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신고 시즌마다 멘붕하는 프리랜서의 일과

세금 신고 시즌마다 멘붕하는 프리랜서의 일과

세금 신고 시즌마다 멘붕하는 프리랜서의 일과 4월이 오면 심장이 떨린다 또 왔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즌. 달력 넘기다가 4월 보면 심장이 빨리 뛴다. 프리랜서 4년 차인데 아직도 적응 안 된다. 회사 다닐 때는 몰랐다. 연말정산만 하면 끝이었다. 서류 몇 장 제출하면 회사에서 알아서 해줬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다 해야 한다. 3.3% 떼고 받은 돈들. 계좌 여기저기 흩어진 입금 내역들. 작년에 뭘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카드 내역들. 머리가 아프다.오전 10시, 첫 번째 패닉 커피 마시고 노트북 켰다. 홈택스 로그인. 공인인증서 입력.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종합소득세 신고 바로가기" 클릭했다가 바로 닫았다. 무섭다. 화면 가득 채운 한자와 숫자들. 사업소득, 기타소득, 필요경비율, 소득공제, 세액공제. 하나도 모르겠다. 유튜브 켰다. '프리랜서 세금신고 방법' 검색. 영상이 368개다. 어떤 걸 봐야 하지. 일단 조회수 제일 높은 거 틀었다. 22분짜리. 5분 보다가 껐다. 너무 어렵다. 다른 영상 틀었다. 이것도 어렵다. 세 번째 영상. 이것도 모르겠다. 시계 봤다. 벌써 11시 반. 아무것도 안 했다.서류 정리는 지옥의 시작 점심 먹고 마음 잡았다. "올해는 혼자 해보자." 작년엔 세무사한테 맡겼다. 비용 30만원.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올해는 직접 한다. 돈 아끼려고. 서랍 열었다. 영수증 뭉치가 쏟아졌다. 카페 영수증, 노트북 구매 영수증, 태블릿 영수증, 강의 수강 영수증. 다 필요경비로 넣을 수 있다고 들었다. 근데 어떻게 입력하는지 모르겠다. 엑셀 켰다. 시트 만들었다. 날짜, 항목, 금액, 비고. 3월 5일, 카페, 6500원, 작업. 3월 12일, 택시, 18000원, 클라이언트 미팅. 3월 28일, 노션, 5달러, 월 구독료. 입력하다 보니 문제가 보였다. 영수증 없는 게 절반이다. 현금으로 산 거. 카드 영수증 버린 거. 온라인 구매한 거 메일 안 찾아진 거. 다 없다. "아 진짜." 엑셀 껐다. 머리 아프다.카드 내역 확인의 늪 카드사 앱 켰다.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체 내역 조회. 스크롤 내렸다. 끝이 없다. 1월: 쿠팡 89000원, 스타벅스 6500원, 이마트 43200원, 넷플릭스 17000원. 뭐가 필요경비고 뭐가 개인 지출인지 모르겠다. 노트북 케이스는 경비다. 근데 노트북 스티커는? 아이패드 펜슬은 경비다. 근데 아이패드 케이스는? 유튜브 프리미엄은? 작업할 때 음악 들으니까 경비 아닌가? 넷플릭스는? 가끔 레퍼런스 본다고 하면 되나? 기준이 없다. 검색했다. "프리랜서 필요경비 범위" 블로그마다 다른 얘기를 한다. 어떤 곳은 "다 넣어도 된다"고 한다. 어떤 곳은 "나중에 세무조사 나온다"고 한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결국 애매한 건 다 뺐다. 안전하게 가기로 했다. 세무조사 무섭다. 소득 계산의 미로 홈택스 다시 켰다. "지급명세서 조회" 작년에 일한 회사들이 올린 자료다. A사: 300만원 B사: 180만원 C사: 450만원 D사: 220만원 어? 이게 다가 아닌데. E사는 없다. F사도 없다. 내 통장 내역 확인했다. E사에서 150만원 받았다. 작년 11월에. F사에서 80만원 받았다. 작년 9월에. 근데 지급명세서가 없다. "신고 안 한 건가?" 패닉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검색했다. "지급명세서 없는 소득 신고" 답변이 복잡하다. "직접 입력해야 합니다" "증빙자료 준비하세요" "나중에 소명 요구 올 수 있습니다" 증빙자료가 뭔데. 통장 내역? 계약서? 세금계산서? 세금계산서는 안 받았다. 계약서도 없다. 카톡으로 "입금했습니다" 메시지만 있다. 이걸로 되나? 모르겠다. 일단 넣기로 했다. 안 넣으면 탈세니까. 근데 어디에 어떻게 입력하는지 모르겠다. 홈택스 화면 다시 봤다. "사업소득", "기타소득", "근로소득" E사 입금은 뭐에 해당하나. 프로젝트 단위 작업이니까 사업소득인가. 아니면 3.3% 떼고 받았으니 기타소득인가. 확인했다. 3.3% 안 뗐다. 전액 입금이었다. 그럼 사업소득이다. 맞나? 확신이 없다. 세무사 문의의 유혹 오후 4시. 3시간 했는데 진도가 안 나간다. 세무사 사무소 번호 찾았다. 작년에 맡긴 곳이다. 전화 걸까 말까 고민했다. 30만원 아깝다. 근데 이렇게 시간 쓰는 것도 아깝다. 3시간이면 디자인 작업 하나 끝낼 수 있다. 시급 계산했다. 내 시급 대략 3만원. 3시간이면 9만원이다. 세무사 비용이 30만원. 직접 하면 최소 10시간은 걸린다. 10시간이면 30만원이다. "어? 비슷한데?" 게다가 실수할 확률도 있다. 잘못 신고하면 나중에 가산세 나온다. 가산세는 얼마나 나오지. 검색했다. "종합소득세 가산세" "무신고 가산세: 20%" "과소신고 가산세: 10%" 100만원 잘못 신고하면 10만원 추가다. 무섭다. 전화 눌렀다. "네, 세무법인 한강입니다." "저기, 작년에 종합소득세 신고 맡겼던 사람인데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한프리요. 올해도 맡기고 싶어서요." "네, 자료 보내주시면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끊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30만원 쓰기로 했다. 자료 준비의 고통 세무사 사무소에서 메일 왔다. "필요한 자료 목록입니다"사업자등록증 사본 통장 사본 (입출금 내역) 카드 사용 내역 지급명세서 (홈택스 출력) 필요경비 영수증 기타 증빙 자료6개다. 쉬워 보였다. 근데 아니었다. 사업자등록증은 있다. PDF 파일 찾았다. 통장 사본. 은행 앱 켰다. 거래 내역 조회. 1년 치. PDF 저장했다. 34페이지다. 근데 개인 지출도 다 섞여 있다. 배달음식, 넷플릭스, 옷 구매, 병원비. 이거 다 보는 건가. 부끄럽다. "뭐 어쩔 수 없지." 카드 사용 내역도 PDF 저장했다. 68페이지. 지급명세서는 홈택스에서 출력했다. 필요경비 영수증은 아까 정리한 거 스캔했다. 스캔 앱 켰다. 한 장씩 찍었다. 30장 찍었다. 손목 아프다. PDF로 저장했다. 기타 증빙 자료. E사, F사 입금 내역이다. 카톡 대화 캡처했다. "작업비 입금 완료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도 PDF로 만들었다. 파일 6개 완성. 압축해서 메일로 보냈다. "자료 보내드립니다." 시계 봤다. 오후 7시. 하루가 갔다. 3일 후, 세무사의 질문 세무사한테 전화 왔다. "자료 확인했는데요,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요." 긴장했다. "E사, F사 입금 건은 세금계산서 받으셨나요?" "아니요, 프리랜서 계약이라 3.3% 떼고 받았어야 하는데 실수로 그냥 받았어요." "그럼 원천징수 안 된 거네요. 이 부분은 사업소득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네." "그리고 필요경비 중에 태블릿 구매 건, 이거 120만원인데 맞나요?" "네, 작업용으로 샀어요." "그럼 감가상각 처리해야 합니다. 올해 전액 경비 처리 안 되고요." "...네?" "전자기기는 5년 감가상각이라 올해는 24만원만 경비 처리됩니다." "아..." 몰랐다. "그리고 카페 지출이 많은데, 이게 다 작업용인가요?" "네, 집에서 일하면 집중이 안 돼서 카페 많이 가요." "영수증에 사업자 표시 안 돼 있으면 인정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일단 넣어는 드리는데, 나중에 세무조사 나오면 소명해야 할 수 있습니다." 무섭다. "알겠습니다." 전화 끊었다. 감가상각, 원천징수, 소명. 단어만 들어도 머리 아프다. 신고 완료, 그리고 납부 일주일 후 연락 왔다. "신고 완료됐습니다. 납부할 세금은 148만원입니다." "...148만원이요?" "네, 작년 소득 대비 산출된 금액입니다." 생각보다 많다. 작년에는 92만원이었는데. "분납 가능한가요?" "6월, 11월 두 번에 나눠 내실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요." 74만원씩 두 번. 통장 잔고 확인했다. 230만원 있다. 내면 156만원 남는다. 이번 달 카드값 80만원, 집세 65만원. 11만원 남는다. 불안하다. "다음 주에 프로젝트 대금 들어오니까 괜찮을 거야." 스스로 다독였다. 세무사 비용 30만원 입금했다. 홈택스 들어가서 확인했다. "신고가 완료되었습니다" 끝났다. 한숨 쉬었다. 올해도 무사히 넘겼다. 내년을 위한 다짐 (안 지켜질) 메모장 켰다. "내년엔 이렇게 하지 말자"영수증 모으기: 매달 정리 엑셀 작성: 수시로 업데이트 세금 계산: 분기마다 예상 세액 확인 계약서 챙기기: 반드시 받기 세금계산서 요청: 까먹지 말기적어놓고 보니 웃긴다. 작년에도 똑같이 적었다. 지키지 못했다. 올해도 5월 되면 또 멘붕할 것 같다. 근데 어쩌겠나. 프리랜서니까. 자유의 대가다. 회사 다닐 때 그렇게 답답했으면서. 지금은 연말정산이 그립다. 서류 몇 장만 내면 끝나던 그때. 근데 돌아가고 싶냐 하면 또 아니다. 출근 안 해도 되고. 상사 눈치 안 봐도 되고. 원하는 프로젝트만 고를 수 있고. 세금 신고 한 번 하는 게 뭐 대수냐. "내년엔 미리미리 하자." 매년 하는 말이다. 안 지켜질 걸 알지만 또 다짐한다. 그래도 적어놓는다. 혹시 모르니까. 프리랜서의 4월 생존법 4년 하면서 배운 게 있다. 혼자 하지 마라. 돈 아끼려다 시간과 멘탈 잃는다. 세무사 30만원 아깝지 않다. 실수로 가산세 나오면 더 아깝다. 매달 10만원씩 세금용으로 따로 모아둬라. 5월에 갑자기 100만원 넘게 나가면 당황한다. 영수증은 바로바로 정리해라. 나중에 하면 절대 안 한다. 계약서는 꼭 받아라. 카톡 대화로는 증빙 약하다. 지급명세서 제출 안 한 업체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나중에 본인이 고생한다. 이것만 지켜도 4월이 덜 무섭다. 근데 나도 잘 안 지킨다. 매년 이맘때 되면 후회한다. "작년에 정리 좀 할 걸." 그러다 또 5월 지나면 잊는다. 내년에도 똑같을 것 같다. 그래도 산다. 프리랜서는 원래 이렇다.세금 신고는 해마다 온다. 준비는 매번 안 한다. 그게 프리랜서다.

다음 달 프로젝트가 없으면 새벽 3시에 깨는 이유

다음 달 프로젝트가 없으면 새벽 3시에 깨는 이유

다음 달 프로젝트가 없으면 새벽 3시에 깨는 이유 새벽 3시 11분 또 깼다. 핸드폰 봤다. 3시 11분. 이번 달 통장에 들어올 돈 계산했다. 340만원. 세금 떼면 290. 월세 70, 공과금 15, 카드값 80, 부모님 용돈 30, 4대보험 직접 내는 거 20. 남는 건 75만원. 다음 달 프로젝트가 없다. 견적서 보낸 거 3개. 답 없음. 일주일 전에 보냈는데. 잠이 안 온다.통장 잔고 확인은 하루 세 번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근데 새벽에 깨면 또 확인한다. 숫자는 안 변하는데 계속 본다. 작년 같은 달엔 얼마였는지 확인한다. 530만원. 그때는 프로젝트가 3개 겹쳤었다. 지옥이었는데 돈은 많이 벌었다. 지금은? 프로젝트 1개. 이번 주 금요일 끝난다. 그 다음은 모른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이해 못 한다. "다음 달 월급 안 들어올 수도 있어" 이런 얘기하면 "에이 설마" 한다. 설마가 아니다. 현실이다. 프리랜서 4년 하면서 프로젝트 공백 한 달 이상은 세 번 겪었다. 그때 통장에서 돈만 빠져나가는 거 보면서 멘탈 붕괴됐다. 그래서 지금은 예비비 500만원 항상 묶어둔다. 근데 그것도 6개월치면 끝이다.견적서 보낸 후 48시간 제일 불안한 시간이다. 견적서 보냈다. 클라이언트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른다. 메일 추적 프로그램 깔아봤는데 더 불안해져서 지웠다. 24시간 지나면 카톡으로 "견적서 확인하셨나요?" 보낸다. 존댓말 세 번 확인하고 이모티콘 고민하다가 안 붙이고 보낸다. 48시간 지나면 전화한다. 안 받으면 멘탈 흔들린다. 72시간 지나면 포기하고 다음 건 찾는다. 근데 이번엔 일주일 됐다. 3건 다. 하나는 "예산 조정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3주 전 얘기다. 조정이 3주가 걸리나. 하나는 "내부 검토 중"이다. 2주째 검토 중이다. 하나는 읽씹이다. 카톡 1 떠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새벽에 깨서 이것들 생각한다. 견적을 너무 높게 불렀나. 150만원에서 120으로 낮출까. 아니면 100? 그럼 시간당 얼마지. 계산하다가 자존감 바닥 친다. 프리랜서 커뮤니티 밤 10시 밤 10시 넘으면 프리랜서 오픈채팅방이 활성화된다. 다들 낮에는 일하고 밤에 불안해한다. "이번 달 매출 200 넘긴 사람?" "세금 신고 어떻게 해요?" "단가 깎아달라는데 어떻게 대응했어요?" "계약서 없이 일 받아도 되나요?" 똑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나도 똑같이 불안하다는 게 위로가 된다. 어제 누가 "다음 달 일 없는 사람?"이라고 물었다. 6명이 손 들었다. 나도 들었다. "불안해서 잠이 안 와요." "저도요." "새벽 3시에 깬 적 있어요?" "어제도 깼어요." 이상하게 공감되면서 더 불안해진다. 우리 다 이렇게 사나 싶어서.엄마 전화 오면 "요즘 일 잘돼?" 제일 대답하기 싫은 질문이다. "응 잘돼." 거짓말한다. "이번 달에 얼마 벌었어?" "그냥저냥." 얼버무린다. "회사 안 들어갈 거야? 친구 딸은 대기업 다니던데." 멘탈 흔들린다. 끊고 싶은데 참는다. "나 지금 괜찮아. 걱정 마." 괜찮지 않다. 다음 달 프로젝트 없다. 통장 잔고 점점 줄어든다. 새벽마다 깬다. 근데 부모님한테 말하면 "그러니까 회사 들어가라고 했잖아" 들을 게 뻔하다. 말 안 한다. 혼자 버틴다. 전화 끊고 나면 더 불안하다. 정말 회사 다시 들어가야 하나. 근데 이력서에 프리랜서 4년은 어떻게 쓰지. 경력 인정받을 수 있나. 생각 꼬리가 길어진다. 잠은 더 안 온다. 월세 내는 날 매달 3일. 자동이체 걸려 있다. 2일 밤에는 꼭 통장 확인한다. 잔고 부족하면 안 되니까. 이번 달은 괜찮았다. 근데 다음 달은? 그다음 달은? 월세 70만원. 4년 전 계약할 때는 여유로웠다. 회사 다닐 때였으니까. 지금은 무겁다. 일 없는 달엔 진짜 무겁다. 원룸으로 이사 갈까 생각한다. 월세 40만원대로 낮추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근데 작업실 겸 집인데 방 하나로 가면 클라이언트 미팅도 못 한다. 집 배경 화상으로 보이는데 너무 좁으면 안 된다. 결국 안 옮긴다. 그냥 버틴다. 월세 빠져나간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무겁다. 통장 잔고 70만원 줄어든 거 보면서 한숨 쉰다. 그날 밤은 일찍 잔다. 생각하기 싫어서. 카페에서 일하는 척 집에만 있으면 미친다. 프로젝트 없는 날엔 카페 간다. 노트북 펴고 앉는다. 뭐 하나. 포트폴리오 정리한다. 블로그 글 쓴다. 새 프로젝트 찾아본다. 견적서 템플릿 수정한다. 실제로는 멍 때린다. 옆 테이블에 회사원들 앉아 있다. "오늘 회의 최악이었어" "야근 또 해야 돼" 불평한다. 부럽다. 고정급이 있다는 게. 프리랜서는 아무도 불평할 사람이 없다. 클라이언트한테 불평하면 다음 일 안 준다. 친구들한테 하면 "자유로워서 좋겠다" 소리 듣는다. 자유롭지 않다. 불안하다. 카페 나오면서 아아 한 잔 더 시킨다. 7000원. 오늘 두 번째다. 14000원 썼다. 일 없는데 커피값 쓰는 나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집에만 있으면 더 한심하다. 견적 깎아달라는 메시지 "예산이 빠듯해서요. 조금만 조정 가능할까요?" 150만원 견적 냈다. 100만원으로 해달란다. 작업 기간 2주. 하루 8시간 작업하면 시간당 44000원. 최저시급보다 나은가 계산한다. 고민한다. 3초. 길게는 5초. "네 가능합니다." 답장 보내고 자괴감 든다. 왜 또 이랬지. 근데 안 받으면? 다음 달 수입 0원이다. 받는다. 100만원이라도. 클라이언트는 고맙다고 한다. "다음에도 잘 부탁드려요." 다음은 또 언제인가. 밤에 계약서 쓰면서 한숨 쉰다. 150에서 100으로 줄어든 50만원이 눈에 밟힌다. 수정 3회 포함이라고 명시한다. 무한 수정 당하면 시간당 단가가 더 떨어진다. 저장하고 보낸다. 선금 50% 입금되면 시작한다. 입금 확인할 때까지는 또 불안하다. 선금 50% 입금 확인 핸드폰 진동. "[Web발신] 한프리님 입금 500,000원" 숨 쉰다. 겨우. 통장 잔고 확인한다. 숫자가 올라갔다. 500,000원. 다음 달이 조금 덜 불안하다. 조금만. 근데 잔금 50%는 작업 끝나고 받는다. 2주 후다. 그 사이에 클라이언트가 잠수 타면? 연락 안 되면? 생각 멈춘다. 일단 시작한다. 파일 열고 작업 들어간다. 레퍼런스 찾고 와이어프레임 그린다. 일할 때는 불안감이 줄어든다. 손이 움직이니까. 뭔가 만들어지니까. 밤 10시까지 작업한다. 허리 아프다. 눈 시리다. 근데 마음은 조금 편하다. 오늘은 새벽 3시에 안 깰 것 같다. (그래도 깬다) 세금 신고 시즌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서류 준비한다. 매출 얼마, 경비 얼마. 계산기 두드린다. 세무사 쓸까 고민한다. 20만원. 아깝다. 직접 한다. 홈택스 들어간다. 화면 보는데 이해 안 된다. 유튜브 검색한다. "프리랜서 세금 신고 방법" 영상 본다. 3시간 걸려서 끝낸다. 세금 120만원 나왔다. 통장에서 120만원 빠져나간다. 순식간이다. 이게 4대보험도 없이 내는 세금이다. 아프면 내 돈으로 병원 간다. 다치면 내 돈으로 치료받는다. 회사 다닐 때는 회사가 반 내줬다. 지금은 다 내 돈이다. 밤에 계산한다. 올해 총 매출 3500만원. 세금 빼고 경비 빼면 실수령 2400만원. 월 200만원. 이게 맞나. 이렇게 살아야 하나. 답 없다. 그냥 산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 만날 때 "요즘 어때?" "바빠. 너는?" "나도. 야근 진짜 많아." 얘기 들으면서 고개 끄덕인다. 공감하는 척한다. 근데 다르다. 너는 야근해도 월급 나온다. 나는 프로젝트 없으면 수입 0원이다. 말 안 한다. 해봤자 "그래도 출퇴근 자유롭잖아" 소리 듣는다. 자유롭지 않다. 새벽 3시에 깨서 통장 확인하는 게 자유로운가. 친구가 "우리 회사 경력직 뽑는대. 지원해볼래?" 묻는다. 순간 흔들린다. 고정급. 4대보షషకରણம. 연차. 퇴직금. "고민해볼게." 대답한다. 집 와서 생각한다. 다시 회사 들어가면? 출근 9시. 퇴근 7시. 회의. 보고. 눈치. 4년 전으로 돌아가는 건가. 그때 답답해서 나왔는데. 근데 지금은? 자유롭지만 불안하다. 뭐가 나은가. 답 모르겠다. 잠 못 잔다. 일 잘 풀릴 때 가끔 있다. 프로젝트가 겹치는 날. 견적서 3개 보냈는데 3개 다 확정됐다. 한 달 수입 500만원 확정. 그날 밤은 편하게 잔다. 새벽에 안 깬다. 통장 잔고 걱정 안 한다. 일정표 빡빡하게 채운다. 바쁘지만 행복하다. 이때는 생각한다. "역시 프리랜서 잘한 선택이야." 근데 이게 한 달 가면 다시 공백 온다. 프로젝트 끝나면 다음 달 일정 텅 빈다. 또 불안하다. 이게 반복이다. 잘될 때와 안 될 때. 오르락내리락. 회사는 평평하다. 매달 비슷하다. 지루하지만 안정적이다. 프리랜서는 롤러코스터다. 재미있지만 멀미 난다. 어느 게 나은가. 아직 모르겠다. 4년째 타고 있다. 대처법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것들 새벽 3시에 깨면 일단 물 마신다. 핸드폰 안 본다. 보면 통장 확인한다. 확인하면 더 잠 안 온다. 눈 감고 숫자 센다. 양 세는 거. 100까지 세면 보통 잔다. 안 되면 일어난다. 억지로 누워 있어도 소용없다. 차라리 일어나서 뭐라도 한다. 밤 작업은 안 한다. 하면 다음 날 망한다. 대신 가벼운 거 한다. 이메일 정리.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블로그 글 쓰기. 1시간 정도 하면 다시 졸린다. 그때 자리 눕는다. 예비비 500만원 묶어둔다. 절대 안 쓴다. 쓰면 불안해서 잠 더 못 잔다. 프로젝트 공백 예상되면 미리 알바 알아본다. PPT 디자인 단기 알바. 시급 15000원. 자존심 상하지만 월세는 나간다. 프리랜서 커뮤니티 자주 들어간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받는다. 운동한다. 안 하면 몸도 마음도 망한다. 집 앞 헬스장. 월 6만원. 일주일에 3번. 땀 흘리면 스트레스 조금 풀린다. 친구 만난다. 혼자 있으면 생각 꼬리 길어진다. 밖에 나가서 다른 얘기한다. 완벽한 대처법은 없다. 그냥 버틴다. 하루하루.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왜 그만 안 두냐고 물으면 답 못 한다. 불안하다. 새벽에 깬다. 수입 불규칙하다. 4대보험 없다. 노후 준비 못 한다. 그래도 못 그만둔다. 회사 다닐 때 생각한다. 9시 출근. 눈치. 회의. 보고. 승인. 거절. 다시 수정. 야근. 7시 퇴근은 꿈. 실제론 9시. 그게 더 싫었다. 지금은? 자는 시간 내가 정한다. (못 자지만) 일하는 시간 내가 정한다. 프로젝트 내가 고른다. (고를 처지는 아니지만) 클라이언트 마음에 안 들면 다음부터 안 받는다. 회사는 상사 선택 못 한다. 내가 만든 결과물 내 이름으로 나간다. 회사는 회사 이름으로 나간다. 돈 많이 못 벌어도 내 일이다. 불안해도 내 선택이다. 이게 답인가 모르겠다. 근데 지금은 이렇게 산다. 다음 달 프로젝트 없어도 일단 오늘 산다. 내일도 살 거다.새벽 3시에 깨도 된다. 프리랜서니까. 내일 출근 없으니까. (근데 일은 해야 하니까 낮잠 자면 안 된다)

'오늘 중으로 가능해?'라는 요청에 야근하게 되는 메커니즘

'오늘 중으로 가능해?'라는 요청에 야근하게 되는 메커니즘

"오늘 중으로 가능해?"라는 요청에 야근하게 되는 메커니즘 오후 3시의 카톡 "한프리님, 급한데 오늘 중으로 가능해요?" 이 메시지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식는 걸 느낀다. 근데 손가락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네 가능합니다!" 보내고 나서 후회. 3초 만에 후회. 근데 이미 늦었다. 읽음 표시 떴다. 클라이언트는 이미 "감사합니다ㅠㅠ" 보냈다. 왜 또 이러지.'YES'부터 나오는 입 4년째 프리랜서 하면서 배운 건 많다. 견적서 쓰는 법, 계약서 쓰는 법, 세금 신고하는 법. 근데 못 배운 게 하나 있다. 거절하는 법. "이틀 걸리는데요"라고 말하면 될 걸, "해볼게요"가 먼저 나온다. "일정이 빠듯한데요"라고 하면 될 걸, "가능합니다"가 입에서 튀어나온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첫 번째, 일 없을까 봐 불안하다. 이번 달 통장 잔고 245만원. 카드값 빠지면 150만원. 다음 달 일정은 텅 비어있다. 그러니까 거절이 안 된다. "오늘 안 되면 다른 분께"라는 말이 들릴 것 같다. 두 번째, 평가받기 싫다. "저 사람 융통성 없네"라고 생각할까 봐. "바빠 보이네, 다음엔 다른 디자이너한테"라고 할까 봐. 프리랜서는 평판이 전부다. 소문 안 좋으면 끝이다. 세 번째,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밤새면 되지. 커피 마시면 되지. 집중하면 3시간이면 끝나지. 이런 생각이 3초 만에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네"라고 한다. 근데 그게 함정이다. 승낙 후 3단계 멘붕 1단계: 허세 타임 (첫 1시간) "괜찮아, 할 수 있어." 커피 한 잔 더 내린다. 음악 틀고 노트북 연다. 파일 정리한다. 레퍼런스 찾는다. 아직 여유롭다. 시간 많다. 6시까지 6시간이나 남았다. 2단계: 현실 직면 (2-4시간) 작업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하다. 클라이언트가 준 자료가 엑셀 파일이다. 이미지는 저화질이다. 수정 요청사항이 5개에서 12개로 늘었다. 카톡으로 추가 요청 온다. "아 그리고요"가 세 번 온다. 시계 본다. 7시. 저녁 먹을 시간 없다. 편의점 삼각김밥 먹으면서 작업한다. 3단계: 패닉 모드 (마지막 2시간) 11시. 아직 50%밖에 안 끝났다. 손이 떨린다. 눈이 뻑뻑하다. 고양이가 키보드 위에 올라온다. "비켜"라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린다. 자정 넘었다. "오늘 중으로"는 12시까지인가, 새벽까지인가. 클라이언트한테 물어볼까. 아니다. 물어보면 "아직 안 끝났어요?"처럼 들린다. 결국 새벽 2시에 보낸다. "완료했습니다" 메시지 보내고 침대에 쓰러진다. 왜 맨날 이러지.급한 일은 왜 항상 급할까 재밌는 건, "오늘 중으로"라는 요청의 90%는 사실 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케이스. "내일 아침 회의 자료인데 오늘 중으로 부탁드려요." 밤새워서 보냈다. 다음 날 오후에 카톡 온다. "회의 일정이 변경돼서 다음 주로 미뤄졌어요." 어이없다. 근데 화낼 수도 없다. 나도 "네"라고 했으니까. 또 다른 케이스. "급해서요, 3시간 안에 가능해요?" 2시간 반 만에 보냈다. 확인 메시지는 3일 후에 왔다. 급한 건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나였다. 급하게 답하고, 급하게 작업하고, 급하게 보내는 건 나였다. 클라이언트는 여유롭게 확인한다. 이 패턴 깨달은 건 3년 차 되고 나서다. 늦었다. '가능하다'와 '해야 한다'의 차이 최근에 깨달은 것. "가능해요?"라는 질문에 "가능합니다"라고 대답하는 게 문제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밤새면 가능하다. 다른 일정 미루면 가능하다. 건강 해치면 가능하다. 근데 '해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내 시간, 내 건강, 내 다음 일정을 희생해서까지 오늘 끝낼 필요가 있나. 클라이언트한테는 급해도, 나한테는 급하지 않을 수 있다. 이걸 구분 못 했다. 4년 동안.거절 연습 중 요즘 연습하고 있다.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거. 처음엔 무서웠다. "그럼 다른 분께 맡기겠습니다" 들을까 봐. 근데 막상 해보니까 의외였다. "내일 오전까지는 어려운데, 내일 오후 가능할까요?" "네 괜찮습니다." "이틀 작업 기간 필요한데 괜찮으세요?" "아 네, 급한 건 아니었어요." 거절하니까 존중받는다. 신기했다. "바쁘신데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들었다. 무조건 "네"라고 할 때는 못 들었던 말이다. 물론 아직도 실수한다. 어제도 "가능합니다" 했다가 새벽 1시까지 작업했다. 근데 횟수는 줄고 있다. 10번 중 8번이 10번 중 5번이 됐다. 진전이다. 야근의 숨은 비용 밤새워서 작업하면 다음 날 망한다. 오전 11시에 일어난다. 머리 아프다. 커피 마셔도 집중 안 된다. 다른 프로젝트 미팅이 오후에 있는데 컨디션 최악이다. 말이 꼬인다. 클라이언트가 눈치챈다. 저녁에 또 작업 들어가야 하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그래서 또 밤에 몰아서 한다. 악순환이다. 계산해봤다. "오늘 중으로" 요청 한 번 받을 때마다:수면시간 4시간 날림 다음 날 생산성 50% 감소 목, 허리 통증 3일 멘탈 회복 기간 2일이거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견적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급한 일의 추가 비용을 받아야 한다. 정가의 1.5배. 당연한 건데 요구 못 했다. "까다롭다"고 생각할까 봐. 근데 요즘은 말한다. "당일 요청은 50% 할증입니다." 그러면 둘 중 하나다. 내일로 미루거나, 할증 내고 진행하거나. 어느 쪽이든 나한테 좋다. 진짜 급한 일 vs 가짜 급한 일 경험상 진짜 급한 일은 별로 없다. 진짜 급한 일:내일 론칭인데 버그 발견 인쇄 들어가야 하는데 오타 발견 클라이언트 사장님이 직접 전화함가짜 급한 일:"빨리 보고 싶어서요" "시간 되실 때 해주세요" (근데 카톡으로 5번 물어봄) "가능하시면 오늘요"가짜 급한 일이 90%다. 근데 나는 100% 다 급한 것처럼 대응했다. 바보같이. 이제는 묻는다. "언제까지 필요하신가요?" "어떤 일정이신가요?" 구체적으로 물으면 대부분 여유 있다. "아 다음 주까지면 돼요." 그럼 왜 "오늘 중으로"라고 했을까. 습관이다. 클라이언트도 습관적으로 급하다고 한다. 나도 습관적으로 "네"라고 한다. 이 습관의 조합이 야근을 만든다. 요즘 쓰는 답장법 "네 가능합니다" 대신 이렇게 쓴다. "확인했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가능한데 괜찮으실까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 있어서, 오늘 저녁 이후 시작 가능합니다." "당일 진행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처음엔 떨렸다. 일감 날아갈 것 같았다. 근데 안 날아갔다. 오히려 존중받는다. 가끔 "그럼 다른 분께"라는 답 온다. 섭섭하다. 근데 그런 클라이언트는 나중에도 문제 생긴다. 급하게 하면 퀄리티 떨어진다. 그럼 "왜 이래요?"라고 한다. 돈도 늦게 준다. 그런 클라이언트 거르는 필터가 된다. "오늘 중으로 안 되면 다른 데"라는 말이. 야근 안 하는 프리랜서가 되려면 완벽하진 않다. 여전히 가끔 "네"라고 하고 후회한다. 근데 예전보단 낫다. 내가 세운 규칙:답장 전에 10분 기다린다. 급하게 답하지 않는다. 일정 확인하고 답한다. 감으로 "되겠지" 하지 않는다. 당일 요청은 할증이다. 예외 없다. "가능해요?" 질문에 "언제까지 필요하세요?" 물어본다. 밤 10시 이후는 작업 안 한다. 내일 하면 된다.규칙 지키면 된다. 근데 그게 제일 어렵다. 어제도 규칙 깼다. "오늘 중으로"에 "네"라고 했다. 11시까지 작업했다. 오늘 일어났을 때 목이 아팠다. 또 후회했다. 근데 횟수는 줄고 있다. 그게 중요하다. 완벽한 프리랜서는 없다. 야근 안 하는 프리랜서도 없다. 근데 '덜' 하는 프리랜서는 될 수 있다. 그게 목표다. 지금 답장 기다리는 메시지 방금 카톡 왔다. "한프리님 내일까지 가능하세요?" 손가락이 "네"를 누르려고 한다. 근데 멈췄다. 일정 확인한다. 내일 다른 작업 있다. 모레까지 하면 여유롭다. "모레 오전까지는 어떠세요?" 보냈다. 심장 두근거린다. 거절할까. 다른 사람한테 갈까. 30초 후. "네 괜찮습니다!" 후. 다행이다. 이런 작은 승리가 쌓인다. 언젠가는 "네 가능합니다"를 습관적으로 말하지 않게 될 것이다. 4년 걸렸다. 5년째는 더 나아질 것이다. 야근은 선택이 아니라 습관이었다. 습관은 바꿀 수 있다. 천천히.오늘은 10시에 노트북 끈다. 규칙 지킨다. 내일 봐도 늦지 않다.

선금 입금 없이 작업 시작한 후 클라이언트가 잠수한 일

선금 입금 없이 작업 시작한 후 클라이언트가 잠수한 일

선금 없이 시작했다가 돈 못 받은 썰 그때는 몰랐다 3년 전 겨울이었다. 프리랜서 1년차. 클라이언트는 지인 소개였다. 카페 창업 준비 중인 30대 남자. "지인 소개인데 뭐" 하는 마음으로 만났다. 미팅은 좋았다. 브랜딩 전체를 맡기고 싶다고 했다. 로고, 메뉴판, 인테리어 소품까지. 견적은 450만원. "계약서요? 우리 사이에 그런 거까지 해야 해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소개해준 지인도 "걔 괜찮아. 돈 잘 벌어" 했다. 나는 계약서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2주 동안 밤샜다 로고 시안 5개 뽑았다. 메뉴판 디자인 3종. 간판 목업까지. 매일 밤 2시까지 작업했다. 다른 프로젝트는 미뤘다. "큰 건 하나만 제대로 하자" 생각이었다. 중간 보고 때마다 클라이언트는 만족했다. "역시 실력 좋으시네요." "이 정도면 우리 카페 대박이겠어요." "수정 사항 없어요. 그대로 진행하세요." 칭찬에 기분 좋았다. 열심히 했다. 최종 파일 전달일은 12월 20일이었다. 약속대로 모든 파일을 보냈다. AI, JPG, PDF, 목업 이미지까지. "잘 받았습니다. 완벽해요. 다음 주에 입금할게요." 그의 마지막 메시지였다.연락이 끊겼다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입금 없었다. 카톡 보냈다. 읽씹.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이메일 보냈다. 답 없었다. 지인한테 물었다. "요즘 바쁜가 봐요. 제가 연락해볼게요." 일주일 후 지인이 말했다. "카페 오픈 미뤄졌대요. 자금 사정이..." 1월이 됐다. 월세 나갔다. 통장에 80만원. 다른 프로젝트는 미뤄뒀던 상태. 12월 수입이 거의 없었다. 내용증명 보낼까 알아봤다. 변호사 상담 비용만 30만원. 계약서가 없으니 승소 보장도 없다고 했다. 450만원은 그렇게 증발했다. 그 후로 바뀐 것들 1월 2일. 내 원칙을 정했다. 무조건 선금 50%. 계약서 필수. 지인 소개도 예외 없음. 첫 클라이언트는 불편해했다. "저 믿으시면 안 돼요?" "죄송합니다. 원칙이에요." 그는 다른 디자이너를 찾았다. 괜찮았다. 두 번째 클라이언트는 흔쾌히 선금 보냈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때 알았다. 제대로 된 클라이언트는 선금 요구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지금의 시스템 지금 내 계약서는 3페이지다.작업 범위 명시 수정 횟수 제한 (3회) 선금 50%, 중간금 30%, 잔금 20% 최종 파일 전달은 잔금 입금 후 3개월 후 미입금 시 법적 조치복잡해 보이지만 클라이언트 반응은 좋다. "프로페셔널하시네요." 선금 안 보내는 사람은 어차피 나중에도 안 보낸다. 초반에 걸러지는 게 낫다. 450만원이 가르쳐준 것 그 돈 지금도 아깝다. 당시 월세 3개월치였다. 하지만 더 큰 손해를 막아줬다.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돈 못 받은 적 없다. 프리랜서는 호구가 아니다. 전문가다. 내 시간과 노동의 가치를 내가 지켜야 한다. "사이 나빠지면 어쩌지" 걱정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돈 안 주는 사람과 무슨 사이. 계약서 쓰자고 불편해하는 클라이언트. 그게 레드 플래그다. 지인 소개든 뭐든 계약서는 필수다. 아는 사이일수록 더 확실히 해야 한다. 지금 하는 말 프리랜서 시작한 후배들한테 말한다. "선금 안 받고 시작하지 마. 절대로." "계약서 복잡하면 간단하게라도 써. 카톡에 작업 범위랑 금액이라도 남겨." "'나중에'라는 말 믿지 마. 지금 안 주면 나중에도 안 줘." 450만원짜리 수업료였다. 비쌌지만 값어치는 했다. 지금은 선금 들어오기 전까지 파일 하나 안 만든다. 미팅만 한다. 차가워 보일 수 있다. 상관없다. 내 통장 잔고가 더 중요하다.선금은 신뢰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나를 지킨다.

프리랜서도 4대보험이 필요하다는 걸 감기 걸렸을 때 느낀다

프리랜서도 4대보험이 필요하다는 걸 감기 걸렸을 때 느낀다

프리랜서도 4대보험이 필요하다는 걸 감기 걸렸을 때 느낀다 화요일 오전 10시, 코가 막혔다 일어났는데 목이 아팠다. 콧물이 나왔다. 체온계를 찾았다. 37.8도. 감기다. 노트북을 켰다. 메일이 12개. 클라이언트가 수정 요청을 보냈다. "오늘 중으로 가능할까요?" 가능해야 한다. 내일 최종 미팅이다. 회사 다닐 땐 이럴 때 연차 썼다. 지금은 연차가 없다. 쉬면 돈이 안 들어온다. 단순한 계산이다. 종합감기약을 먹었다. 물을 마셨다. 작업을 시작했다.병원 가는 건 사치다 감기로 병원 가는 사람 있나. 있다. 나다. 프리랜서 되기 전엔. 회사 다닐 때 병원 자주 갔다. 감기, 두통, 배탈. 점심시간에 다녀왔다. 회사 근처 병원. 진료비 5000원. 약값 3000원. 건강보험이 있으니까. 지금도 건강보험은 있다. 지역가입자. 월 12만원 낸다. 직장인 때보다 비싸다. 회사가 반 내주던 게 없어졌다. 그래도 병원은 안 간다. 시간이 아깝다. 대기 30분, 진료 5분, 약 받는 데 10분. 45분이면 디자인 시안 하나 나온다. 시안 하나가 20만원이다. 약국에서 종합감기약 샀다. 1만 2천원. 병원 안 가니까 이게 싸다. 아픈데 일하면 능률이 안 나온다는 착각 착각이 아니다. 사실이다. 그래도 한다. 오전 작업 3시간. 평소면 메인 화면 2개 끝낸다. 오늘은 1개 반. 집중이 안 됐다. 코를 풀었다. 5분에 한 번. 휴지가 10장 나갔다. 클라이언트한테 말할까 생각했다. "감기 걸려서 내일 드려도 될까요?" 말 안 했다. 이유는 세 개. 첫째, 프로답지 않다. 둘째, 다음부터 일 안 줄 수도 있다. 셋째, 어차피 해야 한다. 프리랜서는 아파도 티 내면 안 된다. 클라이언트는 내 사정을 모른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결과물만 보면 된다. 점심은 컵라면. 끓이기 귀찮아서 배달 시킬까 했다. 배달비 3천원이 아까웠다. 프리랜서는 이런 것까지 계산한다.4대보험이 뭔지는 알지만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이게 4대보험이다. 프리랜서는 국민연금하고 건강보험만 의무다. 월 21만원 정도 나간다. 수입이 200만원이든 600만원이든 비슷하게 낸다. 계산이 복잡하다. 고용보험은 선택이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하면 나중에 실업급여 받을 수 있다. 월 6만원 정도. 안 넣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돈이 아깝다. 산재보험도 선택이다. 일하다 다치면 보상받는 거. 디자이너가 뭘 다치나 싶었다. 손목터널증후군? 그건 산재 아니다. 안 넣었다. 결과: 아프면 그냥 버틴다. 다치면 실비보험으로 해결한다. 실비보험은 월 4만원. 이것도 아깝지만 넣었다. 맹장 터지면 끝이니까. 저녁 7시, 클라이언트한테 전화가 왔다 "한프리님, 시안 봤어요. 색상을 좀 바꿔주시면 좋겠어요." "네, 어떤 색으로 드릴까요?" "음... 좀 더 밝게? 근데 너무 밝으면 안 되고." 30분 통화했다. 결론은 세 가지 색상으로 다 만들어달라는 거였다. 추가 작업이다. 추가 비용 말할까 했다. 말 안 했다. 이 클라이언트 단골이다. 다음 달에도 일 줄 사람이다. "네, 내일 아침까지 드릴게요." 전화 끊고 한숨 쉬었다. 야근이다. 감기 걸렸는데 야근이다. 회사 다닐 때 생각났다. 아프면 조퇴했다. 상사가 "푹 쉬고 와" 했다. 월급은 그대로 나왔다. 연차도 안 깎였다. 지금은 다 내 선택이다. 쉬고 싶으면 쉰다. 대신 돈이 안 들어온다. 클라이언트는 다른 디자이너 찾는다. 자유와 책임. 프리랜서 설명할 때 맨날 나오는 말이다. 아플 때는 책임만 무겁다.새벽 2시, 작업 끝 세 가지 색상 다 만들었다. 메일 보냈다. "색상별 시안 전달드립니다. 검토 부탁드려요." 침대에 누웠다. 몸이 아팠다. 열이 더 올랐다. 38.2도. 약 먹었다. 물 마셨다. 내일 병원 갈까. 안 간다. 미팅 있다. 오후 3시. 새 프로젝트 견적 논의. 800만원짜리 앱 디자인이다. 이거 따내면 두 달 먹고산다. 아파도 가야 한다. 대신 보낼 사람이 없다. 나 혼자니까. 프리랜서 보험, 넣어야 하나 고용보험 알아봤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하면 폐업하거나 수입 급감하면 실업급여 나온다. 월 6만원, 1년 넣으면 180만원 정도 받는다. 계산해봤다. 5년 넣으면 360만원 낸다. 실업급여는 450만원 정도. 90만원 남는다. 그런데 5년 동안 폐업 안 하면? 360만원 손해. 산재보험도 알아봤다. 다치면 치료비 나온다. 월 3만원 정도. 손목 수술하면 300만원. 그런데 안 다치면? 손해. 보험은 다 그렇다. 안 써면 손해, 쓸 일 생기면 다행. 근데 당장 돈 나가는 게 아깝다. 실비보험만 있다. 이것도 작년에 넣었다. 친구가 맹장 터져서 수술했다는 얘기 듣고. 300만원 들었다고. 실비로 다 나왔다고. 나도 그럴 수 있다. 아니, 프리랜서는 더 위험하다. 스트레스 많다. 불규칙하다. 운동 안 한다. 건강검진도 미룬다. 수요일 아침, 클라이언트 답장 "두 번째 색상으로 가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끝났다. 최종 파일 보냈다. 세금계산서 발행했다. 입금은 일주일 뒤. 감기는 아직 안 나았다. 사흘째다. 약 먹고 버틴다. 오늘 미팅 있다. 새 프로젝트. 800만원. 씻었다. 옷 입었다. 마스크 썼다. 감기 티 내면 안 된다. 프로페셔널해야 한다. 거울 봤다. 다크서클. 충혈. 피곤해 보인다. 괜찮다. 다들 그렇게 산다. 건강이 돈이다, 진짜로 프리랜서 커뮤니티에서 본 글. "한 달 입원했더니 수입이 제로. 고정비는 나간다. 대출 이자, 보험료, 통신비. 퇴원하고 통장 봤더니 마이너스." 댓글 100개 넘었다. 다들 비슷한 경험 있었다. 독감, 코로나, 허리 디스크, 교통사고. 한 명은 이렇게 썼다. "4대보험 다 넣어놨으면 좋았을 걸. 고용보험이라도 있으면 수입 급감 때 나왔을 텐데." 공감했다. 댓글 안 달았다. 나도 안 넣었으니까. 회사 다니는 친구랑 통화했다. "감기 걸렸어. 병가 쓸까 봐." 부러웠다. 병가가 있다는 게. 쉬어도 월급 나온다는 게. "너 4대보험 다 있지?" 물었다. "당연하지. 회사가 반 내주잖아." 부럽다는 말은 안 했다. "그래, 푹 쉬어" 했다. 프리랜서의 딜레마 일 많으면 바빠서 아프다. 일 없으면 스트레스로 아프다. 아프면 일 못 한다. 일 못 하면 돈 없다. 돈 없으면 병원 못 간다. 병원 안 가면 더 아프다. 악순환이다. 해결책은 뭔가. 보험 들어라. 돈 모아라. 건강 챙겨라. 다 안다. 실천이 어렵다. 당장 다음 달 카드값 걱정하는데 고용보험 월 6만원이 아깝다. 다음 달 일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는데 운동할 시간이 없다. 견적서 쓰고 수정하고 미팅하고 작업하면 하루 끝이다. 건강검진 문자 왔다. 작년에도 안 갔다. 올해도 미룬다. 시간 없다. 아니, 무섭다. 뭐 나오면 어쩌나. 목요일, 감기가 조금 나았다 3일 만에 좀 나았다. 약 먹고 버틴 게 효과 있었다. 아니면 그냥 시간이 지나서. 어제 미팅 잘 끝났다. 800만원 프로젝트 확정. 계약서 받았다. 선금 30% 입금됐다. 240만원. 통장 잔고가 올라갔다. 기분이 좋았다. 감기도 잊었다. 돈이 들어오면 다 괜찮아진다. 프리랜서는 그렇다. 그런데 문득 생각났다. 만약 이번 주에 입원했으면? 미팅 못 갔으면? 800만원 날아갔다. 다른 디자이너한테 갔다. 등골이 서늘했다. 보험 상담 신청했다 고용보험 신청 페이지 열었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월 6만원. 1년 뒤부터 실업급여 받을 수 있다. 망설였다. 72만원이다. 1년에.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나. 노트북 업그레이드? 태블릿 교체? 근데 입원하면? 한 달 일 못 하면? 수입 제로. 고정비는 나간다. 월세, 건강보험료, 통신비, 카드값. 200만원. 신청했다. 클릭 한 번. 월 6만원 자동이체 신청. 산재보험도 알아봤다. 월 3만원. 다치면 치료비 나온다. 손목, 허리, 목. 디자이너가 다 망가지는 부위들. 이것도 신청했다. 월 9만원 늘었다. 아깝다. 그래도 넣었다. 실비보험은 이미 있다. 월 4만원. 총 13만원. 커피값이다. 하루 두 잔씩 마신다. 그거 줄이면 된다. 금요일 저녁, 친구들 모임 회사 다니는 친구들 만났다. 퇴근 후 술자리. "요즘 어때?" 물었다. "바빠 죽겠어. 야근 계속." A가 말했다. "나도. 주말 출근했어." B가 맞장구쳤다. 내 차례였다. "나는 그냥 프로젝트 하나 끝냈어." "좋겠다. 자유롭게 일하고." A가 부러워했다. 웃었다. "자유롭지. 대신 아파도 일해야 하지만." "그래도 월급쟁이보단 낫지 않아?" 대답 안 했다. 맥주 마셨다. B가 물었다. "4대보험 어떻게 해?" "이번에 고용보험이랑 산재보험 넣었어. 늦었지만." "잘했네. 나도 회사 그만두면 그런 거 신경 써야 하나." "신경 쓰라고. 나처럼 감기 걸려서 깨닫지 말고." 다들 웃었다. 프리랜서 얘기는 재밌다. 남 얘기니까. 프리랜서가 챙겨야 할 것들 일 잘하는 것. 기본이다. 돈 관리. 필수다. 세금 신고. 의무다. 그리고 건강. 이게 제일 중요하다. 건강 없으면 일 못 한다. 일 못 하면 돈 없다. 돈 없으면 건강 못 챙긴다. 악순환. 보험은 선택 아니다. 필수다. 4대보험 다 못 넣어도 실비보험은 필수. 고용보험, 산재보험도 고려해야 한다. 돈 아깝다고 안 넣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나처럼. 감기 걸려서 일하면서 깨닫지 말라고. 다음 주 월요일 감기 완전히 나았다. 일주일 걸렸다. 병원 안 가고 약으로 버텼다. 고용보험 승인 문자 왔다. "가입 완료. 다음 달부터 납부." 월 6만원. 매달 빠져나간다. 아깝지 않다. 안심이다. 만약 내년에 일 없으면? 폐업하면? 실업급여 받는다. 몇 달은 버틴다. 산재보험도 승인됐다. 월 3만원. 손목 아프면 치료받는다. 손목보호대 샀다. 2만원. 미리 챙긴다. 새 프로젝트 시작했다. 800만원짜리 앱 디자인. 두 달 작업. 바쁠 거다. 이번엔 아프지 않는다. 약속한다. 운동도 한다. 일주일에 두 번. 30분씩이라도. 건강검진도 예약했다. 다음 달. 무섭지만 간다. 알아야 대비한다. 프리랜서의 자유 자유롭게 일한다. 시간, 장소, 클라이언트. 다 내가 정한다. 대신 책임진다. 일, 돈, 세금, 건강. 다 내 몫이다. 회사는 4대보험 넣어준다. 연차 준다. 병가 준다. 월급 준다. 안정적이다. 프리랜서는 다 내가 챙긴다. 보험, 휴가, 건강, 수입. 불안정하다. 그래도 선택했다. 4년 전에. 후회 안 한다. 대부분은. 가끔 아플 때만 빼고.감기는 괜찮다. 독감은 심각하다. 입원은 재앙이다. 프리랜서는 미리 준비한다. 당하고 후회하지 말고.