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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Dec, 2025
'네, 가능합니다' 후 후회하는 패턴을 끊는 법
"네, 가능합니다" 후 후회하는 패턴을 끊는 법 새벽 3시, 또 이러고 있다 새벽 3시다.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쓰고 포토샵 켜놨다. 커피는 다섯 잔째. 고양이는 내 옆에서 잔다. 나는 못 잔다. 내일 오전 10시 납품이다. "급한데 이번 주 금요일까지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왜 그랬을까. 이미 3개 프로젝트 진행 중이었는데. 근데 그 순간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 안 받으면 다음에 안 줄 것 같아서.' 이게 4년째 반복 중이다.왜 자꾸 "네"라고 할까 통장 잔고 때문이다. 솔직히. 프리랜서는 다음 달 수입이 안 보인다. 지금 거절하면 다음 달 0원일 수도 있다. 그게 무서워서 받는다. 일정 빡빡해도 받는다. 견적 깎아달라 해도 받는다. "하루 안에 가능해요?" 해도 받는다. 그리고 밤새고, 후회하고, 다짐한다. '다음엔 안 그래야지.' 근데 다음에도 그런다. 작년 11월이었나. 클라이언트가 목요일 오후 6시에 연락 왔다. "내일 오전까지 PPT 디자인 30장 가능해요?" 30장.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 "...네, 해볼게요." 왜 그랬냐고? 그 회사 대표님이 다음에 큰 프로젝트 준다고 했으니까. (그 큰 프로젝트는 아직도 안 왔다.) 그날 밤 한 숨도 못 잤다. 손목은 아프고, 눈은 빨갛고. 아침에 파일 보내고 침대에 쓰러졌다. 답장: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1번 슬라이드 폰트 좀 바꿔주세요." 그때 깨달았다. '아, 나 호구구나.'"네" 대신 할 수 있는 말들 거절의 기술. 거창한 거 아니다. 그냥 "안 돼요" 대신 다르게 말하는 거다. "일정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이게 제일 쉽다. 즉답 안 하는 거. 30분만 생각해봐도 정신 차린다. '아, 이거 받으면 나 죽겠네.' "그 일정은 어려운데 ○○일은 가능해요" 거절은 아니고 대안 제시. 클라이언트도 나쁘게 안 받는다. 실제로 이렇게 말하면 60%는 일정 맞춰준다. "그 일정은 러시 작업이라 견적이 달라져요" 급하면 돈 더 내라는 거다. 당연한 거다. 3일 일을 하루에 하는 건 3배 힘들다. 근데 이거 말 못 하는 프리랜서가 80%다. (나 포함)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서요" 이유 설명. 거짓말 아니다. 실제로 있으니까. 있는데도 받으려고 했던 거니까. "죄송하지만 이번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냥 거절. 끝. 세상 안 무너진다. 진짜로.실전에서 써먹은 후기 지난주에 처음 써먹어봤다. 카톡 왔다. "이번 주 토요일까지 가능해요?" 토요일. 내 휴일이다. 예전 같으면 "네" 했다. 근데 이번엔 "일정 확인하고 30분 뒤에 연락드릴게요" 했다. 30분 동안 계산했다.지금 진행 중인 일: 2개 이번 주 남은 작업 시간: 20시간 새 프로젝트 예상 시간: 15시간 결론: 토요일 날려야 가능토요일 날리면 번아웃 온다. 경험상 안다. 번아웃 오면 다음 주 일주일 망한다. 답장 보냈다. "확인해보니 이번 주는 빡빡해서요. 다음 주 수요일은 어떠세요?" 심장 뛰었다. 혹시 화내면 어쩌지. 답: "아 그럼 다음 주 수요일로 할게요. 감사합니다." 끝. 세상 안 무너졌다. 오히려 나한테 일정 맞춰줬다. 그날 토요일에 쉬었다. 카페 가서 책 읽고, 저녁에 친구 만났다. 다음 주 월요일에 개운하게 일 시작했다. 효율 두 배 올랐다. 거절해도 일은 온다 제일 무서운 게 이거다. '이번에 거절하면 다음에 안 줄 거야.' 근데 아니더라. 오히려 반대였다. 뭐든 받는 프리랜서:일정 타이트하게 받음 퀄리티 떨어짐 클라이언트 불만족 재의뢰 안 함선택적으로 받는 프리랜서:여유 있게 작업 퀄리티 올라감 클라이언트 만족 재의뢰 + 소개나 4년 동안 전자였다. 올해 초부터 후자로 바꿨다. 수입 줄까봐 걱정했는데 안 줄었다. 오히려 늘었다. 단가도 올렸다. 이유 생각해봤다. 급하게 받은 일은 퀄리티가 애매하다. 여유롭게 한 일은 포트폴리오에 들어간다. 좋은 포트폴리오가 좋은 클라이언트를 부른다. 당연한 얘긴데 왜 이제 깨달았을까. 거절 연습 방법 갑자기 잘하긴 어렵다. 나도 아직 어렵다. 근데 연습 중이다. 작은 거부터 "내일까지 가능해요?" → "모레는 어때요?" 이 정도부터. 하루 미루기. 거절 문구 메모장에 저장 실전에서 당황하니까 미리 써둔다. 복붙만 하면 된다. 쉽다. 거절한 횟수 세기 이번 달 목표: 5번 거절하기. 게임처럼. 레벨업하는 기분. 거절 후 기분 기록 처음엔 불안하다. 근데 시간 지나면 후련하다. 그 패턴 알면 다음엔 덜 무섭다. 지난달에 3번 거절했다. 이번 달은 7번 거절했다. 다음 달 목표는 10번. 거절할 때마다 노션에 체크한다. "오늘 내가 나를 지켰다" 쓴다. 유치한가? 근데 효과 있다. 바뀐 일상 요즘 새벽 3시에 안 깬다. 12시 전에 자는 날이 늘었다. 주말에 쉰다. 진짜로 쉰다. 클라이언트가 줄까봐 걱정했는데 안 줄었다. 오히려 '일정 여유 있는 디자이너' 이미지 생겼다. "한프리 님은 일정 칼같아서 좋아요" 이런 피드백 들었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하는데 칭찬받는 게 웃기긴 하다. 근데 기분 나쁘진 않다. 통장 잔고는 여전히 하루 세 번 확인한다. 근데 새벽에 불안해서 잠 못 자는 날은 줄었다. 일 없는 날엔 여전히 불안하다. 근데 '그래서 아무 일이나 받아야지'는 아니다. '좋은 일 올 때까지 준비하자'로 바뀌었다. 포트폴리오 정리하고, 단가표 업데이트하고. 이게 영업이다. 급한 일 받는 게 영업 아니다. 마지막으로 "네, 가능합니다" 자동반사는 안 없어진다. 4년 습관이 한 달에 바뀌나. 근데 "일정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한 번 끼워넣는 건 가능하다. 그 30분이 인생을 바꾼다. 과장 아니다. 다음에 무리한 요청 오면 이것만 기억해라. '지금 받으면 이번 주 망한다.' '이번 주 망하면 다음 주도 망한다.' '다음 주 망하면 재의뢰 없다.' 거절은 프로의 권리다. 아무나 다 받는 건 프로가 아니다. 나는 아직도 연습 중이다. 근데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다음 카톡 올 때 한번 해봐라. "일정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그게 시작이다.거절도 실력이다. 연습하면 늘고, 늘면 인생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