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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는 친구가 부러운 날

회사 다니는 친구가 부러운 날

회사 다니는 친구가 부러운 날 통장에 찍힌 숫자 오늘 통장 확인했다. 세 번째다. 어제도 봤는데 또 본다. 친구 은지가 카톡 보냈다. "오늘 급여일이다. 월급 루팡." 스크린샷이 왔다. 통장 화면. 매달 25일. 정확히 290만원. 세후 금액. 같은 숫자. 매달.내 통장도 봤다. 이번 달 410만원 들어왔다. 은지보다 많다. 근데 왜 불안할까. 다음 달 확정된 건 150만원. 그다음 달은 아직 모른다. 410만원 벌었는데 200만원은 써야 안심이다. 은지는 다음 달도 290만원이다. 내년에도 290만원이다. 아프면 병가 쓴다. 월급 나온다. 금요일 저녁의 온도차 어제 금요일이었다. 친구들 단톡방이 난리였다. "퇴근 완료!" "이번 주 드디어 끝" "주말이다 주말" 나도 일 끝났다. PPT 디자인 납품했다. 근데 뭔가 다르다. 친구들은 월요일까지 일 생각 안 해도 된다. 나는 토요일에도 메일 확인한다. 클라이언트가 주말에 연락할 수 있으니까. 은지가 물었다. "너도 주말에 쉬지?" 쉰다. 일 없으면. 근데 일 없으면 불안하다. 이게 쉬는 건가 싶다. 회사 다닐 땐 주말이 진짜 주말이었다. 출근 안 해도 된다. 확실했다. 지금은 '안 해도 되는 건가' 싶다. 아팠던 지난주 지난주 화요일. 몸살 기운이 왔다. 목이 따갑고 머리 아프다. 회사 다닐 때였으면 반차 냈다. 병원 가고 집에서 쉬었다. 프리랜서는 다르다. 쉬면 일정 밀린다. 일정 밀리면 돈 못 받는다. 타이레놀 먹고 버텼다. 작업했다. 5시간. 중간에 두 번 누웠다.은지한테 얘기했다. "나 어제 아팠는데 일했다." "병가 안 냈어?" "우리 병가 없어." "그럼 연차?" "그것도 없어." 전화 너머 침묵. "4대보험은?" "없어." "그럼 아프면?" "버티지 뭐." 은지가 말했다. "너 미쳤다." 아니. 이게 프리랜서다. 회사 다닐 때 건강보험 당연했다.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아까웠다. 왜 이렇게 많이 떼냐고 투덜댔다. 지금은 안다. 그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퇴직금이라는 단어 오늘 아침 뉴스 봤다. "직장인 평균 퇴직금 2700만원" 계산기 두드렸다. 내 경력 8년. 회사 4년 다녔으면 퇴직금 약 1200만원? 나간 회사 퇴직금 받았다. 4년치. 1300만원쯤. 프리랜서 된 지 4년. 퇴직금 0원. 지금 다시 취업하면? 경력은 8년이지만 퇴직금은 0부터 시작이다. 친구 민수는 회사 10년째다. 이직 안 했다. 한 회사. 퇴직금 4000만원 넘는다고 했다. "너도 회사 다니지 그래." 민수가 말했다. "좋은 데 있으면 소개해줘." "진심이야?" "...아니." 진심 반 거짓말 반이다.자유의 무게 프리랜서 하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물었다. "자유로워서 좋겠다." "출퇴근 안 해도 되잖아."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되고." 맞다. 출퇴근 안 한다. 근데 매일 일한다. 회의 시간 자유롭다. 근데 클라이언트 시간에 맞춘다. 하고 싶은 일만 한다. 근데 돈 되는 일 해야 한다. 자유 얻었다. 대신 안정감 잃었다. 회사 다닐 때는 답답했다. 9시 출근 왜 해야 하나. 점심시간 1시간 왜 정해져 있나. 연차 쓰는 데 왜 눈치 봐야 하나. 지금은 그게 그립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월급. 정해진 연차. 정해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매일 불안하다. 커뮤니티에서 본 글 프리랜서 커뮤니티 들어갔다. 오늘도 비슷한 고민들. "3개월째 일 없어요. 취업할까요?" "클라이언트가 돈 안 줍니다. 어떡하죠?" "프리랜서 경력 인정 안 해주는 회사 많나요?" 댓글 읽었다. "저도 요즘 힘들어요." "견적 깎아달래서 화났어요." "다음 달 일 없으면 알바 할 거예요." 우리 다 비슷하다. 자유를 선택했고. 불안정을 얻었다. 누가 물었다. "그럼 왜 프리랜서 해요?" 답 달았다. "회사는 더 못 다니겠어서요." 좋아요 10개 달렸다. 은지의 질문 저녁에 은지가 전화했다. "오늘 회식이다. 가기 싫다." "안 가면 되지." "팀장이 오래." "그래도 가기 싫으면." "그게 안 돼. 너는 몰라." 맞다. 나는 모른다. 회식 안 가도 된다. 눈치 안 봐도 된다. 근데 은지는 안다. 매달 25일 월급 받는 기분. 주말에 진짜 쉬는 기분. 아플 때 병가 쓰는 기분. "나 프리랜서 부러워." 은지가 말했다. "나 너 부러워." 내가 말했다. 둘 다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저녁 9시의 선택 지금 저녁 9시다. 작업 끝났다. 메일함 확인했다. 새 프로젝트 의뢰 왔다. 웹사이트 디자인. 3주 일정. 예산 괜찮다. 답장 써야 한다. "가능합니다" 하면 된다. 근데 손이 안 간다. 이번 달 일 많았다. 다음 달도 이미 두 건 잡혀 있다. 여유 좀 가질까. 통장 봤다. 다시. 담달 확정 금액 150만원. 월세 70만원. 국민연금 건강보험 30만원. 생활비 100만원. 부족하다. 메일 답장 쓴다. "가능합니다. 견적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보내기 눌렀다. 자유 얻었다던 내가.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새벽 1시다. 견적서 다 썼다. 창문 밖 봤다. 조용하다. 회사 다닐 때 이맘때면. 내일 출근 생각에 우울했다. 알람 맞춰놓고. 뭐 입을까 고민하고. 월요일 회의 자료 생각하고. 지금은 그런 거 없다. 내일 출근 안 한다. 알람 안 맞춰도 된다. 입고 싶은 옷 입으면 된다. 불안하다. 근데 자유롭다. 안정적이지 않다. 근데 답답하지 않다. 친구들 부럽다. 근데 나도 괜찮다.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이다. 불안정하지만 내 방식대로. 통장 잔고 걱정하면서도. 아침 늦게 일어날 수 있는 삶. 클라이언트 눈치 보면서도. 상사 눈치는 안 보는 삶. 다음 달이 불안해도. 오늘은 내 시간인 삶.은지한테 카톡 보냈다. "그래도 나 다시 회사 못 다녀." 읽음 표시 떴다. 답은 안 왔다. 자고 있겠지.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