 지금 일하는 건데. 설명하기 귀찮다. 그냥 웃었다. 부모님도 설명 귀찮으신가 보다. 요즘은 "회사 다닌다"고 하신다고 들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여러 회사와 일하니까. 실질적 조언들 같은 처지 프리랜서들과 얘기해봤다. 다들 비슷하다.평균 수입으로 말하지 마라. 프로젝트 단위로 말해라. 세금 신고 완료 문자 보여줘라. '정식으로 일한다'는 증거. 클라이언트 회사 이름 말해라. 대기업 프로젝트면 효과 좋다. 통장 잔고 보여주지 마라. 변동 심하면 오히려 불안해하신다. '다음 달 일 없다' 말하지 마라. 부모님은 해결 못 하신다. 걱정만 하신다.효과 있었던 건 '월세 밀린 적 없다'는 거다. "지금까지 월세 한 번도 안 밀렸어요. 카드값도 항상 제때." 이게 제일 안심하신다. 수입이 얼마든, 살아가는 데 문제없다는 증거니까. 포기하지 않은 것 부모님이 인정 안 해도 나는 계속한다. 회사 다닐 때가 더 불행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울었다. 회의 시간에 딴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지금은? 힘들어도 내 선택이다. 새벽 2시 수정 작업도, 견적 깎아달라는 요청도, 다 내가 선택한 거다. 다음 달 수입 불확실해도, 연차 없어도, 나는 이게 낫다. 부모님이 이해 못 하셔도 괜찮다. 내 인생이니까. 언젠가는 알아주실까? 모르겠다. 그냥 잘 살면 되는 거다. 그게 최고의 증명이다. 최근 변화 지난달 어머니가 전화하셨다. "네 일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자기 딸도 그렇게 하고 싶대." "..." "요즘 젊은 애들은 다 그런가 봐." 미세한 변화다. 그래도 변화다. 아버지는 여전히 걱정하신다. 연금, 보험, 노후. 맞는 말이다. 나도 걱정된다. 그래도 지금은 이게 맞다. 나한테는.부모님의 인정은 천천히 온다. 아니, 안 올 수도 있다. 그래도 내 선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